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이제 조금 쌀쌀한 날씨를 맞고 있는 가을이지만 이복녀(81) 할머니는 살을 에는 겨울을 맞고 있다.
수지 동천동 고기리 까페촌을 지나면 쓸쓸하게 덩그러니 놓여있는 컨테이너 박스. 바람을 막으려는 듯 비닐 문이 있고 그 안에는 이 할머니가 밖을 향해 눈을 떼지 못한다.
자원봉사자가 들르는 날이면 밀렸던 이야기 보따리를 꺼내놓고 두
시간이 지나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봉사자를 붙잡고는 시간이 지체된 봉사자가 뒷모습을 보이고 갈 때면 눈시울을 훔친다.
몰래 전선을 끌어다 쓰다가 이제는 무허가 건물이라고 전기선 마저 끊겨버린지도 20여일이다. 빛도 온기도 없는 컨테이너 박스에 의지하기에는 할머니 모습이 벅차 보인다.
"며칠전만 해도 낮에는 빛을 쬐일려고 밖에 나왔는데 이제는 햇빛이 있어도 밖이 더 춥네. 어여 들어와. 바닥에 앉으면 아가씨가 엉덩이가 차가워지니까 이불위에 앉아"라며 할머니 온기로 덮힌 자리를 기자에게 내어준다.
오래된 살림살이와 조금씩 보수한 흔적이 남은 이 컨테이너 박스에서 할머니는 4년 가까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현재는 헐렸지만 그 집터에는 50여년동안 장애인 아들이 함께 살아왔던 집"이라며 "본의 아니게 집이 헐리게 되면서 아들과 헤어졌지만 나는 이 곳을 떠날 수 없다"며 동천동 역사의 산 증인으로 남고 싶어하는 강한 애착을 보였다.
이 때문에 토지 소유주와 실랑이도 많이 벌였다는 할머니는 자신 스스로를 `$$`고집쟁이`$$`라고 한다. 50년 산 역사의 작은 기억까지도 다 끄집어 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할머니는 보통 80대 할머니가 아니었다. "난 세상의 정을 많이 받는 것 같아. 봉사자들이 계속 와서 말벗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잖아"라며 받아 놓은 과일이라도 있으면 남겨두었다가 봉사자가 오면 손에 쥐어 보내곤 한다.
하지만 전기가 끊긴 컨테이너 박스에서 매일 밤을 어둠과 추위 속에서 지내기엔 할머니의 몸이 성할 리 없다. 컨테이너 박스 안은 늘 할머니가 무릅과 허리에 붙인 파스냄새가 베어있고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한번 가려면 봉사자에 겨우 몸을 의지해 다녀와야 한다.
이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알고 수지출장소가 전기 가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무허가 건물이라 토지주의 사용승낙서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전기가설도 미지수다.
"그나마도 전기장판으로 추위를 이겼는데 이제는 밖도 춥고 안도 춥다"는 할머니. "고향이 이북 황해도라 거기도 못가는데 50년 발 붙인 내 집, 내 고향을 어떻게 떠날 수 있겠냐"는 음성에는 깊은 회환이 묻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