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를 잘하는 병원
“환자는 고객입니다.”
용인서울병원 이제남 이사장. 1년 365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병원 현관에 서서 인사를 하다보니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이사장을 모르는 이가이 없다.
환자가 됐든 보호자가 됐든 이 병원을 찾는 모든 사람들은 이사장에게 환영받는 고객이 된다.
“어디서 이렇게 깍듯한 대접을 받아볼 수 있겠어요.”
지난 7일 궂은 비가 오던 날도 진료를 받고 가는 할머니를 모시고 차를 대접하며 안녕히 가시라고 다정하게 인사를 한다.
개원때부터 인사를 했으니 벌써 2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왜 인사를 하냐며 많은 환자들이 따지더라구요. 아파서 오니까 좋으냐면서요. 그런데 요즘은 인사를 안하면 우리를 우습게 생각하냐며 따질 정도입니다.”
그는 서울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자신의 병원을 찾아 줘서 감사하다는 뜻을 담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인사를 한다.
“우리가 차를 마시러 커피솝에 가면 그곳 주인이나 종업원들에게 환영을 받습니다. 그런데 병원들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저는 병원도 다른 업종들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도 고객이라는 인드를 갖춰야 합니다.”
이제남 이사장의 경영관의 진면목을 대할 수 있다.
■ 의료와 경영의 분리
그러다보니 의사들이 운영 하는 병원과는 차별될 수밖에 없다.
“엘리트 의식이 강한 의사들은 도저히 그렇게 못합니다. 의사라는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거예요.”
그는 “내가 누군데…”라는 자존심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가 환자를 고객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탈바꿈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새 경제불황으로 많은 병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지만 용인 서울병원만큼은 153베드의 80~90%가 늘상 차있을 정도로 끄떡없다. 그의 낮은자세 경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인사의 의미는 또 있다. 아파서 위축돼 있는 환자의 마음을 안심하도록 해줘 병을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그는 피를 흘리며 들어오는 환자에게는 피를 닦아주며 빨리 나으라고 용기를 준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의료시장이 개방된다. 그는 나로부터 변화하지 않으면 외국계 병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외국계 병원의 좋은 의사, 좋은 장비, 좋은 시설에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고객으로 대하는 겸허하고 친절?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이같은 친절한 인사는 지역사회 다른 병원으로도 많이 파급됐다.
“제가 의료인이라면 인술 자체에 변화를 주겠지만 저는 비의료 경영인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입니다. 낮은 자세로 진실한 인사를 하면 고객이 느끼고 다시 찾게 된다고 생각해요.”
전문 경영인 이제남 이사장은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장벽을 깨는 것도 우리나라 의료계의 과제라고 한다. 보통 병원은 운영의사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병원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행위와 경영이 분리될 때 진정한 의료 발전도 있을 수 있고 환자도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경영은 좋은 경영인이 하고, 의사는 좋은 인술을 병 고치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 ‘의료경영’ 만학의 길
어려서부터 의사가 돼 큰 병원을 운영해 보는 꿈을 가졌던 이제남 이사장.
큰 병원의 꿈은 이뤘지만 의사가 되지 못한 비 의료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의료경영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특히 고령화 사회의 의료경영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일본에는 노인센터라는 것이 있어요. 우리나라 병원은 단순히 침대 진료만 하지만 일본은 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설들이 고루 갖춰져 있어요. 앞으로 꿈이 있다면 노인센터를 짓는 것이에요. 그 센터 안에 유치원도 지을 겁니다. 노인들은 외로움을 덜고 아이들은노인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말이에요. 태어나서 마지막 가는 것까지 한 센터안에 둔다는 것이지요.”
그는 특히 납골당이나 화장터에 대해서도 혐오감을 불식시키는 시설을 겸비하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한다. 납골당 안에 갤러리를 설치 한다든가 쇼핑 시설을 갖춰 친숙한 공간으로 느끼게 해주자는 것이다.
아직도 그의 고향 완도의 노인들은 다리를 삐어도 정형외과를 찾아가지 않는단다. 개들이 다리를 다쳐도 금방 나아 뛰어 다니는 것을 보며 개똥을 바르는 풍습이 있는데 21세기 한 귀퉁이에 여전히 개똥 풍습이 이어 내려오는 고향.
가난으로 의사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그는 고향에 노인전문병원을 건립해 주기 위해 폐교를 분양 받아 면민 전체가 주인이 돼 이용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줄 계획이다.
1년에 벌초와 시제 때가 그가 누리는 유일한 휴가다. 그렇다고 그날도 병원 출근을 거르는 일은 없다. 늦더라도 출근을 한다. 이날 이틀을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 8시 20분에 직원 친절교육으로 시작하는 현관문 앞 인사는 그의 가장 즐거운 생활이고 업무다.
“겸손한 마음과 낮은 자세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인사를 언제까지나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