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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한울타리 안에 살아요

용인신문 기자  2004.04.08 2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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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동네가 점점 작아지고 흩어졌지만 저희는 자식들이 언제고 찾아올 수 있는 고향이 되고 싶습니다”

분주히 고기를 썰고 상추를 씻는 옆에는 걸레를 들고 혹시 빛을 잃을새라 열심히 닦는 주부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구성읍 언남2리 ‘한울타리(회장 이효균)’의 23명 회원들은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는 눈이오나 비가 오나 빠짐없이 마을의 경로당을 찾아 청소를 하고 맛있는 점심을 대접한다.

이미 2년째 한번도 거르지 않고 경로당을 찾고 있는 한울타리 회원들은 언남2리 부녀회의 30~50대 주부들이 점점 해체되어가는 마을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정기적 모임을 갖기로 의기투합해 결성됐다.

마을 부녀회장이자 한울타리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정미 씨는 “부녀회원은 많지만 바깥일에만 주력하는 것 같아 젊은 사람들 위주로 주변의 이웃부터 살피자는 생각에 이 모임을 결성했다”며 “동네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대청소도 하며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이웃이 아닌 가족이 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경로당에 들어가는 음식값이나 부자재비를 회원들의 자비로 충당하고 있는 한울타리 회원들은 “한달에 만원씩 내는 회비로 이렇게 서로 .겁고 맛있게 식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값나가는 돈이 어디 있겠냐”며 즐거워 했다.

경로당에서 11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태홍(76) 옹은 “다달이 와서 청소도 해주고 무슨 날만 되면 잔치도 마련하고 행사도 치러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내가 높은 사람이라면 꼭 표창장을 주고 싶다”고 흐뭇해했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다고 그랬나... 김 옹은 회장직을 맡고 있는 동안 마을노인들을 독려해 매달 두 차례 환경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동네에 버려진 빈병과 폐지를 모아 경로당 경비도 마련해 노인들을 위한 잔치도 열고 밭을 가꾸어 이웃들과 신선한 야채를 나누어 먹고 있다.

이미 경기도 내 ‘모범 경로당’으로 선정돼 표창장도 받았고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상들을 많이 받았다.

이 회장은 “구성에서 20~25년씩 살은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서로 멀어져가고 마을의 모습이 급하게 변해가는 것이 마음 아프다”며 “훗날 우리 후손들이 와도 언제나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읊조린다.

“지금 초등생인 아이들이 자라 마을을 위해 일하고 중년이 되면 같이 자식을 키우고 후에 노인이 되면 저희가 닦아놓은 경로당에서 옛이야기를 하면 웃을 수 있겠지요”라며 밝게 웃는 회원들의 모습이 따뜻한 봄 햇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