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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위한 언행일치

용인신문 기자  2002.1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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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의 파적한담/천재시인과 아버지

加藍却是新羅舊 절간은 예처럼 신라가 완연하고
千佛皆從西竺來 서역서 온 천불이 앉거나 서있네
從古新人迷大鬼 예부터 신귀는 인계를 속였던 걸
至今福地似天台 지금의 복된 땅은 불계가 제일인가?
春陰欲雨鳥相語 비오려 흐린 봄날 새들은 지저귀고
老樹無情風自哀 늙은 나무에 무정한 바람 슬피우네
萬事不堪供一笑 세상만사 한번 웃음 거리도 못되는 것
淸山閱世自浮埃 청산도 흐르는 세월에 절로 티끌이 떴구나

연산군때의 천재시인 박은이 영복사를 두고 지은 시이다.
그의 묘소는 양지면 식금리에 전해지고 있다. 자는 중열, 호는 읍취헌, 4세에 글을 읽기 시작하였고 9세에 대의를 알았으며, 15세 때에는 문장에 능통했다는 총명 재사
당시 그가 몸담고 있던 정국은 유장광을 중심으로한 훈구파와 김종직 계통의 사림파가 은연한 세력을 형성하고 반목이 심화되고 있었다.
때에 김종직제자 김일손이 사관으로 있으면서 훈구파 이극돈의 비행을 사초에 기록한 일로하여 틈이 벌어졌다.
이런점에서 유자광과 이극돈은 사림파를 증오하는 마음이 일치하여 그 보복에 착수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무오사화의 발단이 되었다.
박은은 경연관?있으면서 바른말을 잘 하였으므로 연산군에게 꺼림을 받았는데 날로 기세가 등등해가는 유자광등 훈구 대신들을 탄핵하고 싶었으나 부모를 돌보아야 한다는 처지로 주저하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부친 사재공 담손은 "봉록이나 타먹어가면서 구차히 사는 것보다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간하여 영예로움을 삼는 것이 가하다.
몸을 이미 나라에 바쳤는데 부모 때문에 생각하는 바에 방해가 되면 안된다"고 하니 마침내 원로 훈구대신 유자광, 성준, 이극균을 탄핵하였고 이로 인해 동래로 유배되었다가 사약을 받았다.
사약을 받고도 낮빛이 변하지 않고 앙천재소(仰天再笑)하니, 그 호담한 기품과 꿋꿋한 기상을 보고 형리도 "눈물을 흘리고 그 인물됨을 아까와하였다"고 한다.
의를 보고도 행치 않으면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그동안 유신독재, 삼청교육대의 인권유린, 유신사무관으로부터 공직 승진 기회를 박탈당하던 때로부터 지자체 단체장의 인사권 농단등을 겪었음에도 일언반구 불평한마디 못하고 살아온 것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함수관계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 이였으리라
어떤 부모가 자식이 사지로 가는 것을 보고 만류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대의를 위해서 죽기로 간하여 영예로움을 삼으라는 박은선생의 부친 담손의 교훈과 이를 행동으로 옮긴 자식의 정의로운 용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원행이 지은 박은묘표에 「아 공의 품은 뜻으로 좋은때를 만나 한 세상에 동량지재가 되어 나라가 무성할 때 보탬이 되었다면 이 어찌 그릇된 것이리요.
하늘은 이미 이 같은 사람을 내고 또 유지광 같은 사람을 태어나게 하여 마음대로 살생하고 아까운줄을 알지못하게 하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라고 탄식하였다.
선생의 시가비는 양지면 식금리 동구밖 한켠에 서있고 세상만사 한번 웃음거리도 못되었다고 하는 글귀가 거기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