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9월 23일 핀랜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열리는 ICOM(세계박물관협회)의 미술분과(ICFA)회의에 참석 차 몇 년만에 북유럽을 방문했다. 모든 것들이 그곳에 그대로 변함이 없어 반가웠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흘름’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동남쪽 발틱해(Baltic Sea)와 내륙으로부터 동서로 길게 퍼진 몰라렌 호(Lake malaren)가 만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이다.
이들의 크고 작은 섬들은 4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어 매우 인상적이다. 그 위로 아래로 거미줄 처럼 연결된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교통망이 잘 되어 있어 섬이란 것을 잊게 한다.
스톡홀름은 50여개의 박물관. 미술관들이 자리 하고 있다. 그럼에도 20세기 후반에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을 건립한 것은 그들의 문화적 시위가 아닌가 싶다.
스페인의 건축가인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 1931- )가 설계한 이 초 현대식 건물은 현대박물관. 미술관 건축사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건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왕궁이 위치한 섬의 바로 동쪽에 있는 작은 섬은 ‘셈스홀멘’ 동쪽 바위 위에 남쪽을 향해 길게 뻗어나간 이 현대미술관은 정면에서 보면 전체의 건 을 보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그 이유는 이 건물이 현재의 동양 미술박물관(원래는 17세기 유럽 전쟁 당시 해군 병기창)의 기다란 건물의 바로 뒤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입구와 전시실이 있는 1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위를 밑으로 파고 들어있기에 반대편에서 보는 건물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건물의 입구는 너무나 검소하다. 그러나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이 건물의 최대의 장점인 “빛이 충만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곧 알게 된다.
건물의 바닥과 남북으로 길게 뻗어 각 전시실을 연결하는 복도의 벽 그리고 각 전시실 사이에 설치된 아코디언 같은 모양의 문 양쪽을 장식하는 밝은 색의 스웨덴산 목재의 부드러운 촉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장품에 놀랐다.
크고 작은 많은 미술관을 다녀본 나로서는 이곳에서 명화 중의 명화를 감상했다. 특히 7점이나 되는 ‘렘브란트’의 작품중 정말 발이 멈추고 움직여지지 않는 만년의 자화상 명암의 처리는 도저히 인간이 그린것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미술관의 또 하나의 백미(白眉)는 식당이다.
높고 넓은 이 식당에서는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차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먹은 샌드위치와 커피 향은 일품이다
건축가 “모네오”는 이셈스홀멘 섬에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으나 넓은 공간을 확보하여 두 개의 미술관을 지을 생각을 하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즉 이 건물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스웨덴 및 유럽의 다양한 현대미술을 적절하게 보여줄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겉 모습이 ‘기념비적’인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유혹을 떨쳐 버리고 건물과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면서 그 안에 담긴 미술품들의 특징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 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스톡홀름시가 많은 섬으로 이루어졌으나 하나의 통일된 도시를 형성하는 것 처럼 독특한 여러 개의 분리된 듯한 공간들 즉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의 전시실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미술관을 이루도록 설계하였다고 한다. 전시될 미술품들을 가장 중요한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미술관 설계에 있어서 기본이지만 겉 모양에 치중하는 풍토가 20세기말에 유행함에도 개성있는 지조는 먼 훗날 높은 평가가 있을 것이다.
섬세한 건축가의 정성을 엿볼 수가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작은 정원이 보인다. 무엇이 보일 듯 말 듯 전혀 무리없이 보이는 피카소(Pablo Picasso)의 대형 인물 조쓸湧?정다운 가족 처럼 모여있는 모습이다.
자연과 미술품의 어울림. 그곳에서 인간과 평화의 조화를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