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첫 묘일(卯日)은 장수를 비는 날이다. 이 날은 남녀 할 것 없이 명사(命絲)라 해서 명주실을 청색으로 물들여 감거나 옷고름에 매달거나 문돌족에 걸어두는 데 이렇게 하면 명(命)이 길어진다고 한다
실(絲)은 인간의 운명선
실은 국수와 함께 속성이 길기 때문에 수명장수를 상징한다. 아기에게 처음 입히는 배냇저고리는 피부가 약하므로 흰색의 보드라운 무명으로 만들되 재봉틀로 박지 않고 손으로 바느질을 한다. 수명장수를 바라는 마음에서 단추를 달지 않고 7겹의 흰실을 길게 끈으로 만들어 가슴을 둘러준다. 돌이 되면 돌띠라고 하여 허리에 매어주는 띠가 있는데 이는 아기의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길게 만들어 한 바퀴 돌려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돌잡히기 풍습에서 아기가 실타래를 잡으면 수명 장수한다고 한다.
혼례 때 함에 명주실 타래를 담는 것도 명주실처럼 두 사람의 부부운명이 질기고 길라는 뜻에서이다.
우리 민속에 정월 첫 묘일(卯日)은 장수를 비는 날이기도 하다. 이 날은 남녀 할 것 없이 명사(命絲)라 해서 명주실을 청색으로 물들여 감거나 옷고름에 매달거나 또는 문돌탓?걸어두는 데 이렇게 하면 명(命)이 길어진다고 한다. 또한 이날 실을 짜거나 옷을 지으면 장수한다고 해서 부녀자들이 실을 짜고 기우며 베를 짜보기도 한다고 한다.
섣달 그믐날 행하는 풍습의 하나로 명실태우기란 풍습이 용인지역 일부에도 전한다. 식구들이 모여 앉아 식구들의 나이 수만큼 실마디를 맺은 실을 길게 늘어뜨린 뒤 밑에다가 불을 붙인다. 마디의 수를 세 등분하여 3분의 1쯤까지 타올라 가는 동안은‘초분(初分)’이라 하고, 중간은‘중분(中分)’마지막은‘종분(終分)’이라 한다. 타올라 가는 광경을 보면서 "초분 초분, 중분 중분, 종분 종분"이라고 소리내어 외운다. 종분까지 다 타면 명(命)대로 장수한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도중에 꺼지면 액운(厄運)이 온다고 하여 각별히 조심토록 하고 긴 여행 같은 위험을 피하게 된다. 짧은 실이나 매듭이 진 실은 좋지 않게 보았다. 일례로 수의(壽衣)를 만들 때에는 박음질(또는 댕침)을 하지 않으며 실의 매듭도 짓지 않는다. 박음질을 하면 자손이 줄어들고, 매듭을 지으면 자손이 끊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수는 장수의 상징
국수 역시 길기 때문에 장수를 상징한다. 돌상에서부터 시작하여 고희연까지 좋은 날엔 국수를 빠짐없이 마련한다. 이는 국수가 장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두 절식의 하나로 유두면(流頭麵)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장수를 빌면서 동시에 재액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액맥이 음식이다. 돌옷의 돌띠를 길게 하거나 실타래를 놓는 것은 이들의 속성이 모두 길기 때문에 수명 장수의 상징으로 쓰는 것이다. 그리고 산속(産俗)에 산모가 젖이 부족할 때는 병 속에 국수를 넣고 우물로 가서 물을 넣은 다음 집으로 돌아와 산모의 목에 걸고 물을 쏟으면 젖이 풍부해진다고 한다. 이는 국수의 길이와 물의 생산력이 결합된 유감주술의 하나이다. 혼례 잔치때에도 빠짐없이 국수를 대접하였기 때문에 시집갈만한 처녀에겐 "언제 국수 먹여줄꺼야"하며 말을 건넨다. 전통 혼례식 때 대례가 끝나고 신행길에 올라 신부가 시집에 도착하면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부엌에 들어가서 바가지에 국수를 담아 주걱으로 떠 먹여주는 풍습이 있다. 이는 국수처럼 길게 같이 살자는 의미와 함께 시집살이를 국수가 술술 넘어가는 것처럼 수월하게 하라는 의미가 있다. 이처럼 좋은 의미만 지니고 있는 국수라도 상가집에선 절대로 마련하지 않는다. 상가집에서 국수를 대접하면 그 집안에 줄초상이난다고 한다. 이 역시 국수가 길기 때문에 붙여진 유감주술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강남대 인문학부 교수, 인문과학연구소장. hongssk@kangna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