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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용인신문 기자  2003.04.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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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선 글 / 이억배 그림 재미마주

어 어, 이거 우리 외할머니 얘기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처럼, 구수한 입담이 있는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림책이다. 또 하나, 이야기에 나오는 엄청나게 큰 함지박이며 가마솥, 웬만한 언덕만한 만두소와 울타리 밖으로 한없이 밀려간 밀가루반죽 등, 틀을 깬 이야기 거리가 아이들을 마냥 신나고 즐겁게 만들어 준다. 그에 반해, 우리 어른들은 고정된 틀에 너무 얽매여 있지는 않은지......
이 책을 여러번 본 아이들이 책을 펼치면 으례 할머니와 어린 동물들이 만두피 반죽을 할 때 부르던 노동요(?)를 어설프게 흥얼댄다. "...배불리 먹고도 남아/ 한 소쿠리씩 싸주고도 남아/ 일년 내내 사시 사철/ 냉장고에 꽉꽉 담아/ 배고플 때 손님 올 때/ 심심할 때 눈비 올 때/ 한개 한개 꺼내 먹는/ 손 큰 할머니 설날 만두~" 참 넉넉한 외할머니 인심이, 아니 우리네 이웃의 정이 정말 정겹게 그리운 대목!!!
그림 속 어린 동물들을 통해 호기심 많고 의욕에 찬 우리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만난다. 기대에 찬 표정으로 부엌 문턱에 모여들고, 만두소 만드는데 필요한 잔일을 돕는 동물들의 모습 - 바로 어른들 하는 일에 끼고 싶어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아닌가! 반면, 어른 동물들은 언덕만한 만두소를 앞에 두고 이미 만두 빚는 일에 질려버린 표정이다. 마치 명절 때마다 엄청난 일에 시달리는 우리 주부들의 모습처럼!
아이들은 특히 이야기의 뒷부분에서 탄성을 지르며 신나 한다. - 밀가루 반죽을 보자기처럼 펼치고, 만두소를 모조리 쏟아 붓고, 숲속 동물들이 양쪽 만두피를 잡고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내달린다. 만두 입은 싸리비 만한 돗바늘로 꿰맨다. 엄청나게 큰 가마솥이 등장! 장작불 주위에 빙 둘러 앉아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만두가 익기를 기다린다. - 터무니 없어 보이는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에겐 얼마나 신나는 발상일까?
마지막 장에서는 우리 고유의 전통 겨울 놀이를 하고 있는 숲속 동물들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손 큰 할머니의 넉넉한 표정. 외할머니의 표정?! 겨울 방학이 끝나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겨울 놀이도 체험해봤음 싶다. 물론, 만두만들기도!
글쓴이 채인선님은 경쾌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의 작가란 평을 듣고 있으며, 동화도 이전 동화와 달리 자유로운 상상력과 역할 뒤바꾸기를 통해 사물?세상을 새롭게 보는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그림책으로 <아기오리 열두마리는 너무 많아!>, <토끼와 늑대와 호랑이와 담이와>가 있고, 동화책으로 <전봇대 아저씨>, <내 짝궁 최영대> 등 여러편이 있다.
그린이 이억배님은 전통 민화의 해학과 맛을 어린이들에게 보여 주는 그림책 작가. 한국적인 정서와 전통을 현대에 끌어들이고 절로 웃음이 배어나오는 익살스러운 표현이 특징이다. <솔이의 추석이야기>는 직접 글도 쓰셨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반쪽이>,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