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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인생-박상식, 배연옥부부

용인신문 기자  1999.10.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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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요? 농업의 세계는 무궁무진해요. 자연과 호홉하거든요. 인위적으로 되는게 아니에요. 아직도 버섯의 20%밖에 모릅니다."
초자 농업인에서 베테랑 농업인으로 변신한 박상식·배연옥(48)씨 부부. 양지에서 버섯농사를 짓고있는 동갑네기 박씨 부부는 지난 84년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농사일에 대해 낫놓고 기억자도 모를 정도였다. 이제는 척척 박사다. 그럼에도 아직도 농사를 제대로 알려면 멀었다고 겸손해 한다.
78년 중매로 결혼한 박씨 부부는 결혼한지 10개월만에 박씨가 이국만리 사우디아라비아 근로자로 파견되면서 생이별해야 했다. 박씨가 출국한 지 1개월 후에 태어난 첫딸. 그때의 생이별이 한이라도 된 듯 두 부부는 귀국 후 항시 함께 할 수 있는 농사를 생업으로 정했다.
84년 귀국한 박씨는 그해 10월 서울집을 정리하고 부인 배씨의 친정이 있는 용인에 새보금자리를 꾸몄다. 양지면 추계리에 정착한 그들은 돼지 키우는 일에 뛰어들었다. 배씨의 사촌동생이 양돈을 했는데 괜찮아보였다. 40두로 시작한 박씨 부부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논 3000평을 도지얻어 논농사도 지었다.
배씨는 시집가기 전 농사일을 해봤지만 박씨는 왕초보였다. 낫질도 못했다. 땅을 쳐 낫 이가 나가기 일쑤였고 엉뚱하게 발을 찍기도 했다. 아예 일을 분업 했다. 논둑의 풀베는 일을 비롯해 농약주고 비료 주는 일은 아내 배씨가 맡기로 했다. 박씨는 기계를 움직이거나 큰 힘이 들어가는 일을 전담했다.
하루 반나절은 두 내외가 돼지우리를 치웠다. 리어커가 들어가지 않아 분뇨를 통으로 져날랐다. 비오는 날 아니면 물로 치우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86년까지 이들 부부가 사는 전나무골에는 전기가 들어가지 않았다. 산아래 외딴집에 살다보니 전기를 끌어들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펌프로 먹을 물을 퍼올려야 했고 돼지가 먹을 물도 지게로 져날라야 했다.
참으로 고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정직한 농촌이 좋았다. 노력하면 노력한 대가가 박씨 부부의 손에 쥐어졌다. 양돈 사업은 의외로 잘됐다. 궂은 일이었지만 보람이 컸다. 노력한 만큼 결실이 쌓이면서 땅도 조금씩 장만할 수 있었다.
당시 시골에는 젊은 인력이 거의 없었다. 동네 노인들은 젊은 부부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박씨는 봄에는 남의 논을 로터리 쳤고 가을에는 타작일을 했다. 추계리 근처 절반 정도는 털었다. 로터리를 칠줄몰라 이리저리 몇번씩 오가다보니 흙이 고와져 모심는 사람들한테 오히려 칭찬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로 웃음이난다. 남의 농사일을 도와주면서 그 대가로 벼를 받았다. 저축도 할 수 있게됐고 농지도 불려나갈 수 있었다.
젊은 부부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힘들어도 자고 일어나면 게운했다. 한때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농촌을 떠날까도 생각했다. 도심으로 나가 어엿하게 공부를 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맘을 가라앉혔다. 열심히 농사를 짓기로 결심을 굳혔다.
주변에 버섯 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씨 부부는 버섯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완전한 버섯 초자인 이들 부부에게 장벽은 너무 많았다. 벼농사나 돼지키우는 일은 큰 기술없이도 하다보면 됐지만 버섯만큼은 재배 기술이 필요했다.
첫해에 표고버섯 8000본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종균 선택부터 표고목 고르는 일, 수확하는 방법, 선별 포장하는 일 등 모든일에 무지했다. 종균회사에 가서 아무 종균이나 주는대로 사다 심었다. 접종 후 가을 수확을 기다렸으나 버섯이 나오지 않았다. 철별로 종균이 있다는 사실을 박씨 부부는 알 리 없었다. 이철저철 종균이 뒤죽박죽 섞여있어 초기의 어려움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수확하는 방법도 모르는 박씨 부부는 균을 남겨야 또다른 순이 나오는줄 알고 표고버섯을 잘라냈다.
통째로 뽑아내지 않으면 표고목이 썩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표고목도 산판하는 사람한테 부탁해 아무거나 세웠다. 나중에 알고보니 참나무도 굵기를 선별해야 하고 세우는 방법도 있었다. 버섯 시세도 모르고 선별도 못하니 장사꾼은 좋다고 이들 부부를 찾아왔다. 주변 사람들한테 물으니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자를 줄이기 위해 포기할 것을 권유했다. 박씨 부부는 버섯에 승부를 걸어야겠다는 오기가 생겨 죽기 살기로 일했다. 2년정도 지나면서 종균의 계절별 분류를 간신히 마쳤다. 이리 저리 버섯농가를 찾아나섰다. 의외로 버섯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깨너머로 동냥 지식을 하나 둘 얻어듣기 시작했다. 핵심은 몰랐지만 어느정도 버섯 재배의 요령이 터득됐다.
배씨는 영동이나 서산도 멀다하지 않고 표고버섯 재배 단지면 어디든지 찾아나섰다. 누구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어깨너머로 제품의 선별 방법도 배웠고, 어느때 따야 가격이 좋은줄도 알게됐다. 점심도 굶어가며 손끝이 아리도록 버섯을 따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