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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으로 빚는 ‘행복한 시간’

용인신문 기자  2004.09.02 2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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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할 수 없다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기회가 안 주어져 할 수 없는 것일 뿐이지요”.

원삼면의 평화로운 저수지를 배경으로 나지막히 자리잡고 있는 카페 ‘산모롱이’ 뒷마당 도예방(소장 마순관)에서 머리가 하얀 노인들이 열심히 자신의 정성을 담아 진흙을 빚고 있다.

독거노인과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모여사는 ‘연꽃마을’(원장 고석철)에서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심하던중 흙을 만지는 것이 치매 예방과 정서에 좋다고 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도자기 만들기 프로그램.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던 노인들이 불가마에서 구워져 나온 작품들을 보고 놀라워 하다 자신의 이름이 세겨진 작품이 진열돼면서 갑자기 큰 관심과 애정을 나타냈다.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부터 깨끗이 몸단장을 하고 기다리기도 하고 오늘은 뭘 만들까 고민하며 얼굴에는 연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식당에 가서도 음식은 뒷전이고 그릇을 담아온 그릇이 어떤 모양이고 내가 만들 수 있을까 없을까가 제일 큰 관심사고 전에 자신이 만든 모양과 비슷한 그릇이 나오면 반가워 환호성이다.

이제는 아무일도 할 수 없다며 체념했던 노인들에게 도자기 만들기는 자신의 새로운 창조물이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이기도 한 셈이다.

도자기 만들기 프로그램을 제의했던 연꽃마을 양순모 부원장은 “모두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번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의심한 적이 없다”며 “노인이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회가 없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양 부원장은 “일일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뜻대로 도자기를 만들어 낸다”며 “젊고 건강한 사람들보다 더욱 정교하고 세심하게 빚어내 주위를 놀라게 한다”고 설명한다.

얼마전 부터 직접 만든 도자기 화병에 허브를 심어 가꾸게 하고 각자 방에서 키울 수 있도록 했더니 밤에 수면제 없으면 잠을 못 자던 노인들이 쉽사리 잠에 빠져들게 됐다.

특히 자신이 만든 컵이나 화분을 연꽃마을에 찾아오는 자원봉사자에게 선물해 주면서 노인들과 봉사자간에 정도 더욱 돈독해 져 일석삼조의 결과를 얻고 있다.

150명의 봉사자들에게 올해가 가기 전 자신의 이름이 세겨진 화분을 선물하겠다며 손놀림이 분주한 노인들은 가을에 작품 전시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한두 시간이라도 나만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하는 노인들은 “이제 우리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줄 수 있고 남기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다”고 소박한 웃음을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