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권은 자족기능을 갖추어 개발해야”

  • 등록 2007.06.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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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용인시의회 의원 김희배

이웅희 전의원과의 인연 정계입문
묵묵히 자기역할하는 시의회 ‘양반’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흔히 “그 사람 참 양반이야”라는 말을 쓴다. 예의 바르고 선량하다는 뜻이다. 청렴의 대명사다.

경우에 틀린 것 없고, 무게감이 있으며, 묵묵히 자기역할을 다 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다. 용인시의회에는 양반이 한 명 있다.

쉽게 노여워하지 않고 상대를 먼저 배려해 주지만 어느 누구보다 따끔하게 쓴 소리를 할 줄 아는 시의원. 재선의 김희배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 이웅희 전 의원과의 ‘인연’ … 정당생활 15년

김희배 의원의 정치인생은 지난 1993년 이웅희 전 국회의원의 권유로 후원회 사무국장을 맡기 위해 민주자유당(현 한나라당)에 입당하며 시작됐다. 지금이야 강화된 선거법 등으로 금권선거가 자취를 감췄지만 당시만 해도 돈으로 선거를 치렀던 시대. 따라서 돈을 관리하는 후원회 사무국장의 역할은 막중한 것이었다.

“당시 이웅희 의원님이 직접 사무국장을 맡아줄 것을 권유했어요. 돈을 관리하는 자리다 보니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았었나 봐요. 그 때 몇몇 지인들이 나를 추천했고, 인간 김희배에 대한 평을 들은 후 제의를 했던 것 같아요. 지금에야 하는 얘기지만 그 때 맡지 않았었다면 지금쯤 돈도 많이 모았을 텐데...(웃음)” 양반이라는 평을 들으며 정직하게 살아온 삶이 그를 정치인으로 만들어 놓은 셈이다.

“지금도 이 전 의원님을 아버님처럼 생각하고 매년 수차례씩 찾아 뵈요. 항상 등 뒤를 지켜주는 든든한 후원자죠. 연로하시고 병환 중이기에 더욱 자주 찾아뵐 생각이에요.”

# 낙선 … 재기 … 재선

후원회 사무국장직으로 일하던 김 의원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웅희 전 의원으로부터 지난 1995년 치러진 제1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에 군의원 후보로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은 것.

당시 인구 23만이었던 용인시는 총 16명의 군의원을 선출했고, 김 의원이 출마한 ‘용인읍’선거구(현 중앙동, 동부동, 유림동, 역삼동)는 3명의 군의원을 뽑았다.

출마를 고민하던 김 의원은 이웅희 국회의원의 후원을 믿고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용인읍’선거구 군의원 후보만 16명. 더구나 경쟁자들은 당시 현직 군의원이던 양승학 전 시의회 의장 등 쟁쟁한 후보들이었던 것.

빼내 든 칼을 다시 접을 수 없었기에 다른 후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낙선했다.

“살면서 그 때만큼 힘든 시절이 없었던 것 같아요. 가끔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접한 정치인들의 자살이 이해됐었죠. 낙선 후유증이 최소 6개월은 지속됐죠. 밤이면 잠도 못자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꺼려지고 … 부인의 도움이 컸죠. 옆에서 잘 참아내고 지켜줬어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문 김 의원이 말을 이어갔다.

“흔히 화병이라고들 하죠. 사람이 살 수가 없었어요. 친구들이 일부러 불러내 웃게 만들려고 많이들 노력했죠.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 낙선한 이유를 알겠더군요.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욕심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 후 98년 지방선거에는 출마를 하지 않았다.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준비를 마쳤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 2002년 6월 제3회 지방선거 중앙동 시의원 후보로 출마, 시의원 배지를 가슴에 달았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당선, 재선의 고지를 정복했다.

“정치라는 것이 본인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당시의 상황 등 운도 따라줘야 해요” 낙선과 당선의 8년여의 과정을 거치며 그가 내린 결론이다.

김 의원은 3선 도전에 대한 질문에 “아직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 동부권, 자족기능 갖춘 도시로 개발

“요즘 처인구 최대의 화제가 바로 동부권 개발이에요. 지역 주민 2~3명만 모이면 모두 동부권 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죠. 시의원이기에 앞서 동부권 주민입장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참 답답한 상황이에요”

‘시의회 양반’소리를 들으며 차분하기로 소문난 김 의원도 동부권 개발에 대한 의견에는 열을 올린다. 그 만큼 시급한 문제라는 증거.

“가장 큰 걸림돌인 오염총량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해요. 수질 기준을 맞추는데 급급해 하기보다는 환경부가 제시한 5.5 ppm을 맞출 수 있도록 하수종말처리장 증설을 요구해야 해요. 집행부에서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환경부와의 협상에 나선다면 가능하다고 생각돼요. 근시안적 계획은 동부권 발전에 오히려 해가될 뿐이에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죠.”

“동부권은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개발되야 합니다. 수지·기흥을 보세요. 베드타운이에요. 그 지역 기업들은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현실이에요. 결국 시의 세수만 줄어드는 것이죠. 따라서 세수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해요. 기흥호수공원, 시민체육공원 등 공공시설도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익사업이 필요한 거죠. 지자체는 이제 기업이에요. 경영자의 마인드로 운영해야 하는 겁니다”

그는 “시의 재정이 부족해 올해 제1회 추경예산 신청액이 440억 밖에 안 된다”며 세수확보 자원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 가족 … 첫 며느리

김 의원은 얼마 전 첫 며느리를 들였다. 장남인 종웅 군(27)의 혼사를 치른 것. 그러나 김 의원은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내가 28세에 결혼했어요. 큰 아들이 올해 27세인데 ‘네가 결혼해서 잘 살 수 있느냐’고 했더니 피식 웃으며 하는 말이 ‘아버지는 몇 세에 장가 가셨죠?’라며 반문하더군요. 할 말이 없더라구요. 90세 노모가 60세 아들한테 차 조심하라고 말한다죠? (웃음) 그 말이 딱 들어맞더군요.”

그는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갖고 생활한다고 했다. 가정일보다 밖의 일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

“나이가 들수록 미안함의 무게도 부쩍 커지는 걸 느껴요. 가정에 충실하며 의정활동도 잘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대부분의 의원들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가정에 충실할 날도 언젠가 오겠죠. 그 때 더욱 충실하렵니다”

가정에 쌀이 떨어지건 지붕에 빗물이 새건 가정보다 바깥일을 중요시 하던 옛날 양반들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김 의원은 ‘양반’의 별명을 얻지 않았을까.
이강우 기자 hso09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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