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낳기 위해 밀매되던 비고산(鼻高散)">
아들이 대를 계승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전통사회에서 자녀를 낳지 못한 여인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기자(祈子: 아이를 갖도록 비는 행위)를 하였다. 단군신화에서 웅녀가 신단수 아래에 가서 아이를 잉태하고자 주원(呪願)하였다는 것도 기자 행위이다. 대를 계승할 아들을 낳지 못하면 칠거지악 중 하나에 걸려 쫓겨나야 하였던 조선시대에서는 특히 기자신앙이 발달하였다. 이러한 기자신앙의 형태는 지역에 따라 또는 집안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영험이 있다고 믿는 자연물에 치성을 드리거나, 특정한 약물이나 음식을 취하는 행위, 특정한 물건을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은밀한 장소에 숨겨두는 행위, 남녀 성기 모양의 바위나 나무에 행해지는 성교 행위 등이 그것이다. 공덕을 많이 쌓으면 소원 성취할 수 있다고 믿어 사찰에서 기원하기도 한다.
용인지역에서도 대체로 같은 유형이 조사된다. 산신·용신·삼신·미륵과 같은 신적 존재와 당나무 등 자연물에 치성을 드린 사례가 가장 많다. 치성을 드리기 전에는 목욕재계하여 몸과 마을 깨끗이 한 다음 부정한 것을 가린다. 보통 촛불을 켜 놓고 정성을 기울인 제수나 정화수를 떠놓고 빈손을 한다. 불공이나 굿을 드리기도 한다. 3일·7일·21일·100일간 비는데, 빌 때는 남이 모르게 빌어야 효험이 있다고 하여 보통 밤이나 새벽에 빈다.
용인지역에서도 남성을 상징하는 생식기나 물건, 또는 주로 아들과 관련된 열매 음식 등을 먹음으로써 주력(呪力)을 옮겨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구체적인 사례로 산모에게 첫국밥을 함께 먹거나, 아들 낳은 집의 금줄에 달린 고추를 훔쳐다 달여먹는다. 동쪽으로 뻗은 뽕나무 가지의 오디를 먹는다. 누런 수탉의 고환을 생으로 입에 넣고 꿀꺽 삼키거나 황소의 고환을 삶아서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믿었다. 이는 유감주술(類感呪術)로 수탉·황소의 남성성이 곧바로 아들로 연결된다는 사고에서 나온 풍습이다.
비석 가운데 남성과 관계가 깊은 글자를 파서 먹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하여 자(子)·남(男)·문(文)·무(武)·인(仁)·인(人)·예(禮)·지(智)·용(勇)·검(劍)·필(筆) 등의 글자가 마모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수지읍 신봉리에 있는 서봉사현오국사비에도 이같은 기자행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석불(미륵·망부석)의 코를 갈아 마시기도 한다. 이 가루는 비고산(鼻高散)이라는 이름으로 밀매되었다. 아이를 못 낳는 부인들은 이를 구하는데 필사적이었다. 비고산은 남자들에게 강신제(强腎劑) 구실을 하고, 여성에게는 보음(補陰)의 효과가 크다고 여긴 까닭이다. 이 돌가루를 마시는 풍속은 전형적인 유감주술로서 석불의 코를 남성기(男性器)의 상징으로 여긴 데에서 왔다. 전국의 석불 및 마애불상의 콧날이 온전한 것이 별로 없는 것은 이러한 기자신앙의 소치이다. 양지면에 소재한 세종옛돌박물관에 전시된 미륵불의 코를 보면 그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구성읍내 미륵당의 석불이나 원삼면 목신리의 관음보살입상이나 석조여래입상의 코가 마멸되어 있음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