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사랑…감동이 있는 인생

  • 등록 2007.09.01 00:00:00
크게보기

Close-up | 코미디언 엄용수
방송 3사 코미디협회장 등 활동…후배들 위한 일 항상 고민

   
 
지난 5월 23일 입양한 딸을 시집보낸 사연으로 그의 가족사를 세상에 알린 엄용수씨. 부모를 잃고 오갈 데 없는 두 아이를 입양해 남몰래 키워온 그는 두번의 이혼 경험으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딸을 시집보내는 자리에서 입양한 자식들을 ‘가슴으로 낳은 애들’이라고 고백해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좋은 아버지, 방송인, 방송 3사 코미디협회장, 코미디언노동조합 지부장 등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개그맨 엄용수씨를 지난 28일 여의도에서 만났다.

△ 입양한 딸 눈물로 시집보내다
KBS 공채 14기 출신인 연기자 백경미씨와 결혼하고 8년만인 97년 이혼, 이듬해 5월 다시 재혼하지만 성격차이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6개월 만에 다시 이혼, 그의 가족사를 따지자면 평탄치 않다.
“이혼이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죄악시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결혼을 한번만 했다고 잘난 것도 아니고 여러 번 했다고 나쁘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요. 지금도 이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많은 연예인들이 이혼하면 잠적하거나 방송활동을 쉬지만 그는 한 번도 방송을 쉬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이혼 때문에 언론을 피하지도 않았고 속 시원히 털어 놓았다.
솔직히 어떻게 이렇게 당당할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의 이런 당당함 뒤에는 남달랐던 자식사랑이 있었다.
첫 번째 부인 사이에 낳은 친아들, 두 번째 부인이 데리고 온 아들, 가정부가 데리고 온 아들, 세 살던 집의 남매. 어떻게 보면 애 키우기 참 힘들었겠구나 싶지만 그는 그런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키워냈다.
장성한 아들들은 모두 일찌감치 가정을 꾸렸고 지난 6월 23일 입양한 딸을 시집보내며 그는 남몰래 눈시울을 붉혔다. 그날 시집가던 딸은 그가 ‘가슴으로 낳아 금지옥엽 키운 자식’이었던 것이다.
20여 년 전 그는 시골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예전 시골집에서 세를 살던 집의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고아원 생활을 하다가 도망쳐 예전에 살던 집이라고 어머니를 찾아왔다는 것.
그의 아이들의 어머니가 병으로 일찍 유명을 달리하고, 아버지마저 시력을 잃고 세상을 떴다는 딱한 아이들의 사정을 듣고 끝내 남매 현아(당시 6살)씨와 본혁(당시 10살)이를 뿌리치지 못했다.
“그냥 아저씨랑 같이 살자”라는 한마디와 함께 그들은 가족이 됐다. 그리고 그때 찾아왔던 남매의 누나인 현아 씨가 시집을 갔다.
가수 V.O.S.와 남보원 등이 축가를 부른 이날 결혼식에서 부녀는 결국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을 짓는 등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모두를 찡하게 했다.

△ 방송생활 29년, 개그맨 생활 27년
그의 방송 경력을 따지자면 많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제1회 MBC 개그콘테스트에서 입상하면서 데뷔한 그는 ‘청춘만만세’라는 코너로 첫 방송을 탄다. 당시 그의 동기들은 최양락, 김보화, 이경규 등. 그때 엄용수씨의 나이는 29살. 동기들과는 10살정도 차이나는 늦은 데뷔였다.
“학교 때부터 사회를 잘 본다, 입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형님 따라 조경공사일을 하다 라디오 프로그램 견습생으로 방송에 몸담은 지 벌써 29년이에요. 개그맨 생활은 27년 째구요.”
MBC에서 주목받을 즈음, 당시 경쟁프로그램이었던 ‘KBS유머1번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 KBS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유머일번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는데 제 실력을 인정 받는 것 같아 너무 기분 좋았어요. 지금 정치상황에 비유하자면 완전 손학규 전지사라고 할 수 있죠. 그만큼 나의 가능성을 믿고 경쟁사에서 부른 거니까요. KBS로 자리를 옮기고 나니 바로 개그맨들 사이에서 중진이 되었더라고요 데뷔가 늦은 만큼 나이가 많았으니까요. 하하하”
지금까지 그가 거친 프로그램을 손꼽자면 끝도 없다. KBS 유머1번지, MBC 청춘 만만세, KBS 즐거운 소극장, KBS 쇼 비디오자키, KBS 명랑극장, KBS 시사터치코미디파일, SBS 라디오 엄용수의 개그세상, 생방송 큐, 행운의 스튜디오 등등, 개그 프로그램이외에도 리포터로 방송인으로 펼친 활동이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생활한다.
지금은 KBS 6시 내 고향, 아침마당, 바둑 TV 등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경로잔치, 효도잔치 등 각종 행사를 찾아다니느라 눈코 뜰새 없을 정도로 바쁘다.

△ 지금 개그계는 ‘불행’, 변화가 필요하다.
코미디협회장인 엄 씨는 코미디 계와 코미디언들에게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웃찾사’나 ‘개그콘서트’ 같은 개그 프로그램들은 정통코미디가 아니에요. 그저 재주 있는 사람들이 나와 장기자랑을 하는 프로그램이죠. 나와서 마빡이나 치고 있고 입으로 무나 갈고, 그저 장기자랑 일 뿐이죠”
그는 지금의 개그프로그램이나 코미디언들이 변해야 한다고 한다. 개그가 이런 상황까지 온데는 시청자들과 방송국에 문제가 있다는 따끔한 한마디를 전한다.
“지금의 개그 프로그램들은 기승전결 없이 무조건 웃기는 것이 다에요. 방송국은 시청률을 올리려고 극약처방을 한거고 시청자들은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죠. 그저 바로 웃겨야만 된다고 생각해요”
생각해 보니 지금의 코미디는 두고두고 마음속에 새겨둘 수 있는 코미디가 아니라 한번보고 그저 웃고마는 그런 일회성 코미디라는 생각이 든다. 1년에 100명이 개그맨이 된다고 하면 그중 겨우 2~3명만 살아남는 것이 현재 개그계의 현실이다. 시청자들이 그만큼 개그맨들은 가슴속에 두지 않고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개그계의 상황을 “불행한 일”이라고 함축해 말한다.
“코미디라는 것은 웃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풍자, 해학 등 시사적 메세지도 담아야 해요. 시사성이 결여된 단지 이상한 재주로 웃기는 코미디는 그만큼 쉽게 잊혀져요. 요즘 인기몰이중인 다양한 버라이어티쇼도 코미디가 아니에요 단지 개그맨들이 나오는 것뿐이지.”
그는 진정한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선 연기자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직장에 들어가면 인정받기위해 더 공부하고 승진하기 위해 또 공부하고 성공하기 위해 더 공부하는데 개그맨들은 그러질 못해요. 개그맨 시험보고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거기서 끝이에요. 적당한 규제와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단명하는 개그맨들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길입니다”
그는 개그맨들의 ‘품격’을 상승시킬 수 있는 전체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코미디언들의 복지와 근로환경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인기에 따라 소득 격차가 엄청 난 곳이 연예계거든요. 일률적 봉급 없이 일하는대로 벌기 때문에 인기에 따라 한 번에 많은 돈을 버는 개그맨이 있는가 하면 긴 무명시절을 겪으면서 생활이 어려운 코미디언들도 많죠.”
코미디협회장, 코미디언노동조합 지부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고 있는 그는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항상 고민한다.
“코미디언들은 책을 안 읽어요. 만약 한가지 주제를 가진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그 주제에 대해 이것저것 공부를 하고 방송을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죠. 공부해야 합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연예계가 자유롭긴 하지만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며 꾸준한 자기계발을 주문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 개그계에서의 생존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공부’는 ‘배움’이라는 뜻과 ‘노력’이라는 의미가 함께 들어있는 것 같다.
짧은 시간 인터뷰를 마치고 생방송이 있다며 방송국으로 뛰어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언뜻 코미디계의 희망스러운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김호경 기자 yongin@yonginnews.com
Copyright @2009 용인신문사 Corp.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용인신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지삼로 590번길(CMC빌딩 307호)
사업자등록번호 : 135-81-21348 | 등록일자 : 1992년 12월 3일
발행인/편집인 : 김종경 | 대표전화 : 031-336-3133 | 팩스 : 031-336-3132
등록번호:경기,아51360 | 등록연월일:2016년 2월 12일 | 제호:용인신문
청소년보호책임자:박기현 | ISSN : 2636-0152
Copyright ⓒ 2009 용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ongin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