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이 붓고 이가 아팠던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어렵게 시간 내어 치과에 검진 왔던 김모 과장님은 상심이 컸다. 잇몸치료하고 약 먹으면 되겠지 했는데 이를 뽑아야 한다고 진단 받은 것이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덥거나 차거나 관계없이 수 십 년 동안 자신을 위해 수고해온 치아를 뽑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환자얼굴을 스치는 묘한 상실감과 씁쓸함을 볼 때마다 치과의사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 이다. 치아 수가 부족하거나 약한 상태에서 치과 보철물이나 틀니를 한다 해도 만족하기도 쉽지 않고 수명 또한 그리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치의학계는 치과의학 선진국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성인 열명 중에 아홉 명은 잇몸 병을 지니고 살아간다. 충치가 생기면 신경치료나 보철 치료 등 을 통해 얼마든지 수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잇몸이 상하면 치아가 뿌리내릴 터전이 없어지는 까닭에 치료해서 오래 사용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충치보다는 잇몸질환이 성인 치아 상실의 주 원인 이라는 통계가 있다. 잇몸질환이 기형아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심장병과도 관련이 크다는 학계의 보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잇몸질환이 있다는 검진결과를 가벼이 여기곤 한다. 잇몸치료의 시작단계로 스켈링을 권하면 의례 부정적인 생각을 말씀하시기도 하며 잇몸 약만을 요구하시기도 한다. 텔레비전의 광고선전은 잇몸 약을 먹게 되면 마치 피사의 사탑을 밧줄로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기도 한다. 약만 먹어 좋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켈링 할 때 환자분이 너무 시려하셔서 손으로 일일이 치석을 제거해야 할 때 손목이 시큰거린다는 직원을 보면서, 간단히 약 한 알 먹으면 치석이 저절로 없어지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땀냄새가 나는데 샤워는 하지 않고 향수만 뿌리는 것이 어리석은 일 인 것 처럼 치석을 방치한 채 좋은 치료를 받는 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다.
잇몸질환이란 잇몸이나 치아뿌리, 잇몸 주위뼈등 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잇몸염증의 가장 큰 원인은 플라그와 치석이다. 칫솔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플라그나 치석이 생기는데, 이 안에 들어 있는 세균들이 잇몸 속으로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킨다. 치열이 고르지 못하거나 보철물이 잘 맞지 않는 경우,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경우에도 플라그와 치석이 생겨 잇몸에 염증이 생긴다. 전신건강이 나쁜 경우 (질병에 걸리거나 영양상태가 나쁜 경우)도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염증이 심해 질 수 있다.
원인이 간단하므로 예방 또한 간단하다. 플라그가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칫솔질을 잘 해야 하며, 치실과 치간 칫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식사 후 3분 안에 3분 동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칫솔질 방법이 옳게 습관화 된 것인지 체크 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6개월에 한 번 정도 정기검진을 받고 필요하면 스켈링을 한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을 피하고 야채나 과일,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치주조직은 신체에서 보면 건물의 지하구조와 비슷하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건물을 오랫동안 잘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듯이 치주조직이 튼튼하지 않은 이의 수명은 생각할 수 없다. 눈부신 경제 발전의 이면에서 속속 드러나는 부실공사에 대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귀한 것, 급하지는 않으나 중요한 것의 가치를 힘주어 설명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올 여름도 느꼈지만 선풍기나 에어컨 없는 여름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를 아는 나는 예방하는 습관이 멋진 미래를 약속한다는 사실을 오늘도 외쳐본다. 뿌리깊은 나무가 바람을 이겨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