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통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안보기관의 PC까지 인터넷으로 통하고 있어 ‘사이버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해킹을 통한 정보 유출은 개인 범죄 차원을 넘어 기업 및 국가 기밀을 빼 내 오는 ‘정보전’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개봉 20여일 만에 300만 관객을 넘어선 할리우드 영화 ‘트로이’의 인기가 절정에 올랐을 때 실제로 사이버상에서 ‘트로이목마’사건이 발생했다. 그리스군이 철통 요새 ‘트로이’를 뚫기 위해서 오디세이의 꾀로 만들어진 목마가 성 안으로 들어가 허무하게 함락되는 것처럼 최근 국내 국가기관 PC가 허무하게 해킹 당한 것.
우리나라 국가 기관 PC를 대상으로 침투한 현대판 트로이 목마는 지난 6월 2일에서야 처음으로 발견됐으며 약 160킬로바이트의 컴퓨터 바이러스 ‘PeepView’다 .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말 국방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국내 한 업체 직원을 가장한 해커로부터 전자메일을 받음으로써 시작됐다.
이후 원자력 연구소ㆍ국방과학연구소ㆍ해양수산부ㆍ해양경찰청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국가기관들이 잇따라 공격당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우리는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go.kr)는 4월 29일 경찰청에 ‘변종 Peep’침투 사건이 신고된 지 48일 만에 백신프로그램을 행정통신망을 통해 정부 및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그동안은 우리나라는 변종Peep에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이에 중앙언론지는 기자수첩, 사설 등을 통해 “이번 경우는 특정기관의 정보를 빼내기 위한 계획된 침투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성이 더하다”며 .“IT강국, 인터넷 보급률 1위인 한국이라는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러울 정도”라고 신랄한 비판을 뿜어냈다.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와 각종 자료의 전산화는 세계 수준급을 자랑하고 있으나 사용자의 보안의식이나 시스템 제도는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적인 해커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거나 경유지로 활용돼 왔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된 트로이목마는 이메일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바이러스나 웜과는 달리 지극히 정상적인 정보인 것처럼 위장해 침투한 후 PC에 도착해서야 본 모습을 드러내고 PC에 담긴 정보를 몰래 빼가는 바이러스로, 한번 침투되면 국가의 큰 손실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 정보통신부, 경찰청 등은 해킹에 사용 된 사이트를 차단해 정보 유출을 막고 있으며 백신업체들은 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 프로그램을 제작, 배포하고 나섰다.
하지만 용맹한 장수들을 보유하고도 일이 터져야만 사후 약방문식으로 대처하는 정부가 목마를 끌어들이고 나라를 잃은 트로이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세계는 사이버 테러 막는 중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반미 반전 해킹조직에게 ‘사이버 테러 무풍지대’는 아니다. 사이버 전쟁은 미래의 전쟁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로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지난해 3월 반미.반전을 표방하는 브라질의 해킹조직 `$$`사이버로드스`$$`가 국내 60여개 사이트를 포함한 전세계 1000여개 사이트를 해킹한 적이 있었다.
미국은 1996년 사이버특수부대 창설계획을 공개했으며 이 부대는 1999년 코소보 내전에 투입돼 유고군과 네트워크 공방전을 벌였다. 또 지난해 이라크전쟁 초기 미군은 각종 사이버 공격작전으로 이라크의 통신망을 교란시키기도 했다.
특히 국군기무사령부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대 중반 미림부대란 사이버특수부대를 창설한 뒤 정예 해킹부대를 운영하면서 우리측 국가 기밀 및 연구기관 정보를 해킹으로 수집하고 있는 등 사이버 테러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일본은 2000년 자위대 방위력 정비 5개년계획을 마련하면서 군경 합동의 사이버테러 대응조직을 창설했다.
지난해 9월 트로이목마 프로그램으로 대만의 경찰청, 국방부, 중앙은행 등 30개 주요 국가기관과 50여 민간기업에 침투시킨 바 있는 중국 역시 이미 1997년 컴퓨터바이러스부대를 창설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국가기관 해킹사건과 관련,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경찰청은 이르면 올 하반기 사이버테러 예방, 해킹대응기술 개발, 인터넷범죄 수사, 국제공조 등의 영역을 담당할 사이버테러대응단이 조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