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하여 말과 행동, 마음가짐을 조심하는 것을 태교라고 한다. 태교에 관한 기록은 이미 고려말엽 정몽주의 어머니 이씨가 남긴 {태중훈문(胎中訓文)}을 비롯하여 조선조에서도 {규합총서(閨閤叢書)} {태교신기(胎敎新記)} 등 여러 책이 있다. 해평 윤씨의 {규범(閨範)}에 "사람이 태어날 때는 모태에서 10개월 동안 있기 때문에 그 용모, 성품이 어머니와 비슷하니, 옛 성인들이 태교를 말하는 것은 진실로 이 때문인 것이다"고 하여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태교는 산모에게만 행해지던 것이 아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장차 태어날 아이의 성품은 물론 한 가정의 길흉화복조차도 아버지의 마음가짐에 좌우된다고 하였다. 민간에서도 부인이 임신하면 남편은 살생을 금할 뿐만 아니라, 산이나 들의 나무줄기조차 꺾지 않았다. 땔감을 마련할 때도 낫이나 도끼를 대지 않았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 선행을 베풀었다.
용인시 모현면 말미에서 유희 선생을 낳아 기르신 사주당 이씨(師朱堂 李氏, 1739-1821)의 {태교신기}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태교연구서이다. 태교 내용을 10가지로 정리해 놓았는데, 일찍이 태교의 중요성을 깨달아 이론과 실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태교에 관련한 여러 저술을 살피면 태교의 내용은 대략 ① 삼가야 할 행동, ② 근신할 일, ③먹어서는 안될 음식, ④보고 들어서는 안 되는 일 ⑤가까이 두고 보고 들어야할 일 등이다.
용인지역에서 조사된 태교의 내용을 정리해 보이면 다음과 같다. 임산부는 음식을 가려먹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예컨대, 자라 고기는 안 먹는다. 아이의 목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비둘기 고기는 먹지 않는다. 먹으면 아이를 남매만 난다. 닭고기를 먹으면 아이가 닭살이 된다. 감주나 두부를 안 먹는다. 감주나 두부처럼 물렁해서 힘이 없어진다. 오리고기를 먹으면 아이의 손과 다리가 오리발처럼 붙는다. 토끼고기를 먹으면 눈이 토끼의 눈처럼 붉어진다고 여겨서 절대로 먹지 않았다. 또 돼지고기는 부스럼을 자주 일으키며, 달걀은 종기의 원인이 되고, 쇠뼈는 광대뼈를 튀어나오게 한다. 닭뼈를 알고 먹으면 부모가 살았을 적에 뼈가 나오고, 모르고 먹으면 부모가 죽은 후에 뼈가 나온다고 믿었다.
반면, 임산부에게 적극 권장한 식품도 적지 않았? 잉어를 먹으면 아이가 단정한 모습으로 태어나고, 황소 콩팥과 보리밥은 힘이 세고 슬기롭게 만들며, 가물치는 총명이 깃들게 한다고 여겼다. 가물치는 현재도 임산부에게 좋은 식품으로 손꼽힌다. 음식에 대한 이와 같은 관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음식을 함부로 들지 않음으로써 임산부와 태중의 아이가 건강을 유지하며, 무엇보다도 정서적인 안정을 얻어 아이의 성품 형성에 좋은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임산부가 조심해야할 약도 수십 가지에 이르며, 보거나 들어서는 안 되는 일과 삼가거나 금해야 할 일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몸가짐을 바르게 가지라는 교훈도 적지 않다. 말고삐·체·부삽·도마 따위를 넘지 말고, 시루나 독을 들지 말며, 빗자루를 깔고 앉지 말라는 따위이다. 말고삐나 체를 넘으면 12달만에 아이를 낳는다. 원삼면 미평리의 이순이할머니(80세)는 실제로 말고삐를 넘고 12달만에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불 구경이나 상여 나가는 것을 보지 않는다. 산달에 아궁이를 고치면 언청이로 태어나고, 문구멍을 바르면 아이의 콧구멍이 막히며, 빨래를 삶으면 피부가 나빠진다고 여긴다.
가족들도 음식이나 행동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가령, 아이의 아버지는 뱀이나 토끼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태교와 관련된 습속은 임산부의 건강을 유지시키려는 목적 외에 유감주술적인 배려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강남대 인문학부 교수, 인문과학연구소장. hongssk@kangna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