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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문화예술인은 자존심이 생명이다.

용인신문 기자  2001.1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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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은 자존심이 생명이다.

<이인영/용인문화원장>

예술가, 목수, 정치가 세 사람이 물에 빠졌다.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누구를 먼저 건져야 하는가를 의논한 끝에 맨 먼저 예술가를 건졌고, 두 번째로 목수, 마지막에 정치가를 건졌다.
누구에게나 단 하나 밖에 없는 존귀한 생명들이라는데 있어서 특별한 차별이 있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예술가를 먼저 구한 것은 그의 삶 자체가 존경받아야 하기 때문이었고 목수는 일상 생활에 필요한 때문이고 정치가는 항상 거짓말을 잘 하여 없어도 되기 때문에 천천히 건졌다는 서구의 조크가 있다.
그쪽에는 예술가가 가장 존경받는 사회가 있다는 것을 은유한 우수개 소리겠지만 우리 용인 사회 같은 경우에는 이럴 때 아마 거꾸로 정치가를 건지고 나서 목수,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예술가를 건지는 순위가 메겨 졌을지도 모를 일이 아니라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당장 무슨 행사장에 나가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시장, 의장, 국회의원, 읍·면·동 출신 시의원 나으리들 그리고 기관 단체 조합장님, 끝으로 마지못해 문화원장, 예총지부장 순위로 내빈이랍시고 소개를 하는데 뭍?관행이 언제 어디서부터 발생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좌우간 그나마 감지덕지 불러주면 요행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지역사회 정계에서 무릇 장래가 촉망되는 인사가 예술계에 진출하기 위해 예총지부장 선거 후보로 단독 출마, 사실상 무투표 당선이 확실시 됐다.
아마 이런 분이 예총 지부장이 되면 예술계, 문화계의 호명 순위가 영순위로 확 바뀔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예(藝)는 술(術 학문·기예)이요, 정(政)은 치(治 다스리는 것)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藝를 治로 알고 치의 수단으로 예를 다스리려 한다면 이처럼 불행한 사태가 또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날쌔게 칼을 잘 쓰는 도부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술의 영역인 뇌수술이나 심장 수술을 맡기면 안 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통념이다.
요즈음 세상이 아무리 제멋대로 굴러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룰과 규범과 관행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정치가로 뽑아 놓고 아부하기를 좋아하는 시정배들처럼 정치가를 예술단체의 장으로 모시고자 하는 예술인들도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문화예술인 이란 자존심이 생명이다.
그 최후의 보루인 자존심마저 팽개치고서 예술인의 긍지를 논할 것인가. 또 잘 나가는 정치인이라면 더 큰 정치적 포부를 갖는 것이 제격이다.
우리의 속언에도 쥐잡는 일은 고양이가 제격이고 새벽을 알리는 것은 수탉이 제격이며 도둑을 지키는 일은 개가 제격이라는 말도 있다.
개가 새벽을 알리겠다고 덤빈다든지 닭이 쥐를 잡겠다고 날뛰고, 고양이가 도둑을 지키겠다고 나서 봤던들 도대체 이 꼴이 무엇이란 말인가? 격이 맞질 않는다. 그래도 예술단체의 장이라면 하다못해 굿거리 장단이라도 칠 줄 아는 인사, 그도 아니면 예술 성향이 넘치는 마인드를 갖춘 그럴듯한 인사래야 그 단체의 품위가 있어 보이지를 않겠는가? 치자의 대도에 오점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