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용인지역 시민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둘러봤다. 기자들이 시민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꼭 들려야 할 여론수렴 창구이기 때문이다.
인구 55만명 중에 20여만명이 살고 있는 수지는 7개의 행정동이 있다. 이 곳에서 자생적인 시민단체로 급부상한 수지시민연대는 시민사회의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시작한지 오래다.
처음 수지시민연대 홈페이지를 만났을 때, 나는 용인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가슴 설레임을 느꼈다. 비록 구성요소는 열악했지만, 지역현실을 감안해 볼 때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용인신문사도 1998년부터 ‘수지넷’이라는 싸이트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다. 물론 목적이 조금은 틀렸었고, 시의적절하지 못했기에 도중하차 했다.
처음엔 미약했지만 새싹의 싱그러움을 느끼게 했던 수지시민연대 싸이트를 취재하기 위해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냈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용인신문을 통해 이들의 사이버 공간을 소개했고, 이후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나에게 수지시민연대를 물어왔었다. 결국 오프라인까지 구성된 수지시민연대는 지역내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는 항상 앞장서 오기 시작했다.
이 같?인연으로 오랜만에 사이트 곳곳에 숨겨져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훔쳐 보았다.
대략 30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는 수지시민연대 싸이트에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어우러진 거대한 여론의 숲이 우거져 있었다. 각기 다른 사고와 다양한 목소리가 적절하게 실려 있는 여론의 숲을 통해 변화하는 용인의 참 모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일부 회원들의 격정적인 글과 실명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회원들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색깔을 보았다. 아마 작은 우려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본다. 개발도시의 과도기적 현상일수도 있기에 큰 걱정은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몇 가지 원론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현재의 수지시민연대는 크게 교통과 주거환경 등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극히 현실적인 문제인 만큼 생존권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또한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한목소리를 내게 만들었고, 삭막한 난개발 도시에서 시민사회의 새로운 커뮤니티 꽃을 피웠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화에 목마르고 그리워지는 것은 왜 일까?
아마 많은 시민들이 나와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왜 시민단체의 몫이 되어야 하느냐고 따질지도 모르지만, 주민들 스스로 무의식적인 가면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수지라는 이름은 행정기관명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다. 수지는 용인시 전체에 비하면 손바닥만한 작은 도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10여년 사이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들어섰고, 웬만한 시 전체 인구가 이 농촌의 도시로 밀려왔다.
내가 알기로 수지에는 등단작가를 비롯한 각계의 문화예술인들이 수 백명에 이르고 있다.
어디 그 뿐이랴. 학계는 물론 정·관·재계에 이르기까지 인적 자원은 다른 어느 도시에 비해 풍부하다. 바로 우리의 이웃사촌들이다. 온전하게 하나의 문화도시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교통·주거환경 등이 선결돼야 하지만, 삭막한 콘크리트 숲에 삶의 향기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문화와 복지의 씨를 뿌리며 작은 묘목이라도 심어야 한다.
지금은 시민단체의 코드가 집단민원에만 집중적으로 맞춰져 있지만, 하루빨리 다음 세대를 위한 다양한 문화의 코드를 찾아야 한다. 물론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만 가능하면 빨리 다양한 시민단체들을 통해 문화인프라 구축을 요구하는 거센 항의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김종경/ 용인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