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에 시장(市場)이 있었다. 어느날 부터인가 이곳 시장에는 인근 바닷가에 ‘인어’가 살고 있다는 얘기가 퍼져 나갔다.
시장이란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세상 물정을 듣는 곳. ‘소문’이 오래되다 보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것처럼 시장바닥에 파다하게 퍼진 인어 얘기는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거치며 부인할 수 없는 ‘진리’로 자리를 잡게 됐다.
너무나 많은 대중이 인어를 믿었기 때문에 설마설마 하던 이들도 나중엔 인어의 존재를 당연시 하게된 것이다.
경험론을 편 영국 철학자 베이컨의 ‘시장의 우상’을 설명하기 위해 구성한 얘기다. 시장의 우상이란 관찰과 경험 없이 말(언어) 그대로를 받아들여서 그말이 맞을 것이라고 믿어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즉 말에 의해 만들어지는 잘못된 생각을 지적하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에 유행하는 말 하나가 ‘세대교체’다. 각 당 안팎에선 구시대 정치인들을 청산하고 새로운 세대로 판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대교체라고 하니 당연히 ‘386’이니 ‘젊은 피’니 하는 얘기가 이어진다.
실제 지난 1일 한나라당 서울 광진갑지구당과 금천지구당에서 실n된 위원장 경선에서는 41세의 당직자와 38세의 변호사가 연장자들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쯤 생각해보자. 우린 ‘세대교체’라는 단어에 막연한 우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세대교체가 되면 좋다’는 명제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검증된 것인가.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신으로 “뭔가 좀 바뀌었으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던 중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과 소문이 회자되면서 ‘진리’로 굳어진 것은 아닐까.
물론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세대교체라는 것은 단순히 젊은 사람들을 중용하자는 게 아니고 기존의 부패하고 고루한 구도를 바꾸자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을 한다.
그러나 ‘세대교체’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이미 연령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어느샌가 우리에게 세대교체는 젊은층의 약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교체’는 어디에도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정치인은 청렴함과 올바른 철학, 풍부한 식견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 같은 조건들은 나이와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나이가 적은 사람이 더욱 청렴하다고 할 수도 없으며 나이가 많은 사람이 보다 풍부한 식견을 갖췄다고도 할 수 없다.
결국 연령을 잣대로 말하는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는 막연한 주장과 소문에 의한 ‘시장의 우상’일 뿐이다. 단지 젊다는 이유로 내년 총선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같은 젊은이로서 자신이 갖춘 조건을 냉철히 돌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설픈 신세대가 대사를 그르치는 일 많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