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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이후에 지구를 정벌할 위험한 동거자 바퀴벌레

용인신문 기자  2003.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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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바퀴벌레 / 데이비드 조지 고든/ 뿌리와이파리 /번역서 / 2003-06-30

따뜻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바퀴벌레는 초여름 장마철에 엄청난 기세로 창궐한다. 한 마리의 바퀴벌레가 4500만 마리로 자기 분열하는 엄청난 번식력! 정말 짜증나는, 지구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할 해충 중의 해충! 하지만 핵전쟁이 일어나 인류가 멸망해도 결코 멸종하지 않고 끈덕지게 버틸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것이 바퀴벌레이다.
그러나 저자 데이비드 조지 고든은 바퀴벌레를 해충이라고만 단정 지을 순 없다고 주장한다. 바퀴벌레는 인간을 위해 실험 대상이나 의약품의 원료, 심지어는 인간과 동물의 먹이와 애완동물로도 각광받는 이로운 곤충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바퀴벌레를 보거나 떠올리면 `혐오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오랜 타성일 뿐이다. 사실 바퀴벌레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려온 문화 속에서 알게 모르게 주요한 소재로 자리잡아왔다. 흥행을 거둔 영화 「조의 바퀴벌레」나 카프카의 『변신』 등 영화, 음악, TV 드라마, 심지어 문학작품에 이르기까지 바퀴벌레는 각 장르에서 놀라운 활약상을 보였던 것이다. `바퀴벌레=더럽다`는 등식은 인간이 바퀴벌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만과 편견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예다. 실제로 바퀴벌레는 평소에 늘 몸단장에 신경 쓰는 매우 청결한 곤충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바퀴벌레를 벗 삼아 살고 있는 곤충 전문가가 쓴, 바퀴벌레에 관한 백과사전이자, 바퀴벌레를 위한 유쾌한 변론이다. 바퀴벌레에 대한 생물학 기초 상식과 그들의 출생, 먹이, 섹스, 죽음을 다루고, 바퀴벌레가 인류와 만나 함께 엮어낸 다양한 문화는 물론이고 바퀴벌레를 퇴치하는 온갖 방법들까지도 함께 엮었다.
이 책은 ‘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동물’ 순위 1위를 기록해온 이 곤충의 생활습관에서부터 이들이 출연한 소설 영화 그림에 이르기까지 ‘바퀴벌레의 모든 것’을 시시콜콜하게 다루고 있다.
독자가 가장 관심을 가질 부분은 역시 바퀴벌레 소탕법. 가장 중요한 것은 바퀴가 숨어있을 만한 은닉처를 수색하는 것이다. 바퀴는 자기 몸에 딱 맞는 비좁은 공간에 끼어있기를 좋아한다. 출근길 전철 등 비좁은 공간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의심해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수분이 많은 환경도 바퀴벌레가 좋아한다. 음식찌꺼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고금의 기상천외한 ‘믿거나말거나’식 바퀴벌레 박멸법도 소개되어 있다. 프랭크 코웬의 ‘곤충사의 기이한 사실들’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적혀 있다. “이들 해충에게는 다음과 같이 쓴 편지를 보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오, 너는 내게 오랫동안 말썽을 피웠으니 이제는 나가서 내 이웃들에게 말썽을 일으켜라.’ 이 편지는 그들이 무리지어 나타나는 곳에 두어야 하며 봉한 후 다른 이에게 통상적인 편지 형태로 전해야 한다.” “봉투에 바퀴벌레를 몇 마리 넣고 거리에 던져두면 남아 있던 놈들이 동료들을 찾아 나갈 것이다.” “거울을 보여주면 놀라 사라진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