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시 승격과 인구 급증…잇단 조직확대로 쾌속 승진
일부 공무원들 민선시장 눈치보기 급급…정실인사 논란
잦은 인사 이동으로 전문성 결여…시·주민 모두 피해
내부 갈등 부추기는 일부 정치공무원들의 물갈이 시급
<특집-지방자치 10년과 공직인사 진단①>
민선시대를 맞아 용인시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시 승격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4대 지방선거가 지방자치 시점이라 한다면 민선시대의 역사는 불과 10여 년이다. 민선자치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용인신문이 지령 500호를 맞아 10여년에 걸친 용인시 공직사회의 변화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난개발과 집단민원으로 조용한 날이 없는 용인시. 그러나 공직자들에는 기회의 땅임에 틀림없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인사적체로 신음하고 있지만, 용인시는 해마다 전입인구 전국 1위를 기록, 행정수요가 늘고 있다. 이는 공직사회의 조직과 공무원 정원 증가를 불러온다. IMF이후 용인시도 공직사회에 구조조정이라는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쳤지만,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하는 등 명퇴자나 퇴출공무원들에게 물꼬를 터 주었다.
96년 전후 용인시의 인사구조는 군단위 행정으로 농업직 인력이 주를 이루었고, 상위계급은 4급1명, 5급 2명 정도가 고작이었다. 따라서 구조조정은 진급의 희망을 잃은 농업직 인력을 내몰았다.
시승격 이후 조직확대에 따른 승진요인이 대거 발생, 98년 구조조정시에는 도청 공무원과 승진속도가 비슷할 정도였다.
도시의 변화가 없었던 수원, 오산, 화성, 안성의 경우 7급 이하의 경우 승진기간이 평균 8년이 걸렸다면, 용인시는 불과 4년으로 단축되는 파격적 인사가 시작됐다.
<구조조정 바람에도 쾌속 승진 시작>
구조조정은 공무원 정원동결 등 자연스런 승진기회를 부여했지만, 같은 직급내의 공무원들 사이에는 심각한 갈등 양상이 시작됐다.
예를 들어 6급 진급자가 91년도에 7명이고, 92년도에 10여명인 상황에서 5급 승진요인이 생기면 갈등과 암투가 벌어지기 일쑤였다. 7급 이하의 하위직도 마찬가지다. 94년도부터 98년도까지 정기 인사때면 동일직급이 한번에 50~60명이 진급을 했고, 그만큼 신규자를 채용했다. 따라서 진급시기가 되면 승진에서 누락된 공무원들의 근무의욕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 같은 소외감은 인사고가를 담당했던 상급자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까지 이어져 보이지 않는 내부 갈등도 많았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면 뭐하냐, 누구 뒤에는 누가 있는데…” 공직내부에서 이 같은 푸념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결국 상급자에 대한 배신감은 지휘체계의 붕괴우려를 낳기도 했다.
특히 같은 7급 동기중 한명이 6급으로 진급해서 상사로 올 경우 계장과 차석이라는 상하관계가 형성, 대화의 단절 사태까지 벌이지기도 했다고 한다. 대규모 승진인사도 많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인사후유증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인사 후유증으로 갈등 심화>
관선시절 시장·군수의 임기는 2~3년으로 모든 정책이나 사업에 연계성을 가졌다. 또 직원들에 대한 성격과 업무능력 등을 파악, 인수 인계가 가능했다. 업무성격에 맞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장기간 근무가 가능했고, 민원이 발생했거나 인력동원 등의 문제가 생기면 지휘체계를 확립해 일사불란한 능력을 보여왔다. 물론 장기간 근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있지만, 전문성 확립에는 적정한 임기보장이 필요했다.
그러나 민선시대에는 공무원들이 표로 보이기 시작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고위 간부의 직책이 바뀌고, 전임자가 결정한 사업은 연계성이 끊어지기 일쑤였다. 새로운 당선자는 전임 단체장 조직이나 정책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에 있어서는 국장급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최소 과장급 이상이면 정치공무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곳이 용인시다. 그만큼 선거 기여도와 지연, 학연 등을 따진다는 말로 해석된다. 또 단체장이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시 인사정책에도 많은 변수가 작용된다.
시 인사를 전후해서는 “어떤 공무원이 어떤 후보를 지원했느니, 누구는 누구 사람이다” 등등 무성한 말이 나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소문은 요직과 한직은 명확하게 구분시킨다.
이 과정에서 괴문서가 나돌거나 특정 공무원에 대한 음해와 비방도 떠돈다. 결국 새롭게 당선된 단체장들은 아부 공무원들의 말에 귀가 멀어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인사권자 귀를 멀게 하는 비방·음해 많아>
심지어 어떤 공무원이 퇴근 후 누구를 만났고, 어느 인사와 교분이 두텁다는 등의 말까지 단체장의 귀에 들어간다. 따라서 공직내부에서 조차 경계의 대상이 누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동료 공무원들조차 서로를 믿지 못하게 하는 위화감이 조성되기도 한다.
또 과거에는 불만세력으로 분류됐던 공무원들이 단체장이 바뀌면 요직에 등용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서열, 혈연, 학연, 지연 등 정실인사를 피한다는 명목으로 파격적인 인사행렬에 합류한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의 틀이 깨지면서 공직상하간, 계층구조가 무너지는 기현상을 유발시키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 결국 잘못된 인사가 공직기강 해이까지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손실도 많다. 민선 단체장 입맛에 맞는 인사로 인해 업무의 연계성이 떨어진다. 기구 조직 개편에 따른 잦은 인사로 경기도, 행정자치부, 인근 시·군과의 업무 연계성은 물론 유대관계가 단절되면서 협상능력이나 정보공유 능력이 현저히 낮아지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잦은 인사로 타기관과의 연계성 떨어져>
이 같이 서열파괴나 갑작스런 인사이동은 시행착오와 혼란을 가중시킨다. 96년 시승격 이후 단행된 인사이동은 벌써 10여 차례 이상을 훨씬 넘어섰다. 그것도 대폭적인 인사발령으로 인한 업무의 안정성 결여, 인수인계가 잦다보니 민원처리의 지연, 업무 미숙 등으로 시민들의 불만과 피해만 더욱 커진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렇다보니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란 말이 사라진지 오래됐다는 게 공직내부의 중론이다. 이는 단체장이나 주요 공직자, 지방의원들의 입김까지 시 인사에 상당부분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공무원이 자기 신상과 안위를 위해 단체장, 혹은 특정 정치인에게 아부와 충성을 맹세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다. 선거 때가 되면 양진영을 오가며 유력 후보의 줄에 서고, 공공연히 선거공신임을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 또 승진인사에서 제외되면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정치공무원 척결하고 능력위주 인사해야>
용인시는 수없이 많은 집단민원이 쌓여있다. 그럼에도 쾌속승진을 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업무능력이나 행정서비스의 질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직도 복지부동을 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많고, 공직기강 해이는 물론 기획력이나 추진력도 없이 요직에 앉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공무원들도 부지기수다.
따라서 시 내부에서조차 다가올 정기인사때는 다양한 영역에서 철저한 업무능력평가를 통해 검증받은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