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로그램 당당히 진행 ‘음메 기살어!’

  • 등록 2007.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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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 방송인 김미화

   
 
시사전문프로그램을 연예인이, 그 중 개그맨이 진행을 한다면 어떨까? 아마 십중팔구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저 재미있게만 보이는 개그맨이 시사프로그램의 딱딱함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할까. 하지만 요즘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시사프로그램의 진중함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게,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진행하고 있는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화제다.
이마에 일자눈썹을 그리고 한손에 야구방망이를 든채 “음메 기살어!”하며 달려 나올듯한 개그우먼 김미화씨를 만났다.

△새 보금자리 용인에서
지난 달 29일 처인구 원삼면사무소. 이날 명사초정강연회에 특별한 손님이 왔다. 2개월 전 용인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김미화가 특별 강사로 지역주민들과의 만남을 가진 것.
면사무소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강사라기보다는 그저 친근한 이웃 같았다.
사실 김 씨와 5살 연상인 남편 윤승호 교수는 이미 원삼면에선 유명인사다. 그들은 이미 지역주민들과 형님 동생하며 지낼 정도로 이웃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저희 친정아버지가 용인 신갈이 고향이에요. 그래서 어렸을 적 얼마동안은 용인에서 살았어요. 그때문인지 이사 온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예전부터 고향에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이에요”
어렸을 적 용인에서 살았던 것 말고도 그녀에게 용인은 깊은 인연이 있다. 지난 2004년 모 쇼프로그램에서 떡을 먹는 게임을 진행하다 유명을 달리한 성우 故 장정진 씨와의 인연이 그것.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었는데 13년 전 당시에 수원에 살던 장정진 씨가 좋은 곳이 있다며 소개해준 곳이 용인이었어요. 좋은 동네가 있다고 해서 와 보니 생각하고 있던 그런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용인에 터를 잡았어요”
그녀는 요즘에서야 그렇게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을 시작하고 작지만 텃밭도 가꾸고 일에 지친 몸도 쉬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동네 분들이 가끔 집에 찾아와 쉬고 갈 정도다.
“언젠가는 동네 어르신이 산에서 캔 나물을 봉지에 나눠 담아 저희 집으로 던져주시더라고요. 가끔 동네 할머니들이 머리에 이것저것 이고 오셔서 함께 나눠 먹기도 해요. 이런 게 정말 이웃 간의 정이구나 느끼곤 하죠. 이런 곳에 살수 있다는 것이 참 고마워요”
돈이 부족해 아직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집에 담장이 없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는 그녀는 취미로 등산을 즐겼지만 요즘은 통 바쁜 탓에 산에 오르지 못한다.
“집 뒤론 산이 있고 앞으로 개울이 흐르고 자연과 함께 있다 보니 그냥 집에만 있어도 등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가끔은 시간을 쪼개 여행도 가고 집에서 휴식도 하고 글도 쓰고 그냥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요”

△제2의 인생 새로운 행복
원삼면에 자리 잡은 그녀의 집은 사실 새내기 부부의 신혼집이다.
그녀의 표정에서 한시도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니 요즘 그녀가 얼마나 행복한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김 씨는 지난 1월 성균관대 윤승호 교수와 서울의 한 식당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
“2001년 지인인 홍서범, 조갑경 부부로 인해 남편 윤승호 씨를 만나게 됐어요. 남편이 홍서범씨의 친구였거든요. 거기에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며 윤승호 씨와 인연을 맺게 됐고 편한 사람으로 지내다가 홍서범 조갑경 커플의 도움으로 결혼을 생각하게 됐어요.”
김미화는 첫 결혼에서 딸 둘을, 윤 교수는 대학생 남매를 두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윤 교수는 어머니와 함께 용인에서 살고 있는데 그녀가 주말마다 용인으로 내려와 지금은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지금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 SBS 김미화의 U라는 프로그램 두 개를 하고 있는데 매일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두 개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요. 아이들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일이 바쁘기 때문에 주말에만 용인으로 내려와 주말부부가 됐어요. 주말에 한 번씩 집에 다녀오면 기분이 정말 좋아져요”
남편과 아이들, 새로 꾸민 집 얘기에 어느덧 그녀의 표정이 미소로 가득하다.

△개그우먼에서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1980년대 코미디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유행어가 있다. “음메 기살어!”, “음메 기죽어”. 이마에 검은 테이프로 일자눈썹을 붙이고 야구방망이를 든 그녀가 “음메 기살어” 하면 드센 아내에게 기죽어 사는 김한국씨가 “음메 기죽어”하며 서민들의 생활을 재미있게 표현한 ‘쓰리랑 부부’.
당시 아이들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검은 테이프를 이마에 붙이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동네를 휘젓고 다녔을 정도였다.
“쓰리랑 부부하면 지금의 김미화를 만들어준 코너라고 할 수 있어요. 다소 과장된 인물들로 서민들의 생활을 표현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았죠. 그때 인기로 지금까지 먹고 사는 것 같아요. 하하하”
방송에서 익숙한 탓인지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개그우먼 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친숙한 느낌이다. 그녀의 분위기는 이웃집 아줌마 같은 소박함이 가득하다.
시사프로그램 진행 하고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녀가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 하고 있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인지 요즘에는 어마어마한 곳에서 오라고 해요. 사회적으로 쟁쟁한 분들이 모인자리요. 요즘 섭외 들어오는 곳은 대부분 진중한 곳들이에요. 얼마 전에는 다큐멘터리 더빙 섭외도 올 정도로요.”
그녀의 매끄러운 시사프로그램 진행과 다양한 봉사활동 때문인지 얼마 전에는 한 언론에 ‘대통령 시켜주면 정치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치계 입문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서 기사는 쓰지 말라며 “대통령이나 시켜주면 정치하지” 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것이 그 다음날 기사 제목으로 나갔던 것이다.
그녀의 시사 프로그램은 여타 다른 시사프로그램에 비하면 큰 거부감이 없다. 그렇다고 핵심을 놓치는 일도 없다.
친근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새로운 시사프로그램의 기준을 제시 했다고 할 수 있다.

△영원한 개그우먼으로 남고 싶어요
1983년 KBS2기 개그맨 선발대회에서 좌충우돌식 개그로 입상해 1986년 ‘쓰리랑 부부’에서 일자 눈썹을 붙이고 야구방망이를 들며 “음메 기살아!”를 외치는 순악질 여사로 스타덤에 오른 김미화.
그녀는 1991년 ‘삼순이 블루스’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더니 공개 코미디의 붐을 일으킨 ‘개그 콘서트’에서 최고참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끌며 오늘의 ‘개그 콘서트’의 초석을 다졌다.
얼마 전 추석특집으로 방송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특별 출연해 녹슬지 않은 개그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오랜만에 개그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그녀는 강성범의 독특한 억양을 비슷하게 구사하며 “옆에서 보니까 형님뉴스가 할 말은 한다”는 등 김미화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도망가게 했다.
하지만 요즘 말 한마디로, 행동하나로 시청자들을 뒤집어 지게 만들었던 그녀의 개그를 자주 볼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에 아쉬워 하고 있을 것이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해서인지 개그프로그램에선 절 부르지 않아요. 개그프로그램에 출연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안 불러 주니까 못하는 것뿐이에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22년 동안 개그우먼으로 살아왔어요. 전 영원한 개그우먼 김미화로 남고 싶어요.”
김호경 기자 yongin@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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