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억부터 볼까요. 저쪽 구석에 놓인 불타는 장작을 봐요. 저게 조명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해요. 여기좀 보세요. 등이 걸려 있지요. 또 저쪽 구석도 보세요. 등잔이 놓여있지요."
한국등잔박물관(관장 김동휘)은 관람 재미가 여느 박물관 같이 않다. 구석구석을 살피다보면 아기자기하게 생긴 등잔들이 마치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다.
"아 저기도 있다. 어 여기도 있네." 무슨 커다란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고 즐겁다. 등잔이 벽에도 걸려있고 바닥에도 놓여있다. 박물관을 구경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냥 스쳐지나듯 보면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옛 생활을 상상하면서, 혹은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함께 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구경을 하면 그 재미란 이루 말할수 없다.모현면 능원리 258번지. 수지에서 광주가는 길로 넘어가다가 정몽주 선생 묘역을 알리는 안내판을 따라 500여m 들어가다보면 묘역 옆으로 한국의 고등잔을 한곳에 모아놓은 등잔 박물관에 도착한다. 박물관을 둘러본 후 정몽주 묘역을 들러도 괜찮다.
박물관 외형은 수원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화성 공심돈 모형을 취하고 있다.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놓아 날씨만 따뜻하면 정원에 앉아 담소도 즐길 수 있다.
이 박물관은 평생 산부인과 의사로 지낸 김동휘 박사가 사비로 지은 것으로 대지 800평에 연건평 270평의 4층 건물이다. 1, 2층은 등잔 전시공간이고, 지하는 작은 무대공연, 미술전시, 심포지엄 등을 할수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이다.
이곳에는 김관장이 50년동안 수집한 등기구 진품 200여점이 전시돼 있다. 고대로부터 전기가 들어올때까지 어둠을 밝히던 것들로 이곳 수장고에 보관한 것까지 합하면 무려 1000여점이 된다. 이 박물관 1층은 입체적으로 전시가 돼 있다. 부엌, 마루방, 사랑방, 안방 등 조상들의 생활양식이 방방이 꾸며져 있는 가운데 등잔들이 살포시 고개 내밀고 있다."요즘 사람들은 등잔만 진열해 놓으면 어떤 환경에서 어찌 사용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당시의 생활모습을 옮겨놓았죠."
부엌에는 항아리, 아궁이, 바구니, 키, 찬장 등이 옹기종기 놓여있다. "저 키는 제주도에서 사왔어요."
전국 각지의 생활도구가 등잔과 함께 전시돼 있다.
등잔박물관에는 설명서가 붙어있지 않다. 숙제하는 학생들이 라벨에 붙은 설명만 옮겨적기 때문이다.. 2층은 역사 속의 등잔.
조선시대는 물론 멀리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등기들이 전시돼 있다. "늘어서 있는 등잔들이 교향악단같지요." 복잡하게 진열돼 있는 듯 하지만 마치 오케스트라가 여러 악기를 통해 조화롭고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듯 이곳 등기들도 조화를 이룬다.
시대별, 기능별, 재료별로 구별해 전시돼 있는 등기들은 투박하고 소박한 것부터 날렵하고 맵시있는 것까지 제각기 서로 다른 모습으로 앉아있다.
"등기들은 개인적으로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에 서로 모양이 다르죠. 나무 밑둥을 등잔 받침으로 사용한 것좀 보세요. 자연을 그대로 사용하는 폼이 얼마나 아름다워요. 아들 장가갈 때 아버지가 선물로 만들어주기도 했을 거에요. 등잔과 대화를 나눠보세요. 재미있는 사연을 들을 수 있을 것같지 않아요."
나무 사기 옹기 철 등 각종 재료로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모습의 고등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옛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곳. 야외 공간에는 석등, 촛대를 비롯 연자매, 멧돌 등 생활 속의 옛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관람료만큼만 보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것 내가본다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보세요. 또 집에 있는 것은 가져나와 함께 보았으면 해요. 문화는 공유하는 것 아니겠어요." 문의 334-0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