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처럼 정겨운 돌들과의 대화를 즐겨보자.
양지면 아시아나 골프장 정문 쪽으로 들어가다보면 아시아나CC의 계곡을 따라 세중돌박물관이 매력적인 자태를 드러내 보인다. 수많은 석물이 전시돼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
박물관 중앙으로 나 있는 길 양옆 산과 나무로 둘러싸인 계곡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석물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세중돌박물관은 약 5000여평의 대지에 1만5000여점의 우리나라 옛돌조각 문화재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돌 숲에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흘러나온다.
옛 조상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옛 선인들의 향내를 맡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흠뻑 취해버린다.
맷돌을 박아놓은 운치있는 길을 밟으며 걷다보면 문인석, 무인석, 벅수, 동자석, 솟대, 석불, 석수, 석탑, 향로석, 망주석, 태실, 귀부와 이수, 신당, 민불, 남근석, 기자석, 미륵, 해시계, 연자방아, 맷돌, 다듬이 등 종류도 다양한 돌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한낱 돌로 각양각색의 형태를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에 조상들의 미에 대한 감각?섬세한 조각술, 그리고 높은 창조성에 다시한번 감탄하게 된다. 이곳은 주제별로 전시를 해놨다.
희노애락의 언덕, 탐라국의 동자뜰, 돌짐승과 함께, 생활 속의 돌, 민속신앙 속의 돌, 벅수동네, 동자마을, 한국불교와 돌, 12지신상 조형물. 주제별로 나눠놓은 10여개의 야외전시장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돌조각품마다 사연과 쓰임새도 다양하다. 왕릉과 사대부가의 묘에서 망자의 혼을 지키는 문인석과 무인석, 그 앞에서 희화적인 얼굴로 왕릉을 보호하던 석수, 마을의 수호신으로 악귀와 괴질을 막아주던 장승과 벅수, 귀여운 모습으로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 동자석, 무덤의 수호신인 십이시신상.
그리고 사찰에서 예배와 기원의 대상이 된 석탑을 비롯해 중생 구제의 뜻을 가진 부처, 덕망높은 스님의 안식처인 부도 등 불교미술 작품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그대로 돌이 됐다는 망부석, 아들 못낳는 부녀자들의 한이 서린 남근석, 민불과 미륵 등 민간신앙의 대상들. 그리고 생활 속의 돌문화인 연자방아, 절구, 화로, 맷돌, 다듬이돌 등.
이곳 천신일 대표는 하나하나 자식처럼 귀하지 않은게 없지만 굳이 꼽으라면 진주에서 수집한 아들 낳기를 기원하던 기자신당과 신라시대의 해시계, 그리고 광배 등을 아낀다고 말한다. 그가 손꼽는 작품들을 유심히 보는것도 관람의 묘미를 배가 시키는 지름길인 듯 싶다.
조상들의 심성과 삶이 잘 반영돼 있는 소박하고 투박하면서도 정겹고 은근한 작품. 다듬이돌 계단을 밟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특히 단기 4333년을 의미하는 다듬잇돌 4333개로 만든 조형탑과 조선시대 사대부묘, 신석기 시대와 철기시대의 유물 300여점을 전시한 실내 전시관등 눈여겨볼만한 곳이 많다.
한편 이곳에는 지난해 6월 일본 나고야 근처 미에현 이치시군 구사카 마모루씨 농장에서 보유하던 구사카씨 소장의 우리나라 석물 70여점이 반환돼 고국의 품에서 다른 석물들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실업가인 구사카씨가 수집해 보유하고 있는 석물은 대부분 일제시대로부터 시작해 최근에 이르기까지 밀반출 된 것들로 문인석, 무인석, 석등, 동자석, 석탑 등 300여점에 이른다. 그 가운데서 70여점이 반환된 것인데 구사카시로부터 54점이 기증됐고 나머지 16점은 세중박물관 천신일 대표가 사들였다.
돌박물관 개관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며 드라이브 겸 가족들 나들이 코스로 어울린다. 문의는 321-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