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 박연수, 일곱 살 지수, 여섯 살 현석, 세 살 준석.
육아일기 공책이 따로따로다. 연수것은 초록색 표지, 지수것은 노란색, 현석이 것은 파랑색, 막내 준석이 것은 흰색.
엄마 조순희(39·김량장동)씨는 네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빛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
큰아이 네 살부터 시작된 육아일기, 막내 준석이 때는 태중일기부터 시작됐다.
"시간이 한가할 때는 오히려 못썼어요. 아니 안썼다고 하는게 낫겠네요. 제일 바쁠 때 했어요. 직업을 가지면서 아이한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게 되면서 안타까움을 육아일기로 채우게 된 것 같아요."
큰아이 세 살때부터 어린이집을 시작한 엄마는 비록 큰 아이가 자신의 어린이집 원생들과 함께 자신의 곁에 있었지만 엄마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딸 아이의 심정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일기를 쓰게 됐다.
처음에는 쪽지를 썼다. 쪽지에 짧은 글을 써서 읽어주면 어린딸이 무척 좋아했단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공책에 일기를 쓰게됐다.
아이의 일과를 일기쓰듯이 평이하게 써내려간 것이 벌써 네 아이것 모두 합하면 열권?넘는다.
촘촘하게, 꼼꼼하게 네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깨알같이 담았다.
큰애는 열살인데 아이가 크면서 쓸 내용이 점점 없어진다. 엄마와 떨어지는 시간이 많아지지만 3년에 한권을 쓰더라도 계속 쓸 생각이다.
일을 하느라 종일 함께 있지는 못하지만 아이와 함께 한 짧은 시간의 인상과 아이의 변화, 언행 등을 작은 것도 노치지 않았다. 아이가 무심히 한 놀라운 표현이 있을때는 혹 잊을까봐 손바닥에 적어놓기도 했다.
자정 무렵, 아이들을 다 재워놓고서 노트를 편다.
아이들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귀여운 행동 하나 하나 넘어가지 않고 되돌아 보게 되고, 아이의 발달 단계도 다 쓰게 된다. 이빨 개수도 쓰고, 그 옆에 예쁘게 그려 넣기도 하고.
아빠와 나눈 대화며, 아이들이 싸운 이야기며, 덤벙대는 이야기며, 떠들고 넘어진 이야기며, 꾸밈과 거짓없는 솔직한 이야기를 솔솔 쓴다.
일기를 쓰다가 문득 아이가 보고싶으면 자는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사랑해 너" 하고는 사랑을 담아 또 쓴다.
바쁠때는 건너뛰는 날도 더러 있지만 매일 쓰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종이로 만든 윗도리며, 아이 사진, 아이가 좋아하는 가수 사진, 아이 명찰 등이 일기속에 스크랩 돼 있다. 가끔 아이의 손과 발에 물감을 묻혀 공책에 찍어주기도 한다. 자라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예쁜 자동차며 비행기 삽화도 그려넣었다.
"잘 자라야 된다는 기원이 많이 담겨요. 크리스찬이기 때문에 기도문, 성경 글귀도 써넣지요."아이들은 엄마가 일기쓰는 것을 보면 무척 좋아한다. 큰 애는 엄마한테 고맙다고 한다. 초등학교 공부시간에 엄마가 쓴 육아일기를 담임 선생님이 친구들한테 자랑해 주기도 했다.
"오늘 미운짓 했나. 그걸 쓸거야"라고 큰 애가 옆에서 이야기 하면, 엄마는 자신이 쓴 일기를 읽어준다. 읽어주면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엄마를 꼭 껴안는다. 잠시나마 하나가 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애들도 아직 어리지만 자기 노트를 꺼내는 것을 알고는 좋아한다. 자기에 대해 써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 부모에 대한 사랑도 커진다.
"가끔씩 일기를 들쳐봅니다. 아이들이 금새 크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들한테 다신 안그러겠다고 했던 약속들을 안지킨 제 모습을 반성하기도 합니다."병원에서조차도 사진을 찍어 일기에 담는 엄마. 모든 것을 다 기록해주고 싶어하는 꼼꼼한 엄마는 아이들의 옷이며 신발, 양말, 장난감, 낙서, 그림 등 모든 흔적을 소중하게 커다란 상자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큰 다음에 시집, 장가 갈 때 선물로 전해주고 싶다는 엄마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