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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그리워하는 병

용인신문 기자  2002.1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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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의 파적한담 (마지막회)-단심가

此身死了死了 이몸이 죽고죽어
一百番更死了 일백번 고쳐죽어
白骨爲塵土 백골이 진토되어
魂魄有也無 넋이라도 있고없고
向主一片丹心 임향한 일편단심
寧有改理也歟 가실줄이 있으랴

포은선생이 출생하신 곳은 경북 영천이지만 생의 대부분은 경기도에서 보내셨을 뿐 아니라 사후에는 용인땅에 묻혀 충혼의백의 사표로서 사림의 지주가 되셨다.
선생에 관련된 일화도 숱하지만 선생의 문학적 감성은 매우 뛰어나 이미 9세때 문장을 지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하루는 외가에 놀러 갔더니 갓 시집 온 새댁이 멀리 떠난 낭군에게 보낼 편지를 써 달라고 어린 몽주에게 부탁했다.
「도련님은 아직 어리시니 어른들게 여쭈어 주십사」「그런것을 어른들께까지야 .......내가 써드리지요」글을 모르는 여인네의 안타까운 마음을 딱하게 여긴 그는 단숨에 붓을 들어 편지 한 장을 썼다.
<구름은 모였다 흩어지고, 달은 찼다가 이그러지건만 내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습니다....>여인네는 그 글을 보고 조금 미진한 듯 <도련님 써 주셔서 고맙기는 합니다만 너무 짧은 것 같으니 몇 자 더 써 주실수 없을까요?>「너무 짧아서 허전하단 말이지 그럼 더 쓰지요」라고 먼저 편지에 이어서 다음과 같이 썼다.
<봉했다가 다시 뜯어 한 마디를 더 하고자 합니다. 세상에 병이 많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당신을 그리워하는 병인가 봅니다> 아홉 살짜리 소년이 어른의 마음을 이렇게 멋진 글로 표현했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말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청파에 조히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 외교문제로 조정이 시끄러울 때 그의 모친이 아들 몽주에게 적어보낸 시로서 선생의 문학적 감성은 모친의 영향과 철저한 교육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고려왕조는 신흥 군벌인 이성계에게 민심이 돌아가고 고려를 지키려는 포은과 신흥세력 이성계와의 갈등은 깊어만 갔다.
이성계 셋째아들 이방원은 술자리를 만들어 부친 편이 되어 달라고 청하면서 하여가(何如歌)를 읊는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한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에 포은은 변치않는 꿋꿋한 절개를 보인다. 「이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포은 선생의 마음을 알아본 이방원은 그를 제거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선생은 죽는 날 아침 조상의 신위에 절하고 충효를 위함이니 낙심치 말라고 처자에게 이르고 친구 성여완의 집에 들러 술을 청해 마신후 말을 거꾸로 탔다.
말을 몰던 김경조가 이상해 묻자「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이니 맑은 정신으로 죽을수 없어 마셨고, 흉한이 앞에서 흉기로 때릴 것이 끔찍하여 말을 돌려탄 것이다」라고대답했다.
선죽교에 이르자 조영규의 철퇴를 맞아 드디어 순절하시니 그때나이 56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