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시가 추진 중인 ‘용인항일독립기념관’ 건립 사업이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과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지 선정 문제부터 시작해 공론화 부족, 급격한 예산 증액까지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용인시가 프로축구단 창립을 가시화하자 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앞장서서 항일독립기념관 건립을 원안대로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 항일독립기념관 건립 추진은 졸속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리고 시민 교육의 장이 될 기념관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업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용인시와 시의회가 중요한 절차를 소홀히 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해당 사업은 시의회 연구모임인 ‘용인독립운동탐험대’의 제안으로 시작되었기에, 시의회가 이를 객관적으로 심사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집행부를 감시해야 할 시의회가 오히려 제 식구 챙기기식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기념관 건립 사업의 재정적 부담이다. 최근 중앙투자심사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2024년 7월 재심사를 의뢰한 이 사업은 10월 22일 재검토 결정을 받았다. 이는 2021년 2차 심사 당시보다 사업비가 두 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초 2020년 계획 당시 38억 7200만 원이었던 예산이 2024년 3월 변경 계획에서는 90억 800만 원으로 급증했다. 단순한 물가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한 증액이다. 이처럼 예산이 급격히 증가한 데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사업이 강행된다면, 이는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기념관의 위치 또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기념관이 위치할 처인구 원삼면 좌항리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학생들과 시민들이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다. 역사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접근성 개선 방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독립운동의 숭고한 가치를 제대로 계승하려면, 더 많은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에 기념관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용인시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시의회까지 앞장서서 감시는커녕 졸속 사업을 원안대로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실수가 아니라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기념사업의 취지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볼 수밖에 없다. AI 시대에 걸맞은 사업으로 전환한다면 더욱 효율적인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잊지 말자.
시는 지금이라도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기념관이 진정한 교육과 역사 계승의 장이 되려면, 적절한 부지를 선정하고 예산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는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고집하지 말고, 시민과 함께 숙의하는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