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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어머니

용인신문 기자  2003.03.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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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어머니
<본지 논설위원 : 이홍영>

필자가 자주 가는 어느 집의 이웃에 할머니와 그 아들이 살고 있다. 그곳은 자그마한 빌라인데 내가 가는 집은 204호이고 할머니가 사는 집은 203호이다.
아들이라는 사람도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것을 보면 나이를 어느 정도는 먹은 모양이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가 IMF로 부도를 맞아 사업을 정리하고 1년여 전 이곳에 내려와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한다. 부인과 아이들은 원래부터 없었는지 아니면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헤어지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아들이 건설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여 받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일년 내내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출입문은 언제나 굳게 닫겨 있다.
할머니는 가끔 집을 찾아올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외출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아들은 막노동을 하다가도 점심시간이 되면 짬을 내어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들리곤 한다. 혹시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없나 하고.
할머니의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주차장에서 볼 수 있다. 아들이 돌아올 시간이면 어김없이 할머니가 주차장으로 마중을 나온다. 그리고 아들이 오면 아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할머니는 오토바이 좌석에 비닐을 씌운 후 고무줄을 감는다. 눈이나 비, 서리 등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아침이면 아들이 나오기 전에 할머니가 먼저 나와 비닐을 벗기고 아들이 나올 때까지 그 자리를 소맷자락으로 계속 문지르고 있다. 아랫목보다 더 따뜻해지도록......
얼마 전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늙은 어머니의 주름진 아들에 대한 사랑. 이보다 더 눈물겨운 것이 있을까? 가슴이 저려 온다.
굳이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가끔은 혼미해지는 정신으로 늙은 아들을 보는 그 할머니의 따뜻한 눈길에서 지고지순한 어머니의 사랑을 본다.
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를 빌어 쓴 것이지만 한국의 어머니들은 모두 같은 심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어머니로부터 그렇게 교육받으며 살아 왔다. 한국 어머니들의 자식사랑은 무한정이며, 그 크기를 표현할 수가 없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모두 위대하다.
203호에 살고 있는 그 할머니는 오늘도 아들의 오토바이 곁에 서 계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