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해태 등과 같은 상상의 동물 ‘불가사리’를 소재로 다룬 옛이야기 그림책. ‘불가사리’는 쇠붙이란 쇠붙이는 무조건 먹어치우고, 먹는 만큼 몸집이 커지는 상상의 동물로, 고려 말 개성에서 나온 설화로 전해진다.
깊은 산골 외딴집에 홀로 살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밥풀을 뭉쳐 작은 인형을 만들고, ‘불가사리’라 부른다. 전쟁으로 남편과 아이들을 잃은 아주머니는 무기 만드는 쇠를 몹시 싫어해서, 한이 서린 노래를 부른다 - “밥풀떼기 불가사리야/ 너는 너는 자라서/ 쇠를 먹고 자라서/ 죽지 말고 자라서/ 모든 쇠를 먹어라/ 다 먹어 치워라”- 생물처럼 살아 난 불가사리는 쌈지 속의 바늘을 먹기 시작하면서 몸집이 점점 커지더니 나중에는 집채만 해진다. 불가사리는 집을 떠나 이곳 저곳 쇠붙이를 찾아 다니게 되었고, 그러던 중 오랑캐가 쳐들어오자 무기를 먹어치워 나라를 구하게 된다. 불사신 不可殺伊(‘어떤 무기로도 죽일 수 없다’는 뜻)는 서서히 백성들의 마음속에 영웅의 존재로 자리잡게 되고, 권력에 불안을 느낀 임금이 점쟁이의 계략을 빌어 불가사리를 없애려는 음모를 꾸미는데… 어떤 계략일까??? 불가사리는 결국 아주머니를 구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또 밥풀 인형을 만드는 아주머니의 모습 - 전쟁을 겪는 사람들의 아픔을 진한 여운으로 남긴다.
불가사리는 권력자들에겐 무서운 괴물이었겠지만 백성들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수호신으로 나쁜 병과 재앙을 막아준다고 하여 굴뚝에 그려넣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경복궁 아미산 굴뚝에 그림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종종 옛이야기 속에서 이 땅을 지키며 살았던 백성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쇠를 먹는 불가사리>에서는 인형을 앞에 두고 부른 아주머니의 애달픈 노래를 통해 그 당시 잦은 외세의 침입과 권문세족들의 탄압에 억눌려 사는 백성들의 삶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자신을 만들어준 아주머니를 구하기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든 불가사리를 통해 인연과 은혜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귀중한 가르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같은 소재를 다룬 책 <불가사리/ 김중철 엮음, 이형진 그림/웅진출판>에서는 ‘불가사리’가 오히려 백성들을 괴롭히는 괴상한 짐승으로 등장하는 좀 다른 이야기다. <쇠를 먹는 불가사리>가 장중하고 감동적인 섶營철窄?<불가사리>는 정말 재미난 그림과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맛깔스런 우리 옛날이야기다.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책으로 함께 볼 만 하다.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1985년에 만든 영화 ‘불가사리’는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최초의 북한영화이기도 하다. 같은 소재지만, 영화는 ‘불가사리’가 민중을 도와 혁명을 성공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북한판 ‘고질라’란 평을 듣고 있다. 2000년 7월에 개봉됐었다.
글쓴이 정하섭님은 첫번째 상상의 동물 시리즈<해치와 괴물 사형제>와, <열두띠 이야기>, <이 소리 들리니>, 인물이야기 <그림 그리는 아이 김홍도> 등의 그림책에 글을 썼으며, 현재 어린이 책을 기획, 집필하며 좋은 어린이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