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날리는 거 보셨수.” 경기침체를 등에 업고 상권이 이동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어디는 새로워지고, 어디는 좀 가라앉았어. 그래도 무엇무엇은 거기가 최고야”라는 소문이 건네지는 ‘상권이동’ 현상이 용인 관내에서 여기저기 포착되고 있다. 기흥읍의 신갈오거리와 기흥읍신청사 주변이 상권 이동의 대표적 사례이고, 수지읍 1지구와 2지구가 그렇다. 용인행정타운이 들어선 역북동과 삼가동도 앞으로 용인시내의 상권이 얼마나 옮겨질지 주목되는 동네다.
구상권(舊商圈)은 그들대로, 새로운 상권은 또 그들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곳은 단골 음식점이 존재하고, 촘촘히 들어선 열쇠가게, 도장가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사람냄새’가 있다. 반면 신상권(新商圈)은 체인점과 패스트푸드로 대변되는 젊음의 활기가 있다. 때론 반듯한 쇼핑카트와 세련된 대리석이 인간적인 소외감을 낳기도 한다. 가장 단편적으로 이를 바라볼 수 있는 수지지역의 상가를 스케치했다.
◇ 그래도 전통은 있다
“5년전만 하더라도 이곳을 거치지 않고는 수지에 다녀갔다는 말을 못했지.” 수지1지구 일반상업지역 H쓺瓚悶【?여성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정아무개(47)씨는 군데군데 상가가 빠져나간 자리를 응시하며 오래지 않은 그때를 회상했다.
수지출장소와 수지농협의 대로변을 기준으로 상권이 갈려있다. 풍덕천1동에 위치한 모 부동산중개소 김 사장에 따르면 상가가 들고날 때 거래되는 권리금이 현저히 차이난다. 구상권의 경우 5년전에 적게는 2천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까지 매겨지던 권리금이 최근에는 절반이상 떨어진 거래선을 유지하고 있다. 아예 권리금이 없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반면, 학교와 아파트가 밀집돼 있고, 각종 체인점과 금융점포, 수지도서관, 여성회관 등 인프라가 구축된 신상권지역은 치솟는 권리금을 별도로 산정하기 어렵다는 소문이다.
“1지구의 경우 나가는 상가는 많은데, 입주하는 상가는 거의 없을 정도로 상권이동을 절감하고 있다”고 운을 떼는 김 사장은 “여기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몇몇 건물을 제외하고는 유흥업소, 벽지나 중고가전제품 등의 생활자체업체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권으로 고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H프라자 또다른 상인 고 아무개씨는 “어디 상권이동문제 때문이겠어요? 어디를 가나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죠. 이지역 상가는 그래도 3~4년전만 하더라도 꽤 수입이 좋았는데, 지금은 그때의 30%도 못 채워요. 그냥 가게문만 열어놓고 있는 형편이에요.” 고씨는 그래도 경기가 살아날 경우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H프라자를 돌아 촘촘히 상가가 형성돼 있는 대로변에 나서자, 중고가전제품이 길거리까지 전시돼 있는 전자제품상회의 주인도 비슷한 얘기다. “요즘요? 말도 마세요, 가게를 차린지 12년이 됐는데 요즘같은 불황기는 보다보다 처음입니다. 몇몇 인근 주민들이 이용할 뿐, 예전에 비해 60%이상 매출이 줄었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근근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길가를 지나는 50대 가정주부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지만, 왠지 2지구쪽이나 분당으로 발길을 돌리게 돼요. 주부들이 모여서 여가생활을 하는 곳도 그쪽(2지구)이 훨씬 좋구요.”
반면 1지구상권에 대해 자랑하는 주민들도 어렵지 않게 접했다. 1지구 근린공원 벤치에서 만난 손 아무개(69)씨는 “그래도 필요한 것은 다 있어. 2지구고, 3지구고, 그쪽은 사람사는 ‘손맛’이 없어. 뭐가 이동하는지는 몰라도, 이쪽주변이 사람살기 좋지 암.” 아무튼 소비층들은 경기침체와 관련된 언급보다 생활에 편리한 상권을 논했다.
◇ 새로운 상권
“어느정도 건물계획이 완료된 신상권지역은 현재로서는 상가임대나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1년후의 가상 매출을 감안해 매겨지는 권리금은 건물 1층 80평의 경우 1억이상입니다.” 수지2지구 또다른 부동산 중개업자의 얘기다.
우선 2지구는 패스트푸드점에 들락날락거리는 젊은층이 눈에 띤다. 세련된 자동차영업소도 보이고, 창문너머 훤이 보이는 은행안의 여직원도 보인다. 지어진지 얼마 안되는 새건물이지만 임대광고는 없고, 시원시원하고 활기넘치는 분위기는 역력하다.
“왜요. 여기도 경기침체 여파는 있죠. 건물 임대료 부담이 얼마나 큰데요. 다만 어린아이부터 젊은 부부층, 청소년층 등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적적한 맛은 덜하죠.” 수지2지구 준주거지역내에서 한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한 아무개씨의 말이다.
아파트와 학교가 밀집돼 있기 때문에 유흥업소가 일단 눈에 띠지 않는다. 얼마후 여성회관이 생기고, 우체국과 읍사무소, 도서관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사회복지면에서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신상권 수지2지구.
여성회관을 바로 마주보고 있는 수지신협의 이기찬 전무는 “금융권에서도 목이 좋은 자리임에는 틀림없지만, 전국적으로 유동자금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권이란 생각이 별로 안 든다”며 “그러나 급속한 인구유입과 개발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사람이 많아지고, 금융권입장에서 개척시장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설명한다.
한의원에 다녀온다는 또 다른 이아무개(57)씨는 구상권과 신상권을 명확하게 구분짓는다. “젊은 사람이 많으니까 아마 소비는 괜찮을 거야. 애들이 생활용품을 사겠어? 여기에다 극장이나 쇼핑센터까지 들어선다면 완벽한 상권이 이뤄지겠지. 아직은 ‘준비중’인 곳이야. 저쪽(수지1지구)은 교통문제만 해결하면 그 나름대로 괜찮은 장점이 있어.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단골은 저쪽이 많을 걸.”
삼삼오오 패스트푸드점에 앉아있는 고교생들을 만났다. “학교근처인데다 우리가 먹고 쉴만한 곳이 이 근처밖에 없어서 자주와요.” “얼마전까지만해도 분식점만 다녔어요.” “구성 애들도 이곳에 오구요, 우리가 또 죽전 로데오거리쪽으로 원정도 가요.”
패스트푸드점 주인은 “우리 이외에도 몇몇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이곳을 공략지점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금융점포도 더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욱 상권 밀집지역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청소년층도 언제부터인가 이곳을 약속장소로 서로 얘기를 건네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고 기대에 찬 목소리를 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상권이동은 물이 흘러가는 것과 같이 자연스런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전통과 개발이 균형있게 이뤄지는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
수지1지구 H프라자 상가에서 만난 고씨의 말이 머리를 맴돈다. “예전처럼 똑같은 업종이 발도 못부치게 압력을 가하거나 내자리만 지키겠다고 아우성대는 상가주인들은 없어요. 2지구가 발전되면 좋죠. 아무튼 경기가 빨리 되살아나 수지지역 모두가 잘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