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대지위에 빛나는 노란 별빛

  • 등록 2007.03.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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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로 꾸준히 상식…된장국에 넣어 먹으며 봄을 확인
박 시영의 들꽃 이야기 / 꽃다지

글·박시영 (사단법인 한국들꽃문화원 원장)

# 봄의 첫 탄생을 알리는 꽃망울
봄의 유혹이 화려한 바람을 앞장세우고 언덕을 넘어 오고 있습니다. 논길 밭길의 좁은 골목을 지나 산자락의 다다를 즈음 벌써 꽃다지는 차가움을 떨쳐 버리고 용기 있는 모습으로 봄을 기다리고 있지요. 그 이름만으로도 봄은 저 만치 오고 있을 거라 믿게 하는 꽃다지. 꽃-다지는 봄에 이르러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는 우리 말 이예요. 하얀 솜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당당히 우주의 밖을 나와 봄을 마중하러 나오는 씩씩한 꽃다지는 꽃단장으로 자신을 맡기고서, 온몸을 똬리처럼 돌돌 말아 차가운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그리고는 별빛보다 더 밝은 노란 꽃을 별처럼 반짝이고 있지요.

꽃님이, 빨간 입술, 이슬이, 옥선, 춘옥 산처녀들이 산에 올라 부산을 떨며 가슴으로 봄을 기다리는 동안 이미 벌써 그들의 발밑에는 꽃다지가 샛노란 별빛을 내며 화사한 봄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바늘침 만큼이나 작은 꽃의 반란은, 꽃다지를 찾은 산처녀들의 괴성에 수줍어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에서 봄은 겸손히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빨간 입술의 짓궂은 몸짓으로, 꽃 가까이 갖다 드미는 얼굴이 쑥스럽고 간지러워, 꽃다지는 간신히 몸을 추수려 가려봅니다. 하지만 곁눈을 살짝 뜨고 내민 꽃망울이 그만 들켜 옥선의 눈동자에 풍덩 빠져버리기도 하지요. 춘옥이는 얼마만에 보는 귀엽고 앙증맞은 꽃다지를 눈에 담으려고 별 같은 꽃을 머리와 입에 매달고 내려오지요. 봄을 안아 보겠다고 별빛 가득한 꽃다지의 몸부림을 달래어 가슴에 안아 보는 이슬이. 꽃님은 어느새 한 소쿠리 가득 봄을 담아 저녁상을 머리에 이고 내려오고요.

이 계절에 첫 탄생을 위한 산고의 몸부림이라서 인가, 아님 탯줄 끊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한 마리의 유약한 짐승이련가, 온 몸을 방석처럼 돌돌 말아 스스로의 가슴을 껴안고 겁먹은 표정으로 찬 바닥에 뚝 떨어져 바들거리고 있는 것이 꽃다지의 첫걸음이랍니다. 갓 태어난 생물의 보호막처럼 하얀 뽀송한 솜털이 온몸을 명주이불처럼 덮고 있어 아직 남은 찬 공기를 비껴 나가게 하지요. 꽃다지의 솜털이 완전 벗겨져야 봄은 정식으로 오는가 봅니다.

아마 이 세상에서 제일 작은 꽃이라 할 것이에요. 아주 작은 깨알 같은 꽃이 그 만큼으로 개화되어 우주의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하고 있지요. 아주 작은 꽃망울의 터트림이라 그 울림을 듣기위하여 귀를 바짝 갖다 맞추어야 하지요. 봄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말예요.

꽃다지는 저 깊숙한 곳에서 1차로 꽃을 피워 속을 채우고는 꽃대를 바로 일으켜 세워 주변의 망을 보도록 하지요. 누가 뒤따라 나서는 꽃 동무가 없는지, 혹은 저보다 먼저 이 세상에 나온 놈은 없는지 알려하는 것처럼 길게 목을 빼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죠. 저 혼자의 세상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 그제야 앞치마를 풀어 헤치듯 웅크리고 있던 감싸 쥔 치마폭을 풀어 제쳐 하늘로 올려 보내지요. 맘껏 치마폭을 하늘로 올리는데 뿌리가 끝을 잡고 있어 헛발질만 하늘로 하고 그저 한 뼘 정도 뿌리에서 몸부림쳐 달아나지요. 자기세상을 만난 꽃대에는 이차로 저 몸뚱이만한 꽃을 머리에 이고 있어요. 풀어헤친 머리카락처럼 동서남북으로 맘 내키는 대로 꽃의 방향을 놓고는 목젖이 밖으로 튀어 나올 만큼 크게 웃어 재끼고 있지요. 겨울 내내 참았던 웃음을 한꺼번에 라도 웃는 것처럼 죄다 들 분주하게 입을 벌려 실컷 웃지요. 이래서 봄은 한걸음에 달려오는가 봅니다.

# 뿌리, 줄기, 잎…쓰임에 따라 약효도
꽃다지는 두해살이 풀이면서도 여러 해를 살아가는 놈도 많답니다.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를 정력, 모과정력, 정력자라해요. 종류로는 민꽃다지, 산꽃다지, 구름꽃다지라는 종이 있어요. 실은 아주 오래된 귀화식물이라는 걸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았었는데 자기 맘을 들켜 버렸네요. 그래도 내 땅이 좋아서 한 살림 차리고 우리에게 재롱떨고 이쁜 짓 많이 하니깐 좋은 이름 지어주고 서로 좋잖아요.

양귀비목의 겨자과 식물이라서 실은 그 뼈대가 훌륭한 집안의 내력이라는 것이 참 중요해요. 우리가 이용해서 쓸 곳이 대단히 많고 중요한 부분에서도 긴히 쓸데가 많다는 것이지요. 잎은 우리 손의 한 뼘 정도로 올라오지요. 뿌리에서부터 잎사귀가 방석처럼 빙 둘러 뭉쳐 나오는데 줄기에서 또 가지를 치기도 해요. 그래가지고는 좁은 방에서 한 무리 소담하게 어깨를 걸치고들 살아갑니다.

잎사귀에 솜털이 있어 마냥 애기같이 어려 보여요. 꽃대는 훨씬 위로 올라 왔다 가지요. 한자 실이 넘게 올라와서는 머리에 꽃을 이고 있지요. 꽃은 봄의 계절에 줄기 끝에 모듬으로 피어나요.

부지런한 식물이기에 다른 식물보다 먼저 씨가 땅에 떨어져 초가을이면 벌써 싹이 나서 겨울을 보냅니다. 겨울을 난 잎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방석처럼 둥근 잎으로 둥글게 모여 자라다가 줄기가 나오고 잎사귀가 달리게 되는데 이 때에는 길쭉한 타원형의 모습으로 달려 자라나지요. 하얀 솜털이 빽빽이 나 있는 것이 이채로워요.

처음에는 나물로 꾸준히 상식을 했었는데 이 나물만 먹어도 아픈 곳이 저절로 나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씨며, 뿌리며, 이파리를 개성별로 먹으면 아주 좋아 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요. 그래서 민간에서 약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리라 생각해요. 나물로서 약초로서의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인데 바로 이러한 우리의 전통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이러한 현실을 인식해서 이렇게 문자화로 남겨 놓는 일에 게으르지 않는 것이 다짐인데. 여하튼 꽃다지 같은 경우도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에 전초를 베어다가 말려 탁탁 두드리면 아주 작디작은 씨 알갱이가 내리지요.

말려서 하는 것과, 볶아서 이용하는 것에 따라서 쓰임을 달리하면 되는 것입니다. 또는 뿌리를 빻은 가루를 꿀에 개여 환을 지어서 드시면 그게 약이지요. 문헌에 심장질환과 호흡곤란에 약용이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설사를 나게 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변비를 다스릴 수 있고요, 소통이 원활히 잘되니 부기가 잘빠지고, 섬유질이 가득하니 시쳇말로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을 것은 분명한 일이구요. 기침과 가래를 삭여도 주었다는 게 내려오고요, 웬만한 야생초들은 오줌을 잘 나오게 하는 것은 기본 덕목으로 갖고 있어요. 이를 두고 이뇨작용을 한다 해요. 늑막염, 백일해 등에 좋다는데 그냥 좋은 것으로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맛이 순하지요, 담백하고 쓴맛이 없으므로 씨를 약간 볶아서 뭉글한 불에 은근히 달여 마시면 이것이 약초가 되는 것이고요, 이른 봄 맷방석 같이 둥그렇게 똬리를 치고 앉아있는 꽃다지를 캐다가 갖은 양념을 해서 무쳐 드시면 바로 이게 산나물이 되는 것이랍니다. 그럼요 된장국에 넣어 드셔야 봄을 확인 할 수 있지요. 한 가지 더 생으로 드시면 더 좋아요. 김밥 쌀 때 적적히 배열해서 놓아먹으니깐 혀가 좋아해요. 녹즙을 내어 드시면 가계에 큰 도움이 되고요, 뿌리를 모아서 술에 숙성시키면 약주가 되는데, 이것만이 아니고 다른 야생초도 이렇게 응용해보시면 나 보다 내 몸이 더 좋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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