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과 은행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화이트칼라’의 표상이자, 국민들에게 문턱 높기로 소문난 은행이 서민을 위한다고 홍보하면 어불성설에 가깝게 들린다. 그러나 갖가지 어려움을 어제와 오늘 변함없이 서민과 함께 풀어나가는 금융계가 있다. ‘우리동네 금고’ 수지신용협동조합(이사장 김혁규)이다.
개점 초기 IMF 태풍이 정면을 강타했고, 금융권의 불신이 사회에 만연해지는 지금도 수지신협은 꿋꿋하게 자리를 굳히고 있다. 오히려 확장일로다.
이것을 ‘신기하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수지신협 관계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타 금융권이 외면하거나 어려워했던 서민층의 수많은 가시덤불을 한껏 끌어안았기 때문이란 게 그들의 한결같은 답변이다.
지난 97년 3월 25일 “서민에 밀착된 금융을 담당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수지신협이 문을 열 때만 해도 별로 존재가치를 눈여겨보는 이는 드물었다.
어느새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를 튼 수지신협은 현재 타 금융업체들로부터 경쟁대상으로 부각된 상황이다. 수지신협의 오늘이 결코 사상누각이 아니라는 점을 눈으로 확인해왔기에 어쩌면 경쟁자들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8월말 현재 수지신협의 조합원은 5300여명에 이른다. 하나하나 직접 찾아가 만들어낸 ‘알짜배기’ 식구들이다. 그만큼 관계 자체가 신용으로 이뤄져 있고, 이들의 담보 또한 물질적 가치로 셈하기 힘든 신용이다.
“조합원에게 대출조건을 따질 때 담보물건에는 별로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조합원의 성품과 그간의 믿음 등을 고려해 대출규모를 논의하게 됩니다. 물론 상환능력에 대한 조언이나 요청도 짚고 넘어가죠.”
수지신협 실무책임자인 이기찬(44․사진)전무가 말하는 대출조건은 특이하다. 본래 수지 토박이인 이 전무의 철학은 ‘사람중심’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따지기 힘든 인간적인 신뢰를 금융업무와 연계하고 있다. 9월말 현재 수지신협의 부실채권은 1.2%이다. 1금융권 3%대, 기타 2금융권 4~5%대 등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치로 금융거래의 신뢰성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셈.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채권추심이 강력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에 이 전무의 해명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하다. “일반 은행의 경우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대출업무를 하고 있지만, 수지신협은 인간관계로 맺어진 조합원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고객에 대해 문턱이 낮은 경영을 항상 생각합니다. 일반 금융권이 물질적인 담보규모만으로 대출심사를 하고 있다면, 우리는 채무자의 밑바탕에 깔린 인간적인 성품을 우선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분석할 수 있죠.”
이런저런 노력 때문인지 수지신협의 총자산은 46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0%이상 성장했다. 올해 400억까지 목표로 설정했으나 이를 훨씬 초과달성 한 것이다. 또 지난해말 조합원들의 출자금에 대한 배당비율도 8%를 넘었다.
협동조합으로서 고비율배당은 단점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공동배당형식의 사회환원사업으로 일부 전환하는 계획을 준비중이다.
수지신협은 최근까지 청소년 여름문화체험, 농촌마을체험, 탐방교육 등의 사회사업을 펼쳤고, 지역사회 장학사업도 병행해왔다. 이같은 사업들을 정기적인 연중행사로 꾸려나가면서 복지, 교육 등 지역사회에서 꼭 필요한 협동조합으로 자리를 굳히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본래 비영리법인이고 조합원들의 알토란같은 재산을 확실히 보호하는 임무외에 수익은 당연히 지역사회에 돌려야죠. 여러 욕심 생기는 사업들을 구상했으나 협동조합 본연의 원칙에 순응하는 게 가장 값진 일이라 결론내렸습니다.”
아직 신협이란 곳이 금융업무를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일반인들이 적지 않다. 신협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금융서비스와 텔레뱅킹, 인터넷뱅킹, 각종 지로와 공과금수납, 신용카드, 공제사업(보험) 등을 총괄하고 있다. 여기에 신협예금은 조세특례법에 의거한 비과세혜택이 월등하다. 농특세 1.5%만 부과될 뿐 한정금액에 대해서는 비과세혜택으로 이자소득이 높다고 보면 된다.
“신협의 예금은 신협중앙회의 안전기금을 통해 철저히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단 한번 방문해보는 것이 여러 소문을 접하는 것보다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수지신협에 오시면 사람냄새가 있습니다.” 이기찬 전무가 건네는 자신에 찬 말씨의 밑바탕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