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버그
윤경예
훔칠 수 있다고 아무거나 훔치진 않아요
비행은 날개가 아니라 떨림이 요구되니까요
있잖아요 그릇된 일은
빛이 드는 쪽을 피해 꺾이는 모가지거나
오직 결함으로 발견하는 장소 같은 거
울어야 생기는 것이 웃을 일이라는데
태도로만 남을 장면을 박멸할 필요까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왜 험담은 붙기도 떼어놓기도 좋을 딱 그만큼
눈도 안 생긴 사람한테 항복하듯 달려들까요
살아있다고 믿기 위해 각기 다른
무덤을 파거나 무덤이 되어가는 중인데 말이죠
좋다 말았단 소린 붙어있긴 그만이겠지만
안 봐도 될 얼굴까지 들춰보진 않겠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앞날이 창창한 문이고 틈이니까요
징그럽다 못해 매혹적이기까지 한 저 몸 그릇
곧 도착한다는 기별처럼 들릴 때
당신, 그만 연주해도 되겠습니까
윤경예
2018년 제1회 남구만신인문학상 수상. 여수해양문학상 목포문학상 등 수상. 시집으로『감출 때 가장 빛나는 흰빛처럼』이 있음. 2021년 문학나눔 도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