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쓰는 물건을 버리지 않으면서 돈도 벌 수 있어 좋아요. 그래도 제일 기쁜 것은 우리가 쓸 도서관을 우리가 만든다는 거예요”
지난 10일 용인시 구성읍 삼성래미안 아파트 단지 내 광장에 때 아닌 장이 섰다.
이 아파트 어린이들은 자신이 썼던 가방, 옷, 신발, 액세서리, 책장에 모셔져 있는 책들을 줄지어 늘어놓고는 손님을 부르고, 자기 물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벌었다고 해서 번 돈을 호주머니에 넣는 법이 없다. 장사가 끝나면 수익금의 일부는 도서관 만들기 설립기금으로 사용하도록 모금함에 넣고 자리를 정리한다. 평범한 알뜰 장터는 아님에 분명하다.
이날은 이 곳에 사는 어린이들이 팔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팔아도 손색없을 만큼 아껴 쓴 물건들을 가지고 돗자리를 들고 나와 ‘좌판’을 할 수 있는 날이다.
친구와 함께 물건을 모아 동업(?)하는 서예진(언동초 2년)양과 구민지(언동초 2년)양은 어른들 못지않은 장삿속 때문에 어른들이 웃고 갈 정도다. 서양과 구양은 인형과 옷, 악세사리 등을 진열해 놓고 ‘가격표’를 세워놨다. 또 옆에 손님이 보기 쉽게 팔린 물건은 가격표 목록에다 빨간색 스티커로 붙여 표시했다. “구경하다 가세요. 비싸면 깎아 줄게요”라고 한마디 건네는데 안 사고 지나칠 사람이 없다.
어린이가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을 결성하고 도서관 건립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자 도깨비 시장을 개최, 지난 2월 이후 두 번째 개최되는 도깨비 시장이다.
짓궂지만 심성이 착한 우리나라 도깨비와 아이들의 습성이 비슷하다고해서 이름 붙였다는 ‘도깨비 시장’은 어린이들만 물건을 팔 수 있으며 짝수달 둘째주 토요일마다 개최된다.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의 홍보 담당 황정애(29)씨는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도서관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며 “욕심을 내자면 아이들이 직접 물건을 팔면서 경제논리도 배울 수 있는 장”이라고 도깨비 장터의 의미를 새겼다.
현재는 이곳에 도서관 만들기 붐이 일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서두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주민들은 아이들이 뛰어다닐 수 있고, 어른들도 이용할 수 있는, 또 이웃들의 작은 문화 공간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맞춤 도서관’을 위해 벽돌하나의 견고함도, 책 한권의 의미도 다시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