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세계와 소통하는 꿈을 꾼다”

  • 등록 2007.03.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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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들 자유 통로 위한 만화 엑스포 추진 노력

   
 
글·유성민 객원기자 | 사진·김호경 기자

‘만화로 세계정복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 본부장 허남길. 그의 명함을 받아들었을 때 여러 생각이 드는 가운데 뚜렷하게 남은 한 생각은 ‘만화가 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태권브이 만화를 보며 불의를 응징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을 때의 의미심장함이나 결연함을, 나아가서는 어린 시절 동심을 떠올렸다.

어쨌거나 이 세계정복 모임은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전문가들이 프로젝트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단체라고 한다.

인터뷰를 위해 허남길 씨을 찾았을때, 그는 지난 2월 용인 행정타운 문화예술원에서 열렸던 유니세프 기금마련 만화전시회를 마무리하고 용인시 마평동 작업실에서 다른 작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일본만화 극복 ‘글로벌화’
“지금은 주한 외국 대사 캐리커처 작업을 하고 있어요. 80명 이상 그려서 전시회를 할 생각이에요. 아직 20명 정도 완성한 상태에요. 그리고 세계적인 시사만화가 라난 루리 씨의 단독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어요. 루리 씨는 가장 많은 매체에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해 가장 오랜 기간 작품을 게재하는 시사만화가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바 있죠. 103개국 1105개 매체에서 그의 작품을 싣고 있어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지구촌 사건들의 시사 일러스트 작업을 전시할 거에요.”

그는 만화가지만 창작 작업뿐만 아니라 기획과 마케팅까지 직접 나서서 한다. 용인 문화예술원에서 열렸던 만화 전시회와 지난해 남이섬에서 열었던 카툰 전시회, 2003년 경주문화엑스포에 열었던 신라문화역사기행, 애니메이션관, 만화박물관 등의 전시, 그리고 올해 창원에서 8월에 열릴 만화축제도 그가 직접 기획한 것이다.

그가 기획하고 있는 주한 외국대사들의 캐리커처 전시회도 유니세프 기금 마련 활동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유니세프를 통해서 지구촌의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서 좋고 각국 대사관과 좋은 인연을 맺으면 글로벌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문화 성장에도 좋은 동력이 될 거에요.”

그는 만화엑스포를 개척하고 싶다고 했다. 단순한 만화 페스티벌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만화를 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그 곳에서 지구촌 만화 마니아들의 작품을 교역할 수 있는 만화 중계무역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과 일본의 만화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런 틀을 바꾸려면 우리나라 만화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구촌의 다양한 만화작품들이 소개되고 교류될 수 있는 장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피카추, 포켓몬스터가 일본 경제의 7%를 점유한다고 해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하청구조를 못 면하는데 그걸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전 지구촌 만화인이 모이는 장을 여는 게 필요해요. 기존에 국제만화페스티벌이 있긴 한데 단발성 행사 위주고 일본, 미국 같은 만화대국에 어떤 것을 제시하지 못하잖아요. 국내 시장에 아이템이라도 풍부해야 하는데 일본 아류만화가 판치는 상황이고, 프로젝트가 없어요. 작품도 빈약하고. 만화가 60년대부터 통제를 받다가 이제 통제를 벗고 산업적 구조를 잡는가 했더니 8~90년대를 정점으로 만화시장이 많이 사그라진 상황입니다. 지금은 출판업자들도 힘들고 작가들 의욕도 줄어 명맥을 잇는 수준이지요. 일본만화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요. 이런 때 굳이 우리 만화를 고집해봐야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고, 실력 있는 사람이 나와도 크질 못해요. 때문에 다양성을 모색하는 글로벌화가 오히려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실력 있는 사람을 세계적인 만화가로 키우려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해요.”

# 만화가 성장위한 토대 마련돼야
그는 젊은 만화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장이 부족한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그들이 성장할 기회와 장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기때문에 만화가들이 자유로이 기고할 수 있는 통로, 판로 개척을 위한 만화 엑스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만화엑스포를 통한 시장 확대와 아이템 확대가 재능있는 만화가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2~3년 내 추진하기 위해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그는 환갑이 넘었지만 만화에 대한 열정은 아직도 뜨겁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만화를 봤죠. 너무 좋아보였어요. 어려서부터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만화를 본 이후에는 열심히 따라 그렸죠. 학교 다닐때 칠판에 고바우 영감을 그리기도 하고요. 중학교 땐가요 제가 그린 그림을 들고 부산국제신문에 4칸 만화를 그리시던 김용순 씨를 찾아가 보여드리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주시기도 하면서 만화가가 되고 싶으면 만화를 출판하는 회사에 가보라고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더군요. 그 전화번호로 회사를 찾아갔더니 작가 분들이 원고를 보여 주시더라구요. 저도 그런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종이,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신문배달도 하고 친구들에게 만화를 그려 팔기도 했죠.”

그렇게 노력하던 그는 28살에 만화가협회에 어렵사리 시험을 치고 협회원이 돼서 만화가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만화가들이 대개 작품에 전념해 판매나 기획 같은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대부분인데 만화가이면서 동시에 만화 관련 기획자로 나서게 된 동기가 궁금했다.

“신문사에서 만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같이 일하던 분이 부부 캐리커처를 부탁하더라구요. 그렸는데 반응이 좋아 너도 나도 그려달라는 부탁이 왔어요. 그 후 스포츠 동아에서 7년간 운동선수와 연예인 캐리커처를 담당하게 됐죠. 88년 쯤 피서를 떠나 동해안에서 선물용으로 쓸 캐리커처를 그렸는데 그려달라는 분이 많더라구요. 그때 피서비용을 뽑고도 돈을 벌었죠. 어느 날은 TV에 가족 소개를 하는데 그 집에 제가 그렸던 가족 캐리커처가 있더라구요. 그걸 보니 기분이 더 좋더군요. 나중에 사업으로 하자는 분이 생겼고, 본격적으로 캐리커처를 그리게 됐죠.”

그렇게 캐리커처의 세계에 뛰어들자 선거용, 선물용으로도 많이 그리게 됐고, 한 곳에 있기보다는 이동하면서 그림을 그려주고 전시하는 기획전을 만들게 됐다. 캐리커처라는 영역을 시도하고 또 그것을 토대로 기획전시를 열어왔다는 설명이다.

용인에는 2000년에 와서 둥지만화박물관을 만든 하고명 씨와 같이 개관 작업을 하고 ‘용인을 일구어온 50인전’ 같은 캐리커처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또 둥지만화박물관에서 만화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만화엑스포 개최를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긴 한데 저는 이런 의미 있는 행사가 용인에서 열렸으면 좋겠어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에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해요.”
용인신문 기자 webmaster@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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