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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피플- (주)이브자리 수지점 문은주

용인신문 기자  2004.08.19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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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끝에 풍덕천동에 15평짜리 침구류가게를 내면서 아파트 관리인들을 피해 새벽에 홍보전단지를 돌리다 걸려서 쫓겨날 때는 모퉁이 돌아서 울었고, 이미 배달된 신문지속에 광고지를 끼워 넣으며 손을 호호 불던 시절.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친필로 편지를 써가며 날밤을 꼬박 새우다 자는 아이들 얼굴을 볼 때 또 울컥 울음이 복받치던 그때. ‘이러다 보면 무엇이라도 되지 않겠나’하고 불안속에 위안을 삼던 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때 그시절’ 얘기가 아니다. (주)이브자리 520여개 점포중 지난해 하반기, 올해 상반기 연거푸 ‘판매왕’ 타이틀을 거머쥔 이브자리 수지대리점 문은주 사장(48)의 바로 얼마전인 2000년도 생활이다. 한달 평균 매출 1억을 돌파하고 있는 지금의 문 사장을 존재케 한 ‘보약’같은 세월이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인사말처럼 전해지는 요즘, 업무에 바쁜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하거나 특별나게 보인다. 그렇기에 속내를 모르는 남들은 한시도 앉아있지 못하고 손님을 맞는 문사장을 아주 특별한 인물이라 말한다. 허나 어려움을 뚫고 일어선 인물들의 공통점이 그러하듯 문 사장 또한 말 한마디만 늘어놔도 눈물이 줄줄 나오는 고통과 질곡의 세월을 겪어왔다.

“잘나가던 금융대기업에서 사내커플인 부부가 IMF여파로 연이어 퇴직 당할 때만 해도 앞이 캄캄하고, 아이들의 자는 모습을 보노라면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처음에는 강제 퇴직 당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심정으로 일을 시작하고 이를 악다물었단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먹은 대로 풀어지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척박한 말투가 일상이고, 또 어떤 이들은 말도 없이 인상부터 찡그리는 일이 일상사였기에 허탈과 실망은 뼈속깊이 아려왔다. 오로지 여기서 좌절하면 안된다는 자신에 대한 당부와, 묵묵하게 뒷바라지를 도맡아하고 있는 든든한 남편만이 유일한 재산이었다. 때때로 풀죽어 있는 자신과 남편에게 속 깊은 위로를 건네는 두 딸이야말로 빛이었고 희망이었다.

문 사장이 사업의 가능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지속적인 고객관리에서였다. 손목이 시큰거리면서 친필로 편지를 보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가게로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또 가게 문밖에 나가 손님이 안 보일때까지 인사하는 일은 지금도 문사장 가게의 ‘상징’처럼 알려져 있다.

때문에 ‘며느리도 모른다’는 경영노하우가 바로 현재 4000여명이 넘는 고객 데이터베이스(DB)다. 이들 단골 고객은 여느 업체들의 고객들과 차원이 다르다. 철마다 김치를 담가오는 고객,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져오는 손님, 신혼살림을 장만해 간 손님이 아이를 업고 새집을 마련했다며 또 다시 찾아오는 일 등 문 사장은 이들이 손님이 아닌 이웃이고 가족이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다른 사업 수완이나 경영 노하우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했고,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한 것이 오늘을 있게 한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다. 세상에는 똑똑하고 말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러나 그들중 성공하고 잘나가는 사람은 흔치 않다. 문 사장이 경기침체속에 허우적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바로 기본에 충실하고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상식적이지만 무시하고 넘기기 쉬운 그의 경험이 바로 ‘진리’가 아닌가하고 기자의 머리를 친다.

“장래희망이 무엇이냐”고 딱딱하게 물어보는 기자에게 “그냥 이대로 이웃들과 살가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게 앞으로의 소망”이라며 계면쩍어 하는 문 사장의 표정은 지독하게 추진력을 앞세운 많은 현대인들에게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금 생각게 한다.

절실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문 사장은 현재의 사업운영이외에도 틈틈이 자원봉사활동에도 열성적이다. 인근 고아원이나 양로원, 성당 자원봉사팀 등 먼저 나서서 일해야 만이 직성이 풀리는 ‘비단결’의 소유자다.

문 사장의 인터뷰 마지막 멘트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농축된 그의 인물됨이었다. “우리 가게는 일년내내 쉬는 법이 없습니다. 손님이 왔다가 문닫혀 있으면 그 헛걸음을 누가 보상하며, 다시 우리 가게에 또 오고 싶겠어요? 손님과의 무언의 약속이죠. 그리고 봉사활동 하는 건…, 그냥 내가 좋아서 다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