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면 연인의 촉감이 느껴진다

  • 등록 2007.05.01 00:00:00
크게보기

박 시영의 들꽃 이야기 / 제비꽃
나물·국·제비꽃술 등 다양한 쓰임새

   
 
# 어릴적 추억담은 꽃
지금은 온통 제비꽃 세상입니다.
오랑캐꽃, 앉은뱅이꽃, 병아리꽃, 반지꽃, 씨름꽃, 외나물꽃등으로 불리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전국에 널리 퍼져 자라기 때문에 이렇게 각 지방마다의 이름이 각기 달랐던 것을 한 세기 전쯤 제비꽃으로 이름을 통일하였습니다.
현재 등록되어 있는 제비꽃 종류만도 얼추 70여 가지가 됩니다. 남산제비꽃, 금강제비꽃, 고깔제비꽃, 서울제비꽃, 각시제비꽃, 삼색제비꽃, 노랑제비꽃, 흰제비꽃 등….

뿌리에서부터 잎자루가 나와 줄기 없이 한 움큼 탐스럽게 자라지요. 그렇게 전국으로 널리 퍼져 자라서인지 꽃 색깔도 흰색, 자주색, 하늘색, 보라색, 노랑색으로 다양하게 피며 이른 봄서부터 초가을까지 대지를 수놓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번쯤 남산 제비꽃으로 코를 그 속에 빠뜨려 보세요. 막혔던 심장으로 터질 듯 뿜어 나오는 진한 우주의 향을 느낄수 있습니다.

제비꽃 중 유일하게 향을 품어대는 남산 제비꽃.
이번 주 들과 산에 가게 된다면 꼭 반지를 만들어 제비꽃이 왜 반지꽃인지 확인하세요.
토끼풀꽃 반지가 진주라면, 남산 제비꽃 반지는 다이아몬드라 수 있습니다. 꽃 싸움을 아시나요? 지금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 어린시절 뒷동산에 올라 소꿉친구들과 개구쟁이 장난질하며 꽃놀이할 때 싸움질 도구로 이 제비꽃을 따서 끊어 먹기를 하는 놀이를 했었답니다.

꽃 머리를 서로 목에 걸고 댕겨서 꽃 머리가 안 떨어지면 이기는 꽃 싸움이지요. 그래서 씨름꽃이라 부르기도 했고요. 또는 장수 꽃이라 하기도 했습니다. 꽃대의 모습이 단단한 못과 같이 힘 있게 올라와 보라색 꽃을 피운다하여 자화지정이라 하기도 하지요.

길거리에 이름 모를 꽃잎이 요란한 색으로 널따랗게 가로화로 피어 있는 것이 있는데 팬지라고 합니다. 이것이 대표적인 서양의 제비꽃이지요. 한 꽃대에 두 가지 색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 특색입니다.

# 나물로, 국으로…쓰임새도 다양
제비꽃은 쌉쌉하고 매우며 찬 성질이 있어 열이 있는 증상에 복용하기도 했지요. 피부가 헐어 살갗이 벌겋게 돼 열이 나는 증상이나 간의 열로 인하여 눈이 충혈 되고 아픈 증상에 또한 잘 복용되어 왔지요.

옛 어른들은 산에서 뱀에게 물렸을 때 얼른 제비꽃 한 움큼을 뜯어다가 돌멩이로 짓이겨 두툼히 붙여 놓기도 하였었지요. 생손을 앓을 때 아주 긴요하게 쓰는 풀로도 으뜸 이였지요. 생인손 앓는 부위에 잘 짓이겨서 붙여 놓으면 잘 낫는다 하였습니다. 변비나 불면증 혹은 만성간염에 이르기까지 두루 적용이 되었는데 그 시절에야 이것 밖에 없으니 아무래도 좋은 효과를 두루 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이 제비꽃은 너무나 훌륭한 꽃임에 틀림없었지요. 한 더위에 열매가 까맣게 들기 시작할 무렵 전초를 뜯어다가 햇빛에 잘 말려서 다려 드시면 됩니다.

어린 제비꽃을 만져보면 그 촉감이 연인의 촉감 같습니다. 그 보드라움에서 연한 잎을 한입 통째로 나물로 해먹고, 국을 끓이는 데에 넣어서 봄을 씹을 수가 있지요. 어린 잎 데쳐서 나물해 먹었다 해서 외나물꽃 이라고도 합니다. 큰 그릇에 고추장에 참기름 약간 넣고 제비꽃 잎만 가득 넣고 삭 삭 비벼 보세요. 난 책임 못 집니다. 이 봄의 반란을.

제비꽃 잎 샐러드에 묻혀서 쌈채 나물 소쿠리에 넘칠 듯 꽃 잎 넣어 함께 싸 드시면 자연의 한끝자락의 생기를 느끼실 겁니다. 여러 방법 중에 여린 잎을 갖다가 풀이나 밀가루를 입혀서 튀겨 드시면 이 또한 봄이 시샘할 것은 분명한 일 겁니다.

올봄 독자 분들께서는 제비꽃술을 한번 담가둬 보시지요. 돌아 댕기면서 꽃잎만 모아 술에 넣어 두십시오. 싱싱하고 활짝 핀 것만 거두어 주세요. 꽃의 양이 일이라면 소주의 양을 삼배로 잡아주세요. 약 한달 넘게 못 본체 해 두세요. 저 구석에서 외로워 보이더라도.

그러면 술이 익는데 건더기를 잘 걸러내어 다른 용기에 보관하게 되는데 향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주둥이가 좁은 용기에 넣어 약간의 시간을 갖은 뒤 드시면 되는데 참말 좋습니다. 필자는 그 엷은 황색이 맘에 들어요, 멈출 수 없는 감미로운 향과 함께요.

베란다에 있는 입이 넓은 화분에 밀식을 해서 심으면 보다 탐스런 진한 봄의 유혹에 힘찬 기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가을에 씨를 받아 실생을 하면 다음해에 튼튼해 제비꽃의 반김을 더욱 맞이할 수 있지요.

<사단법인 한국들꽃문화원 원장 박시영>
용인신문 기자 webmaster@yonginnews.com
Copyright @2009 용인신문사 Corp.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용인신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지삼로 590번길(CMC빌딩 307호)
사업자등록번호 : 135-81-21348 | 등록일자 : 1992년 12월 3일
발행인/편집인 : 김종경 | 대표전화 : 031-336-3133 | 팩스 : 031-336-3132
등록번호:경기,아51360 | 등록연월일:2016년 2월 12일 | 제호:용인신문
청소년보호책임자:박기현 | ISSN : 2636-0152
Copyright ⓒ 2009 용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ongin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