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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물결 일렁이는 정자 양벽정

용인신문 기자  2002.10.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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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의 파적한담(破寂閑談) 3

세상에 망하지 않은 정권도 없으며 한 번 태어나서 죽지 않은 사람도 없다. 산천초목도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영고성쇠를 겪게 되어 있고 유한의 세계에는 생성소멸의 법칙에 따라 사물이 생겨 나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며 또한 자취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5백여년 전 김우(金祐)라는 사람이 용인현령으로 도임 하였다. 홍귀달(洪貴達)이란 선비가 남긴 기문(記文)을 보면 “홍치 10년(1497), 김우가 용인고을 원이 되어 처음 도임하니 아전이 속이지 못하였고 조금 뒤에는 그의 영을 감히 범하지 못했다. 오직 명하는 대로 따라서 독촉하지 않아도 민사(民事)에 일이 없게 되었다”라고 기록한 것을 보면 김우는 매우 유능한 선치수령이었던 것 같다. 이 선치수령이 객헌 동쪽에 연못을 파고서 “북쪽에서 흘러 내리는 산골 샘물을 끌어서 동쪽으로 인도하고 담을 뚫어서 마당 연못에 흘러들게 하였는데 못의 깊이는 한 길 쯤이고 세로는 두어발 가로는 세로의 곱절이며 물이 맑아서 옥 같다”고 하였다.
그런 뒤 “남북에서 오는 손이 휴식할 곳이 있음을 기뻐하였고 국가의 태평한 기상을 여기에 볼 수 있었다.”라고 젂었다. 3년 뒤 이 현령은 이곳 연못에 정자 하나를 더 세웠다. “정자는 모두 3간 반인데 반은 못 가운데 들어 갔으므로 물빛이 항상 처마 머리에 일렁거려서 아주 맑고 시원”했던 모양이다.
문장가로서 명망이 높았던 안침(安琛)이란 분이 이 곳의 경치를 보고 그 정자 이름을 ‘양벽정’이라고 지어 주었다.
양벽정.-물결 일렁거림 양( ), 푸를 벽(碧),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푸른 물결 일렁이는 정자’라는 뜻일테지만 중국 시인 완발이란 사람이 남긴 시중에

화조영홍
빈어양벽
즉 꽃과 새는 붉게 서로 얽히고
물에 뜬 풀(마름)과 물고기는 푸른 물결 일렁이네

라는 것이 있는데 한구절의 싯귀와 그 경치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기로 <양벽이란> 명칭은 이 싯귀에서 따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홍귓날 역시 <양벽정>이란 명칭을두고 “어허 매우 좋은 이름이다”라고 한 뒤 또 한 구절의 사(詞)를 남겼으니,
“못 물이 맑고나 나의 옷을 씻을까나
못 물이 깨끗하고나 나의 마음을 씻을까나
못파고 정자 지으니 그 취지 심장하고
물고기와 새들도 서로 관계치 않고 복침한다
나 또한 잊으려 하나 생각 금하기 어려워라”
라고 하였다.

之水明兮可以濯吾襟
之水淸兮可以洗吾心
池之亭之兮趣深長
魚鳥相忘兮自浮沈
我亦忘了兮思難禁

오백년이 흐른 지금은 푸른 물결 일렁이던 못도 메워졌고 정자터 조차 찾을길 없으니 이 또한 생성소멸의 법칙에 연유된 까닭인 것이리라.
다만 연못 주변에 심었던 나무가 고목이 되었다면 관아가 있었던 구성읍사무소 근처 느티나무고목 몇 구루 남아 있는 곳 아마 그 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