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과 활발함, 웃음, 그리고 배려가 그의 매력

  • 등록 2007.06.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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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 아나운서 김병찬

글·우한아 | 사진·김호경 기자

   
 
# 껍질을 깨고 또 다른 세상으로

“살아지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대로 살자는 다짐으로 성실히 노력한 것이 지방출신이라는 핸디캡까지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 것 같습니다.”

명료하면서도 확신이 들어있는 목소리, 누구를 만나든지 잊지 않는 큰 웃음, 처음 만난 사람이 아닌 듯 편안함을 주는 배려. 기자가 아나운서 김병찬을 만난 소감이다.

빈틈하나 보이지 않는 빡빡한 스케줄 수첩을 보니 기자 마음에 부담이 왔지만 그는 “아직 시간 있으니 더 이야기 하자”며 여유를 보인다.

1988년 안동 MBC 아나운서로 방송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0년 KBS 아나운서실로 둥지를 옮겼다. 18년 가까운 시간을 KBS에서 생활하며 간판 아나운서로 큰 인기를 누리던 그가 2006년 10월의 마지막날 ‘프리랜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프리랜서가 되고나니 전보다 오히려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어요. 그만큼 일도 더 많아졌고 여러 방송사의 일을 하게 되니 훨씬 바빠졌지요. 하지만 방송국에 있을 때는 인생의 전부가 방송이었지만 지금은 인생의 일부가 방송이 됐어요.”

프리랜서 된 이후의 생활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사실 보장된 방송국 생활을 뒤로 하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은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간판 아나운서로서 생활하다보면 본부장도 될 수 있고 임원도 될 수 있지만 그건 제 목표가 아니었죠. 20년 가까운 세월을 방송국에서 지내다 보니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제 자신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유학을 떠났고 2년간 웨스트민스터대학교에서 석사공부를 했습니다. 재충전을 해 방송으로 복귀했지만 5년정도 지나니 다시 나태해지더군요. 껍질을 깨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가야 할 때가 온 것이죠.”

아나운서 김병찬은 “지금의 선택에 후회는 절대 없습니다. 오히려 선택이 너무 늦었다는 것에 대한 후회는 있지요”라고 말한다.

현재 방송국에 소속돼 있는 아나운서들은 철처하게 회사 사규에 따른다. 인기 아나운서 같은 경우 몇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다른 사원과 똑같이 일해야 한다. 또한 사적인 활동에 제약이 많은 실정이다.

“방송 진행자가 특정한 방송국에 소속돼 사원으로 있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 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같은 다른 국가들은 아나운서나 방송 진행자가 대부분 프리랜서죠.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특성을 볼 때 조직에 얽매여 생활하는 것은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국내 방송인들이 점차 프리랜서로 전향을 하는 것이죠. 시각의 한계와 사규에 따라야 하는 책임감을 극복하고 보다 넓고 깊이 있는 시각을 통해 질 높은 방송을 완성하는 겁니다.”

그는 아나운서가 제대로 방송하기 위해서는 프리랜서화 될 수 밖에 없다고 못 밖는다.

# 정치는 ‘No’ 자녀가 인정하는 ‘아나운서’될 것

대선과 총선을 앞둔 시기여서 그런지 정치 색을 띤 행사장 사회자로 김병찬 아나운서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자연스레 ‘김병찬 아나운서가 정치계에 입문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정치요? 절대 정치는 하지 않습니다. 단지 평소 친분을 지니고 있던 정치인들이 많다보니 그분들의 청을 거절하기 어렵고 또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 사회를 맡은 것 뿐입니다. 아마 제가 자주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니 그런 추측들을 하시나 봅니다. 하하”

그는 최고의 아나운서가 되는 것 빼고는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아나운서가 됐습니다. 지금도 아나운서로서의 한길만을 가고 싶습니다. 우리 아들과 딸에게 아나운서로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는게 제 소망입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김동건 아나운서와 같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습니다.”

‘아나운서’란 호칭이 ‘김병찬’이란 이름보다 더 친숙한 그는 “앞으로는 일보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연구하는데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며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 등산을 가고 된장찌개를 끓여먹는 즐거움을 누리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신발이 발에 잘 맞으면 신발의 중요함을 모르고 혁대가 자신의 몸에 딱 맞으면 혁대의 소중함을 잊어버리듯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만의 안이로운 착각으로 항상 소중한 존재는 뒤로 미룬채 살게되죠. 필요에 따라 만나는 사람은 사실 소중하지 않잖아요. 이제는 전철도 많이 타고 친구들 사무실도 찾아가고 못 만났던 선후배도 만날 생각이에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책읽기나 여행, 골프도 자주 할 계획입니다. 무엇이든 날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나를 행복하게 한 일 세가지가 무엇인가 생각한다는 김병찬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신발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번을 만나더라도 기억에 남는 사람 말이죠”라고 자신의 바램을 내비친다.

# 잠시의 어려움은 오히려 자신을 성숙시켜

김병찬 아나운서가 방송계에 들어선 것은 1988년 대학교 4학년 때이다.

KBS에 입사하고 싶었지만 실패했고 같은 시기에 두군데 방송국에 응시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결국 안동MBC에 합격해 2년간 아나운서 생활을 했다. 하지만 KBS로 자리를 옮기기 위한 도전은 계속됐고 1990년에 소원하던 KBS에 입사했다.

“전 제 후배들에게 일부러 이 이야기를 자주 해줘요. 누구에게나 어려움이 있고 문제가 있잖아요. 좌절은 있을 수 있지만 굽히지 않고 확신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뜻을 이룰거에요. 물론 목표를 위해 더욱 성실하고 노력해야겠죠. 제가 지방출신이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큰지식이나 이성의 힘은 없지만 국민들에게 지금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는 최근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에 대한 비난과 우려를 염두한 듯 “현재 후배들이나 선배, 친구들 가운데 기존 틀에서 탈피해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이 많아요. 이들에 대한 비난이나 질타의 의견도 있지만 획일적이고 자율적이지 못한 권위적인 현재의 방송계 흐름상 이같은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화 현상이 주류를 탄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이들에 대해 성공이다 실패다를 말하긴 이르다고 봐요. 전 이 친구들에게 ‘자신감을 회복할 시간을 갖고 남들의 시선에 얽메일 필요없이 자신의 목적과 스스로의 모습을 더욱 중요시 여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남과 북의 열차가 56년만에 남북을 횡단한 역사적 순간을 생생하게 전한 김병찬 아나운서. 그는 이제 8살된 아들과 6살짜리 딸을 키우는 늦깍이 아빠로서, 대학이나 강단에 강연을 나가는 강사로서, 각종 국·내외 행사의 사회자로서 오늘도 숨바쁜 하루를 보낸다.

빡빡한 스케줄에 늘 늦어 허둥대는 모습이 바로 김병찬이라는 그. 가장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글을 맺는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중요한 행사의 사회를 보기로 했어요. 저녁 7시부터 시작인데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차는 옴짝달싹할 수 없이 막히고 시간은 6시 40분을 넘어서고... 도저히 방법이 없더라고요. 고민 끝에 차를 세우고 뒷차 택시기사에게 다짜고짜‘너무 바빠 차를 맡겨놓을테니 잠시만 봐달라’고 한후 지나가던 중국집 오토바이에 사정해서 뒷바구니에 쪼그려 앉은 채 행사장까지 겨우 갔어요.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환호를 하고… 어휴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근데 그 택시기사 아저씨는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하하.”
우한아 기자 odnoko@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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