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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시 잠겨 있는 문을 열어

용인신문 기자  2002.05.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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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석 교수의 우리고장 민속 이야기(8)

아이 출산 때 잡았던 삼신끈은 불임녀에게 고가에 팔리기도

출산일이 가까워지면 안정된 상태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친정이나 시집 중에 한 곳을 출산처로 정한다. 그리고, 아이는 산모가 거처하는 방에서 낳는다.(요즈음은 거의가 병원에서 출산한다.) 출산처가 정해지면 창호지를 새로 바르는 등 방치장을 하는 한
편, 포대기·기저귀·배내옷·솜 따위를 마련한다. 아기의 살에 직접 닿는 물품들은 면직물로서 습기를 잘 빨아들이고 부드러운 것으로 한다. 흔히 첫 아기의 포대기는 친정에서 해준다. 아기 물품을 살 때는 값을 깎지 않는다. 값을 깎으면 아기의 복을 깎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배내옷은 바늘로 꿰매며 단추를 달지 않고 긴 끈을 붙여 가슴에 한 바퀴 돌려 맨다. 단추 대신 긴 끈을 쓰는 것은 아기의 수명이 그만큼 길기를 바라서이다. 용인지역에서는 배냇저고리를 몸에 지니고 시험을 보면 잘 본다고 하여 잘 간수한다. 그리고, 아이의 베개는 좁쌀처럼 오래 살라는 의미에서 좁쌀을 속으로 한 베개를 만들어 준다. 죽전리에서는 머리가 좋으라고 팥을 넣거나, 잔병이 없으라고 메밀을 넣기도 한다.
출산일이 임박하면 산바라지도 정해둔다. 산바라지는 주로 친정이나 시집의 어머니가 맡으나, 해산 경험이 많고 아이들을 모두 무사히 키운 복 많은 노인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복 많은 할머니는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해산을 돕는다. 그 대가로 속옷이나 버선을 주는데, 옷을 해주는 것은 노인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이 있다. 아들을 낳은 집은 형편에 따라 별도의 후한 사례를 한다. 용인지역에서는 산파에게는 금반지를 해주거나, 고기를 사다주거나 옷을 한 벌 해준다고 한다.
아기를 낳기 전에 산실의 윗목에는 삼신상을 마련한다. 삼신상은 깨끗한 짚을 깔고 그 위에 쌀·물·미역 따위를 놓은 것인데, 지역에 따라 소반에 올려놓고 순산을 빌기도 한다. 아이를 낳은 지 삼칠일째 되는 날도 미역국을 바치면서 "아이가 몸 건강하고 복 많이 받게 해달라"고 빈다. 삼신은 한 집에 한 분뿐이므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산달이 같으면 며느리는 반드시 친정에 가서 아이를 낳는다.
출산시 짚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서 출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떤 지방에서는 짚을 까는 대신에 짚 한 단을 산실(産室)에 세워둔다. 짚을 깔고 출산하는 이유는 아기를 낳을 때 나오는 피를 처리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짚자리를 낳객?는 소리를 하려고 깔았다고 한다. 이는 짚에서 벼가 무르익는 것과 아이의 출생을 결실이라는 차원에서 같게 보아 알찬 아이의 탄생을 바라는 마음에서 해온 습속이다. 아이는 출산 즉시 수건이나 따뜻한 물로 씻겨준다. 씻길 때는 한 번은 위에서 아래로, 한 번은 아래에서 위로 씻긴다. 살이 골고루 균형 있게 찌라는 의미이다.
한편, 남편은 아내의 산달이 다가오면 삼으로 왼새끼를 꼬아 둔다. 산실에 밧줄처럼 매어 놓아서 임산부가 이를 잡고 힘을 쓴다. 이 줄을 삼신끈이라고 한다. 황소 오줌에 적셔두면 주력(呪力)이 생긴다고 한다. 조선조의 왕실이나 상류층에서는 문고리에 걸어둔 은제 말굽쇠를 잡고 힘을 썼다. 그리고 아이의 돌에 이르러 이 말굽쇠를 녹여 말굽 모양의 노리개를 만들어 채워준다. 아이를 낳을 때 잡았던 삼신끈은 아이를 못 낳았거나 아들을 바라는 여인에게 인기가 높아서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출산시에는 집안에 잠겨있는 모든 문을 열어두는데 이는 아이가 산모의 하문(下門)을 잘 열고 나오라는 뜻이다. 대문과 장롱문을 열고, 때로는 지붕의 기와를 떼어놓는 것도 열쇠의 개봉(開封) 상징을 취한 것이다. 이는 동물에도 적용되어 돼지나 소가 난산일 ?대문을 열어둔다. 난산(難産)일 때는 삼신끈 대신 남편의 상투를 잡고 힘을 쓰는 습속도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를 쉽게 낳고, 분만을 방해하는 잡귀가 남편 쪽으로 옮겨져 산모와 아이가 안전을 누리게 된다. 남편이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깨닫게 되는 계기도 된다.
난산이 계속될 때는 여러 가지 주술을 베푼다. 가령, 남편의 아래 속옷이나 띠를 부인의 배에 감아주거나, 아이를 많이 낳은 부인의 치마 덮어주기, 털어낸 참깨대 묶음을 방 네 구석에 세우기, 우물에 가서 동이에 물을 가득 채운 다음 쏟아버리기, 대문 빗장에 톱질을 하여 그 가루를 먹이기, 불 지핀 아궁이에 부채질을 해서 연기를 빨리 빼기, 쥐구멍 터주기 등이 있다. 남편의 속옷이나 띠는 남성의 힘을 상징한다. 남성의 힘을 산부에게 전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남편의 상투를 잡고 분만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상투는 남성의 힘을 상징한다. (강남대 인문학부 교수, 인문과학연구소장. hongssk@kangna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