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시간
박진형
단단해 보이지만 폐허를 품고 산다
살갗은 빙벽처럼 서서히 녹고 있는데
문제는 속도라던가
고요로 버틴다
무엇이 진짜일까
불안을 감출뿐
내가 나를 잊은 채 한없이 가벼워질 때
환상이 만들어낸다
오늘만은 믿는다
들키지 않는 감촉보다 숨결을 더 믿는 나
내 몸에 잠긴 시간 아슬하게 끌어당겨
나라는 투명한 세계
끊임없이 바꾼다
[프로필]
2016년 계간 시에로 등단.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용인문화재단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선정(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사업 선정(2022). 시조집 『어디까지 희망입니까』.