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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적 동반자살’사회적 보호장치 마련돼야

용인신문 기자  2003.08.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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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빚 비관 다수…사회적 부조리도 한 몫

<이슈추적 - 자살신드롬>

최근 언론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사고 소식은 ‘자살’이다. 카드빚으로 인한 자살은 이제 충격도 아닐만큼 무뎌지기도 했다. 아들의 카드빚을 다 못 갚아주겠다는 60대 노인의 자살, 고교생인 아들이 성적을 비관해 목을 매자 아버지가 같은 방법으로 자살한 사건, 더욱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사건이후 언론에서는 아예 ‘자살신드롬’, ‘자살광풍`$$`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러나 자살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같이 죽어야 된다’는 식의 동반자살로 얼룩진 사진들이 언론보도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타살이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동반자살로 묶여버린 노부모와 아이들.
30대 주부가 남편의 카드 빚을 비관해 아파트에서 두 자녀를 추락사시키고 막내는 함께 안고 투신자살한 사건, 지난달 29일 용인 풍덕천동에서는 카드빚에 몰린 회사원이 60대 노모와 세살배기 아들을 살해한뒤 자살하려다 실패한 사건, 이렇게 자신의 비관으로 노부모와 아이를 살해한 사건들은 아예 분노를 자아냈다. 또 지난 13일 부도위기를 맞은 중소기업 사장은 그의 부인과 함께 용인 양지면 한 모텔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하는 등 사회를 향한 원망과 생명경시풍조가 맞물리면서 전염병처럼 번지는 이들의 자살러시가 일종의 ‘현상’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나라에서 실수에 대한 사회적 처벌을 두려워하는 분위기, 빠져나갈 길을 막아놓는 부조리도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 중에 하나이다.
자살을 정당화시키는 논리는 결코 아니다.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는 ‘타살적 동반자살’만큼은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난·취업난 등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사회 전반에 걸친 불신과 원망, 갈등 심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사회적 예방 및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자살 건수는 모두 1만 3055건으로 2001년 1만 2277건에 비해 6.3% 증가했다. 하루 평균 36명이고, 1시간 당 1.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1998년 IMF 사태로 1만 2458건에 이르렀던 자살 건수는 99년 1만 1713건으로 줄었다가 2000년(1만 1794건)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또 사업 실패에 따른 자살은 2000년 786건이었지만 ▲2001년 844건 ▲2002년 968건 등 해마다 큰 폭으로 늘었다.
또 용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 현재까지 자살발생건수가 36건으로 15일 평균 2.3건에 비해 최근 8월1일부터 15일까지 자살발생건만도 7건으로 평소대비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남사면 74세 할머니가 골다공증으로 통증이 심한데도 경제적사정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자 제초제를 마시고 목숨을 끊었으며, 기흥읍 농서리에 간경화로 혼자사는 53세 남자는 자식들이 돌보지 않자 신세를 비관하다 제초제를 마시고 숨졌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우울증에 시달려온 노인들의 자살은 꾸준했으며, 요즘 경기가 침체되면서 생활고를 이유로 자살하는 경우가 늘기는 했다”며 “이유야 어찌됐든 가족의 생명도 자신이 빼앗아도 되는 것처럼 생각해 노인과 아이들이 무고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보릿고개의 어려운 시기에도 그들은 목숨을 이렇게 쉽게 버리지는 않았다. 외환위기다, 불황이다 해도 절대 빈곤층은 줄었는데 사회적 강요나 최면에 못이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자신의 소득은 1만달러도 안되는 상황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를 따라가려하는, 이렇게 씀씀이가 커져버리고 눈은 높아졌고, 욕심은 자신의 능력밖이지만 이를 채우지 못한 빈곤감이 최대빈곤감이라고 느껴버렸다. 그러나 개인파산이나 실패에 이르면 재기할 수 있는 문이 좁은 사회구조속에 이러한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자성이나 가족을 개인의 인격체로 존중해야하고, 노부모를 보살펴야 하는 당연한 의식을 제고해주는 기관이나 단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