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초·중·고교는 아직도 학교운영비의 많은 부분을 학부모들의 주머니에 의존하고 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학교발전기금 강제 모금으로 한참 떠들썩하더니 이제는 학부모회, 어머니회, 체육진흥회 등 학부모임원들의 조직화된 기금조성으로 그 형식이 바뀌었다.
교육계는 불법 찬조금과 잡부금 등을 지양한다는 정화움직임에 따라 학교발전기금을 심의, 의결할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원회를 두었지만 학교발전기금을 ‘업그레이드’해 찬조금을 정당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학부모 임원’이라는 감투로 사실상 찬조금 형식으로 회비를 걷어 비공식적 지원이 많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여전한 촌지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에 A 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장인 한 학부모와 또 다른 학부모 위원들은 교장과 함께 용인지역을 벗어난 횟집에서 식사를 제공, 식사 후 위원들은 식사비를 거둬 위원장에게 주었다. 이에 대해 학교운영위원장은 “지난해에는 100여만원을 들여 이 곳 선생님들과 학부모 위원들 50명에게 식사접대를 했는데 올해에는 위원들 7~8명과 교장선생님께만 했다”며 “교장선생님은 초등학교 은사이기도 해 자주 滿瑛美??갖는 데 문제될 것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B중학교의 한 학부모는 “지난해까지 몇몇 학부모들은 10만원씩 갹출해 담임선생님께 드렸고 올해에도 주위의 감시가 강화됐으나 관례는 여전했다”며 “이미 선생님들이 한번 받으면 학부모 사이에서 소문이 돌아 촌지를 안챙기던 학부모도 부담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또 C중학교에서는 1,2학년 학부모회 임원끼리 10만원에서 15만씩 갹출해 스승의 날 선물로 농산물 상품권 5만원권을 돌렸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다시 돌려주는 헤프닝이 있었다.
◇공공연한 찬조금 모금
전국 참교육학부모회는 (
http://hakbumo.or.kr) 지난해 용인의 D 초등학교가 각반에 3명씩 체육진흥회 임원을 선출해서 1인당 10만원씩 후원금을 회장 구좌로 납부하라는 체육진흥회비 강제 모금을 지적한 바 있다. 또 참교육 학부모회 교육자치위원회 관계자는 “올해에도 용인지역 한 고등학교가 학생 및 교사들의 야식비를 걷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었다”며 “용인지역에는 학부모 입장을 세울만한 학부모 단체가 없어 이 곳으로 제보전화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설학교 F 중학교 역시 학기 초 학부모회 회원끼리 3만~5만원을 갹출, 거울 등 학교 비품 구입에 썼다.
또 올해 3월 개교한 E고등학교 학부모회는 4월 초 커튼비로 150만원을 모아 현재 교실로 쓰이고 있는 12학급에 커튼을 달아줬다.
하지만 교육청은 그곳대로 예산을 편성,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교육청은 신설학교의 내부 비품 등의 구입 예산 경비로 E고등학교에 3억 400여만원을 내려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개교시 필요한 비품을 살 수 있도록 신설경비가 책정되고 있으며 이 경비만으로도 충분하다”며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상한 교육비 징수
경기도교육청은 지역내 일선 고교에게 자율적으로 행해져야 할 0교시와 보충자율학습이 반강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이를 폐지하라는 권고를 했다. 하지만 용인지역 인문계 고등학교는 몇몇 학교를 제외하고 모두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이 강행되고 있다. 또 보충수업비도 일괄적으로 과목당 2만 5000원에서 3만원까지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전교조 용인지회 한 관계자는 “학부모들은 보충학습을 받지 않아도 될 과목의 수업비를 내야하고 야간학습 지도교사 수고비 명목으로 학부모회 및 어머니회 소속 학부모들은 으레 10만원씩 걷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개선방향
참교육 학부모회 박범이 교육자치위원장은 “학교에 내는 기금이 설령 강제 징수라 하더라도, ‘내 자식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아 불법찬조금 관행을 근절하기는 쉽기 않다”면서 “불법찬조금 관행을 근절하거나 각종 기금 모금을 둘러싼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찬조금을 받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도 중요하지만 학부모, 특히 학부모회, 체육진흥회 등에 소속된 학부모들의 열린 교육의식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