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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가 아닌 ‘이웃’으로

용인신문 기자  2004.02.27 1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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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선 아닙니까"

최근 탈북자들의 잇따른 범죄가 사회문제로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탈북자들에 대한 처우과 관리실태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이에 김량장동의 10여평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탈북자 가정을 방문, 용인에서의 생활상을 들여다봤다.

탈북자 A(남·35)씨는 지난 1997년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중국으로 건너가 2000년 한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3년만에 한국땅을 밟았다.

국정원 조사를 마치고 `$$`하나원`$$`에서 6개월 가량의 생활을 한 후 용인으로 오게 된 A씨는 같은 시기에 탈북한 B(여·22)씨와 사랑에 빠져 2001년 가정을 이뤘다.

이미 2살된 건강한 아들도 있고 마냥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부부에게 어려움이 있을까 싶지만 한국인들의 보이지 않는 편견과 불평등한 대우, 매끄럽지 않은 대인관계 등으로 부부의 가슴은 멍들어 가고 있었다.

현재 A씨는 지병으로 요양중이며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아내는 아들을 돌봐야 하는, 사실상 소득이 없는 형편으로 국가에서 지급하는 20여만원의 생계비로는 자신의 건강 검진 비용이나 약값도 부담스런 형편이다.

현행법 상 탈북자 특례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일년이 지나면 가정 내 소득기준으로 판단,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되거나 일반기초생활대상자로 분류돼 수급액이 반이상 줄어들고 보험료도 2종으로 바뀌게 돼 전체의료비의 20%를 본인이 부담한다.

"저는 가장입니다. 내 손발만 맘대로 쓸 수 있다면 절대 다른 사람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A씨가 굳게 다문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정말 급박하고 힘든 상황에서 관계기관에 도움을 의뢰할 때 어떤 기준으로 탈북자의 생활수준과 소득을 판단하는지 알 수 없으나 원칙만을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마치 일부러 일 안하는 사람인 양 대접할 때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남한 사람들 중에 힘든일이 싫어 기초생활대상자 신청을 하고 그 보조비로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 탈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지원금이나 자치 단체나 기관에서 보내주는 성금도 물론 고맙지만 그건 한번으로 끝이다. 정말 중요한 건 국가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용안전센터에서는 탈북자들의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을 실시,직업을 알선해 주고 있다.

이와 관련 A씨는 "미용, 컴퓨터, 중장비 읊?및 요리 교육정도를 시켜주면서 생계수단을 찾아주었다는 것은 억지가 아니냐"며 "그 기술이 그 사람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지 어떤지는 확인도 안하고 똑같은 교육을 획일적으로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어 말했다.

이어 "같은 한국사람끼리 누구는 한국사람, 누구는 조선족, 탈북자로 나누어 일터에서 조차 차별 대우를 하고 급료도 적게 주는 게 말이 되냐"며 "이제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이웃처럼 대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탈북자들의 범죄에 관련해 A씨는 "남한 사람들도 친구들과 모여 술을 먹다 보면 싸움도 하고 평소 사이가 안좋았던 사람과 다투기도 하지 않느냐"면서 "단지 탈북자이기 때문에 사소한 싸움이나 문제에도 크게 대두되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남한 적응 교육을 받고 사회로 나온 탈북자들이 벌써 50기가 넘었지만 탈북자간에 교류는 거의 없다"며 "저희가 교육 받을 때만 해도 안산에서 건물은 달랐지만 남녀가 함께 생활했는데 지금은 안산은 남자, 분당은 여자로 나뉘어 남녀간의 교제도 불가능하고 교육기간도 짧아 서로 친해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범죄는 혼자 사는 남자나 여자에게서 주로 일어나, 문제 방지를 위해서라면 남녀 교제와 탈북자간의 교류가 수월토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A씨는 "작년에 용인시 내 거주하는 탈북자들의 모임을 일년에 단 몇 번이라도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담당자에게 부탁한 적도 있다"며 "명절이나 공휴일은 우리에게 제일 가슴 아픈 날인데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정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고 한숨지었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지금보다 서로 정보도 나누고 한국에 적응하며 힘들고 어려운 점도 이야기하고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면 탈북자의 범죄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