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인데 채팅으로 알게 된 친구를 만나러 가 보니 20대 남자여서 그냥 돌아오려 하자 강제적으로 폭행당했어요. 몇 달 후 임신인 걸 알게 됐지만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어요. 부모님께는 말할 수도 없었고요”
“남자친구가 대학교 1학년 학생이에요. 임신을 했지만 남자친구 부모님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셨고 우리 부모님도 아이를 낙태하라고 해서 결국 이곳을 찾아왔어요. 남자친구와 꼭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요”
백암면 장평리의 논자락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생명의 집’(원장 사비나 수녀).
흔히 말하는 미혼모들이 출산 전까지 잠시 머물고 있는 임시보호시설이다.
10여명의 젊은 산모들이 TV 앞에 모여앉아 즐거운 대화들을 나누고 있는 것을 보면 여느 행복한 산모들과 다르지 않지만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축복받을 수 없는 임신이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로부터 냉대 받고 환영받지 못하는 외로운 예비엄마들이다.
아직까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아이의 미래를 위해 출산을 하자마자 아이의 얼굴도 보지도 못한 채 입양을 선택해야 하는 산모들이 현저히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김아무개(27)씨는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걱정이 많다. 아이를 입양 보내고 싶지 않지만 혼자서 잘 키워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사비나 원장은 “미혼모들을 위한 중간의 집이 매우 절실하다”며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엄마들에게 일정기간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로 복귀할 동안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한데 용인에는 그런 시설이 하나도 없다”고 한탄한다.
“아이를 보내놓고 며칠 밤을 눈물로 지새우고 몇 년이 흘러도 아이의 안부를 궁금해 하며 가슴아파하는 엄마들이 너무나 많다”며 “미혼모 엄마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만 주어진다면 아마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직접 키우고자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실제 10명중에 1~2명은 ‘중간의 집’이나 성당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점차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부드러워지면서 아이에 대한 애착을 보이는 미혼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사비나 원장의 설명이다.
이에 사비나 원장은 ‘중간의 집’ 설립을 위해 각 성당을 방문, 도움을 요청하고 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한 끝에 얼마 전 김희태 신부로부터 생명의 집 옆 부지를 제공받았다.
그러나 건물 신축을 위해 필요한 10억의 예산은 그 막막하기만 할 따름이다.
사비나 원장은 “보건복지부에 인가를 받는다면 시에서 25%, 경기도에서 25%, 보건복지부에서 50%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며“그러나 시에 허가를 받아 운영을 하게 되면 미혼모들의 이름과 기록이 모두 남게 돼 후에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싶어 허가신청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한숨 짓는다.
현재 생명의 집은 도척에 있는 방상복 신부의 도움으로 5~6명이 머물 수 있는 자그마한 사택을 제공받아 중간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남자에게 속아 아기를 낳아 키우는 러시아 여성을 비롯한 4명의 엄마들이 생활하고 있는 도척의 중간의 집은 아이를 낳아 키우고자 하는 미혼모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사비나 원장은 차선책으로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엄마들을 위해 카톨릭 사회복지단체에서 아이를 1년간 맡아 키워주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며 “엄마가 몸조리를 끝내고 사회로 복귀해 자립할 때까지 무상으로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하는 책임을 맡아주는 곳인 만큼 아이를 키우고자 한다면 시설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유한다.
“얼마 전 19살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출산을 했습니다. 남자쪽 집안에서 절대 아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 결국 입양 서류에 도장을 찍고 아이를 데리러 성가원(입양기관)에서 수녀님이 오셨는데 갑자기 남자친구가 저희를 향해 소리를 치는 거에요. "누구 맘대로 나의 아이를 입양 보내려 하느냐" 고요” 황당했지만 너무나 흐뭇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하는 사비나 원장은 “결국 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아이를 잘 양육하고 있고 이제는 부모님들도 받아들인 모양이다”며 행복해한다.
하루에 200건이 넘어서고 있는 낙태율...‘태아는 잉태된 순간부터 완전한 인간’이라고 강조하는 사비나 원장은 미혼모들을 위한 시설과, 자립시설 지원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 해소가 해외입양 국가라는 불명예와 생명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