돼지를 키우던 양돈사가 대규모 미술관으로 변신 했다.
기흥웁 영덕리 221 일대 대지 8000평 위에 자리잡은‘이영 미술관’(관장 김이환·67).
지난 7일 고 박생광(1904~1984) 화백을 비롯 전혁림, 정상화, 한용진 등 김 관장의 소장작품들로 이뤄진 개관전으로 오픈한 이영 미술관은 양돈사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또하나의 웅장한 미술작품으로 야산 자락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이곳은 김이환 관장이 서울에서의 공직 생활을 접고 자연에 묻혀 수천돈의 양돈 사업을 하던 노동의 현장으로 10여년 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놀라운 미술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젊은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컸어요. 소장품들을 대중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영 미술관은 본시 미술에 관심이 컸던 김 관장이 평생을 수집한 귀한 작품들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했다. 특히 김관장은 갤러리나 화상과의 거래를 통하지 않고 작가와의 인간적인 교류와 교감속에 작품을 수집했다.
미술관은 3동의 전시장을 비롯 자료관, 작업실 등 9개동(700평)으로 이뤄져 있다.
100평, 200평의 널찍한 전시 공간 내부는 축사 지붕 그대로가 노출돼 있 아주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건물동 바깥의 탁트인 야외 전시 공간에는 수십년 동안 심고 가꾼 운치있는 소나무가 자태를 자랑하면서 한용진씨가 이곳에 기거하며 직접 제작한 조각품 ‘막돌 다섯’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특히 한용진의 작품은 지난해 김관장이 미술관 내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결과 탄생한 역작이다. 이번 개관전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 김관장의 소장품이다. 오는 11월말까지 전시될 개관전에는 국보 지정 논의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역사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박생광의 역작 명성황후를 비롯 전혁림의 코리아 환타지 12폭 전 작 등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귀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또 모노크롬(단색) 회화로 이름을 날린 재불화가 정상화의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같은 작품들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드문 행운이다.
‘성산 일출봉’‘신기루 두 번 경주 토함산 해돋이’ 등 이번에 선보이고 있는 박생광의 10점의 작품은 5방색을 기본으로 불교와 무속, 십장생, 조선의 여인, 토함산 해돋이 등 전통에서 취한 소재들이 강렬하게 화폭을 메우면서 박생광 특유의 한국적 미감의 전형을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명성황후는 석채와 금분을 사용한 생생한 색감과 벽화같은 힘을 주면서 동시에 피로 물든 붉은 화폭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4폭병풍(300호)에는 일본 낭인에 의해 시해 당한 명성황후의 시신이 누워있다. 한국의 게르니카로 주목받는 작품이다. 또 처음 공개되는‘가야금 치는 여인’은 김관장보다 박생광을 극진히 보살폈던 김관장의 부인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김관장의 박생광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서울에서 공직 생활을 하던 76년 동향인이자 진주농업학교 선배인 박생광을 알게 된 김관장은 이후 작고시까지 인간적인 배려와 예술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명성황후 제작 당시인 83년 경복궁 답사에 동반하며 자료를 수집해 주기도 했다.
유채와 추상의 서양화법으로 한국성을 치열하게 탐구했던 전혁림(1916~)의 코리아 환타지는 86, 88년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기념하는 작품. 보자기에서, 한려수도, 아침, 산수도, 노을, 충무앞바다의 갈매기, 하늘과 바다, 아침바다, 능화문그림, 추상무늬 그림, 두 마리의 새, 원속의 정물 등 모두 12폭으로 이뤄져 있다. 전혁림은 충무에 묻혀 오로지 작품 활동에만 몰두하는 한국화단의 원로이다.
인간미를 물씬 풍기는 김관장은 예술에 대한 높은 안목과 식견으로 미술관을 생동하는 공간으로 꾸며나갈 계획이다. 상설전과 기획전은 물론 공모전을 개최해 미술 발전에 기여할 계획인 것은 물론 그간 모은 2만4000여권의 도록과 자료 등으로 자료실도 만들 계획이다.
이와함께 어린이들의 감성과 미적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조형체험실, 가족이 함께 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등 다양한 구상을 갖고 있다.
이번 개관전은 11월말까지며 내년 3월부터 다시 운영할 예정이다. (031)213-8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