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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귀퉁에 소탈한 미륵불

용인신문 기자  2002.04.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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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즐기기 - 미평리 약사여래입상

신앙의 대상이기보다 고단한 삶의 이웃

길을 지나다 우연히 돌로 만든 소박한 불상과 마주한 경험이 없는가. 종교를 떠나 불상을 만든 조상들의 소근거리는 이야기를 듣는 듯 설레임 비슷한 감동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 한 귀퉁이에서 불상을 만나면 다정한 마음이 더하다. 원삼면 미평리 미륵뜰로도 불리우는 동네에는 속칭 미륵불로 불리는 ‘미평리 약사여래입상’이 우뚝 서있다. 높이 4.3m에 이르는 이 불상은 특히 용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불상으로 꼽힌다.
동네 좁은 골목 안쪽에 하늘 높이 솟은 미륵불. 키는 나무처럼 큰데 위엄이라곤 오간데 없이 어쩌면 이리 소박하고 다정할까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신앙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인간미마저 느껴진다. 그저 스스럼없는 이웃 같다.
하층 민중들의 구원의 대상이 됐던 불상답다. 질병과 가난에 고통받던 민중들. 미륵이 내세해 이상사회를 구현한다고 믿었던 민중들의 구원의 희망의 신앙 대상인 미륵불은 투박하고 소탈한 외모로 거리감을 불식시킨 것 같다. 불상은 민중들의 삶의 고단함을 고개 끄덕이며 죄다 들어줬을 것 같다.
미평리 미륵불은 졈맛美?고치고 의약을 준다는 약사여래불상이다. 세월의 풍상에 마모된 채 왼손은 영액을 담은 작고 부드러운 감로정병을 들었고 오른손은 가슴 앞에 다소곳이 모았다.
사각형에 가까운 각진 얼굴은 무뚝뚝해보인다.
미간에는 희미하나마 백호가 나타나고 있고 머리에는 보관대신 사각형의 자연석을 이고 있다. 불상 앞에는 치성을 드리거나 제사를 지냈는지 제단이 있고 주변에는 높이 80cm~1m에 이르는 석주 6개가 있다. 또 토축이 있는 것으로 미뤄 불당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화강암을 재료로 한 이 불상은 고려 중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지난 1983년 경기도문화재자료 제 44호로 지정됐다. 양지에서 죽산간 국도를 따라가다 미평 마을로 들어서면 너른 들을 거쳐 미륵불에 다다른다. 동네 사람들은 불상 앞이 막히면 동네에 흉사가 들고 화재가 생긴다는 속설이 있어 불상 전면에는 일체의 건물을 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