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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일찍 들어서라"

용인신문 기자  2002.1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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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석 교수의 우리고장 민속 이야기(24) - 폐백, 재행

대추와 밤은 다산(多産)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 이유만은 아니다. 밤과 대추는 각각 남성과 여성을 상징한다. 이 둘은 어데서든지 함께 한다. 보약에 같이 들어가는 하면, 제사상에도 함께 올라간다. 식품학적인 면에서도 상생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중국어의 일찍 조(早)와 대추 조(棗)자가 음이 같으며, 설 립(立)과 밤 률(栗)의 음이 같다고 한다. 즉, “아이가 일찍 들어서라”는 축원의 뜻이 밤 대추에 있는 것이다.

<폐백은 본래 시집 온 뒤 이튿날에 올렸었다>
신부는 시집온 첫날 정해진 방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에 시부모에게 신랑과 함께 문안인사를 드린다. 문안인사를 올리는 기간은 시부모가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한다. 요인 지역에서는 대부분 3일간 행한다. 이튿날에는 폐백을 드린다. 폐백은 가장 먼저 시부모에게 드리고, 시조부모→시부모형제→시숙형제→고모 등 촌수에 따른 순서로 올린다. 폐백을 올릴 때는 친정에서 만들어 온 닭?술?밤?대추?약포 등의 음식을 올린다. 폐백을 올리는 절차는 먼저 시부모가 자리에 앉으면 각각에게 술 한잔씩을 올리고 절을 올린다. 시부모는 절을 받고 나면 술을 마시고 폐백상 위에 놓인 대추와 밤을 신부의 치마에 던져 주면서 “숫자대로 자식 낳아 잘 길러라”고 덕담을 한다. 폐백시 대추와 밤을 던져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다산(多産)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 이유만은 아니다. 밤과 대추는 각각 남성과 여성을 상징한다. 이 둘은 어데서든지 함께 한다. 보약에 같이 들어가는 하면, 제사상에도 함께 올라간다. 식품학적인 면에서도 상생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중국어의 일찍 조(早)와 대추 조(棗)자가 음이 같으며, 설 립(立)과 밤 률(栗)의 음이 같다고 한다. 즉, “아이가 일찍 들어서라”는 축원의 뜻이 밤 대추에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예식장에서 곧바로 폐백을 드리며, 최근에는 친정부모와 시부모를 함께 모시고 폐백을 드리는 사례도 있다. 전통의례에서 보면, 본질을 망각한 경우이다. 폐백 후 집안에 사당이 있을 경우에 고유(告由)를 위한 사당차례를 올린다. 신부의 시집살이는 보통 4일째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처가에서 치루게 되는 신랑 달아매기>
일주일 이내에 재행(再行)을 한다. 용인 지역에서는 재행을 ‘재향’이라고 한다. 재행은 신부집에서 신랑을 데리러 사람이 오면 신랑 혼자?간다. 신랑은 처가 친척들에게 모두 인사를 한다. 처가의 친척들은 혼례날 자세히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신랑의 됨됨이와 생김을 보기 위해 매우 기다린다고 한다. 또 신부의 또래의 마을 청년들은 신랑의 학문과 재치를 시험하려고 ‘신랑 달아매기’를 한다. 원래는 시운(詩韻)으로 학식을 겨루는 것이었으나, 술이나 음식 대접을 별미로 신랑의 발바닥을 때리는 정도로 변한 것이다. 용인지역에서도 신랑달아매기는 심하게 치뤄졌다. 광목으로 만든 긴끈으로 신랑의 두 다리를 매고는 대들보에 거꾸로 매단다. 아니면 체격이 장대한 총각이 어깨 위에 걸어 매고 북어로 신랑의 발바닥을 마구 때린다. 이 때 여러 가지 조건을 내세우는데, 술은 물론, 신부에게 노래를 시키거나, 신랑에게 다짐을 받아 놓는다. 심한 경우에는 신랑의 명주 바지저고리가 찢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같은 마을의 처녀를 빼앗긴 동리 총각들의 분풀이도 곁들여졌으리라. (강남대 인문학부 교수, 인문과학연구소장. hongssk@kangna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