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위 선진국에 나가면 자조의 말을 하곤 한다. 보도블럭을 누덕 누덕 기워서 사용하는 모습을 대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 같았으면 벌써 뜯어내 갈아치웠을 것이다. 음식이 늦게 나오면 빨리 안나온다고 난리났을 것이다. 앞차가 얼쩡 거리면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난리났을 것이다. 백년전에 지은 누추한 건물을 손봐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우리같았으면 벌써 때려 부수고 다시 지었지.
그러나 "우리 같았으면 어떠했을 것이다"라며 자조 한번 하면 그뿐이다. 선진국민들의 합리적이고 정리된 생활방식이 순간 부럽지만 자조하면서 화통하게 한번 웃으면 그뿐이다. 우리의 모습을 별로 부끄러워 하거나 뉘우치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꼭 따라붙는 한마디는 "역시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야." 한국땅을 다시 밟기도 전에 배울점은 모조리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많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선진지 견학이니 벤치마킹이니 하면서 해외를 둘러보지만 매번 우리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는다. 제도적인 모순을 고치거나 비합리적인 생활습성을 바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개인의 교양이나 경험을 쌓는 정도에서 멈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연 학연 이것저것 따져야 하고, 생활습성이나 국민성도 한순간에 바꾸기 힘들다.
지난 6월 용인시의회 선진지 견학팀은 영국 런던의 킹스턴 구의회를 방문했다. 낡았지만 정갈하게 정돈된 건물과 집기에서 구의회의 전통과 저력을 느꼈다. 특히 그곳 의의원들은 순전히 무보수 명예직으로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서 구민을 위해 봉사차원의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회의도 회사 일을 마치고 가정에 돌아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저녁 8시에 모여 차한잔을 마시면서 한단다. 의원과 의회의 권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합리적이고 시민과 대등한 지위의 부지런하고 존경받는 봉사자들의 모습이 떠오를 뿐이다. 진지하게 킹스턴 구의회를 방문한 의원들에게서 어떤 변화를 기대해도 괜찮을 듯 싶다.
배우고 느끼고 고쳐야 한다. 유럽의 선진나라 거리 곳곳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최소한 100년전, 심지어 1000년, 2000년전의 문화유산을 대하면서 이나라 조상들은 이러고 있을 때 우리 조상은 무엇을 했나하고 자조만 할게 아니다. 수백년 후 우리 후손들이 우리를 비난 하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한다. 작은 일, 작은 구석부터 바꿔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