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올 들어 총 30여회 1만 여명 시위 참여
행정기관, 조정능력 미비…주민들 이기심도 문제
개발행정 폭주로 민·관 갈등, 공동체 의식도 약화
시민·공무원·민원인들 확성기 소음에 ‘볼멘소리’
용인시청을 찾는 민원인들은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평일에도 시청사 정문이 굳게 닫혀있어 차량이 통제되고, 시청사 주차장을 경찰버스들이 이른 아침부터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청사 후문에는 굳게 닫힌 쇠창살문을 사이에 두고 경찰병력과 민원인들이 대치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시위자들의 거센 함성이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고, 구호자의 시 행정 비난구호와 80~90년대의 민중가요 등은 꽹과리, 징, 북소리 등과 함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느낌을 들게 할 정도다. 시위가 절정에 이를 때면 시청사 주변의 상가나 사무실에서는 경찰이나 행정기관에 항의전화를 하는 등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최소 일주일에 1~2회씩 반복된다는 점이다.
4일 시와 경찰에 따르면 올 들어 벌써 30여회에 걸쳐 1만여 명의 시위자들이 시청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였다. 물론 때마다 새로운 민원이 患灸?고질적인 민원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주일에 평균 1~2회씩 시위>
이 과정에서 시청후문 앞 공원주변의 상가와 사무실, 그리고 연립주택단지에서는 잦은 항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A건설 B씨(45·김량장동)는 “벌써 수년째 매주 발생되는 집단소음 때문에 도저히 근무를 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관계 공무원들에게 집회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수차례 요청 했지만 소용이 없어 법적대응까지 고려했었다”고 하소연 했다.
또 인근 B연립주택에 사는 주부 L씨(33세·김량장동)는 “아이가 어려서 낮잠을 자주 자는 편인데, 집회 시위를 할 때면 아이가 잠은커녕 놀래서 우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소음 규제가 안되면 다른 조용한 곳으로 이사를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민원 때문에 시청을 찾은 시민들과 근무 중인 공무원들은 “밖에서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와 음악소리 때문에 근무를 할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현상은 집회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음 대부분이 고성능 확성기를 통과한 격앙된 목소리나 타악기, 전자음 등으로 점점 소음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 때문이다.
인근 상가주민 B씨(38?여)는 “어느 집회 때는 심지어 시위자들이 상여를 메고나올도 있었는데, 상여 나가는 소리까지 들릴 때면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집회방법론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시위현장 주변은 수년째 피해>
최근 일련의 집회 성격을 보면 △도시기반시설 중 혐오시설 건립반대 △각종 피해보상요구 △이주 및 생계대책요구 △아파트 하자보수 요구 △도로개설반대 △공원지정 요구 등 다양한 민원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시는 90년대 초반부터 급속한 개발도시로 변모하면서 각종 민원이 생겨나고 있다. 시위 역시 인구증가와 비례하듯,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다. 이는 대부분 님비증후근(Nimby Syndrome)으로 볼 수 있다.
자기지역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현상을 지역이기주의, 즉 ‘내 뒷마당에서는 안된다(not in my backyard)’는 님비(NIMBY)현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님비현상의 발생원인을 크게 △정치와 행정에 대한 불신과 상호 의사전달 체계의 부재 △정책담당자의 조정능력 미비 △주민의 지나친 이기심 등으로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공동체 의식의 약화나 정치권력의 통제성 약화 등의 거岵?환경요인들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반면, 최근엔 님비증후군과 대응되는 임피현상(IMFY)도 심화되고 있다. 임피현상은 자기 지역에 이득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거나 관할권을 차지하려는 현상으로 용인지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일명 핌피증후군(Pimfy syndrome)으로 볼 수 있는데, 금전적 이익이 기대되는 지역개발이나 시설 입지 등을 둘러싸고 지역간에 벌어지는 집단적인 행동을 말한다.
이 같은 현상은 주요 도로나 철도 등의 사회기반 시설이나 행정기관의 입지, 지역 내 고용효과가 있는 대규모 공장 유치 등을 놓고 지역 간에 이해가 대립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 또한 점차 사회 문제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 ‘님비증후군’과 반대로 ‘임피현상’도 심화>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정치성을 배제한 집회·시위 등의 증가는 ‘시위로 집단민원을 해결하려는 시위만능 풍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단적 시위가 법적해결보다 빠른 묘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적·사회적 환경의 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소모적인 집단시위문화는 사라져야 한다는 게 충정어린 시민들의 중론이다. 최소한 똑같은 사안을 놓고 수차례 집회를 하지 않도록, 행정기관부터 적극적인 조정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집회나 시위가 잦아지면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집회 때마다 경찰병력을 투입할 경우 민생치안을 위한 치안력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치안 서비스 제공이 약화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