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석 교수의 우리고장 민속 이야기(4)
"아기엉덩이의 파란 멍은 삼신할멈의 짓"
삼신은 아기를 점지해주는 세 신령을 말한다. 일종의 포태신(胞胎神)인 셈이다. 삼신은 삼신단지·삼신바가지·삼신할멈 등으로 불려진다. 삼신할아버지라고 해서 남성신으로 생각하는 지역도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오는 환인·환웅·단군을 삼신으로 간주하는 학설도 있는데, 우리 민족을 삼신(三神)의 자손이라 한 것은 여기서 비롯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 나라에서는 삼신할멈이 아기 낳는 일을 맡고 있다고 믿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엉덩이에 파란 멍이 있는 것도 삼신할멈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삼신할멈이 뱃속에 있는 아이의 엉덩이를 때려서 얼른 세상 밖으로 나가도록 내몰았다는 것이다.
산모가 해산할 때는 우선 아기를 낳기 전에 짚을 깔고 아기의 안전한 탄생을 빌며, 삼신할멈을 위한 삼신상을 차려 놓는다. 삼신은 주로 안방·부엌·마루에 모셔지나 안방 윗목에 모셔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며느리의 삼신상은 방 안쪽에 차리고, 출가한 딸이 친정에서 해산할 때는 방문가에 차린다.
삼신상에는 미역·쌀·정화수를 떠놓는다. 한지를 깔고 쌀·미역·정화수·가위·실·돈을 놓는 지방도 있다. 아기를 낳은 후에는 고마움의 표시로 흰쌀밥과 미역국을 먼저 올리는 습속이 있다. 3일 째와 초이레(7일)·두이레(14일)·세이레(21일)에도 삼신상을 차려 올린 다음, 그 상의 밥과 국을 산모가 먹는다. 아이를 낳은 지 사흘째 되는 날에는 정화수에 숯을 넣어 아이가 잘 자라게 해달라고 빈다. 숯을 넣는 것은 제독이나 정화의 의미가 있다. 이러한 행위에는 상징적 의미 외에 실제 과학적인 효험도 있다.
삼신에게 빈손할 때 대문에는 황토 뿌려 놓아 젊은 아낙네의 출입을 금지시킨다. 그가 삼신을 데리고 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이의 출생 이후에도 산모의 젖이 모자라면 삼신에게 빈다. 아이가 아플 때도 대문에 황토를 놓거나 미역국·정화수·밥(수저는 놓지 않는다)을 아이 머리 쪽에 차려놓고 삼신에게 빈손한다. 축문의 내용은 대개 "젖 잘 먹고, 젖 흔하게 점지해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긴 명을 서리 담고, 짧은 명은 이어대서 무병장수하게 점지하고, 장마 때 물 붇듯이, 초생달에 달 붇듯이 아무 탈없이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십시오"와 같은 유형이다. 이렇게 빈손한다음 두 번 절한다.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삼신상 외에 삼신바가지(산바가지)를 마련하여 대신하기도 한다. 용인지역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준비하는 경우도 확인된다. 백암면, 양지면, 수지읍 지역의 기자 풍습을 조사할 때 "아이, 특히 아들을 낳기 위해서 어디에서, 무엇에게, 어떻게 기원하는가?" 질문하였더니, 대부분이 "삼신에게 바가지를 걸고, 미역국·밥·물 등을 차린 밥상을 엄마 속옷 위에 올려놓고 빈손을 하는데, 삼신할머니 ××네 아들 하나 점지해 주십시오" 한다고 응답하였다. 임신을 하면 삼신바가지를 시렁 위에 미역·짚 등과 함께 얹어 둔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1∼3주, 혹은 7주까지 단골네가 와서 자배기에 물을 퍼놓고 그 위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막대기로 두드리면서 복을 빌어준다.
이러한 습속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불행을 절대적 존재에 귀의해서 미리 막을 수 있다는 자기 암시의 효과가 있다. 그리고 우리 민족 고유의 하늘 숭배사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샤머니즘의 유습이다. (강남대 인문학부 교수, 인문과학연구소장. hongssk@kangna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